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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고 계시지요..?

 

얼마전에는, 혼자 부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여자친구랑 있어도 좋겠지만, 저는 솔직히, 혼자가 더 편한 것 같습니다.

 

벌써 39살.. 시간이 지나면 결혼을 하기가 더 힘들거라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플 및 결정사 소개팅에서는 인연의 엇갈림만 계속 되었고,

인연을 겨우 만난다고 해도, 결혼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약간은 이상한 성격이나, 다른 사고방식, 나에게 화내는 점 등등에 대해 어느정도는 참고 타협하면서 상대방의 장점만 보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연애, 그리고 결혼. 산넘어 산입니다......

 

 

어렸을 때는, 관계를 위해 참고 타협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머리가 커져서 그런지.. 저와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서 기분이 이상해지면,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은 하지만, 속으로는 “역시 이 여자도 똑같구나” 하며 정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만 복잡해지니 큰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블로그에는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사실 제가 블로그를 3개 운영하고 있고 (블로그 시작한건 10년 정도 됐는데, 잘 된 건 하나도 없음 ㅋ..), 유튜브 채널도 두개 운영하고 있고 (한 개는 구독자 8200명, 한 개는 글 쓸 당시 구독자 800명), 그 중에 이 블로그는 제 지인 아무도 모르는, 제 가장 깊숙한 이야기를 쓰는 곳입니다.

나름 골고루 시간을 들여가며 관리하고 있는데, 눈에 띄게 잘 된 곳은 하나도 없어서 좀 현타가 오는 것 같아요. 공부 등, 더 귀중한 곳에 시간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하지만, 이 블로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썰을 올려보려 합니다.

 

댓글을 보다 보니, 소모임 어플 썰은 없냐고.. 물어보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네 그럼요.. 있습니다.

제가 소모임을 많이 나간건 아니지만, 나름 이런저런 노력도 했었구요, 생각나는 한 여자분도 있습니다.

그럼 한번, 소모임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녕, 내가 이 정도인 것일까?"
소모임 썰을 시작하며... 

 

어느 더웠던 여름,

언제나 그랬듯, 저는 스카이피플과 지인 소개팅들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사기를 많이 당하기도 했고,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항상 차이기 일쑤였습니다.

 

(이 블로그에, 제가 겪었던 어플 소개팅 후기들 몇 개를 적어 놓았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저는 속상했습니다.

“정녕.. 내가, 이정도인 것일까..?”

주변을 보았습니다. 저보다 못생긴 것 같은 남자들이, 예쁘고 성격좋은 여자들을 충분히 만나고 있더라구요.

 

부럽다. 추남 미녀 커플.....!!!!

 

그런 사람들은, 동아리나 학교, 교회 등.. 이른바 ‘자연스러운 만남’ 을 통해, 정말 인기가 많아서 소개팅 시장에 나오지 않을 사람들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런 커플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고, 단체 만남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불가능한 만남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만남, 방법이 없을까?

매번 어플만남으로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는 데 지친 저는, 뻔한 그 만남의 틀을 깨고 싶었고, 남들처럼 괜찮은 사람들을 사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아리 가입하는 방법을 좀 찾아봤더니, ‘소모임’ 이라는 어플이 있더라구요.

 

1. 와인 동호회 - 선남선녀들이 모여있는 곳. 그러나..

 

맨 처음 눈에 띄는 건 ‘와인 동호회’ 였습니다. 지역도 가깝고, 사진..을 보니까,

와인 동호회 여자들. 이런 스타일의 프로필들이 많았음...

 

여자분들이 굉장히.. 예쁘더라구요.

 

그래. 소개팅에 안나오는 여자들은 바로 여기 있구나. 마치 보물을 찾은 기분으로 싱글벙글, 자기소개를 쓰고, 제일 사기적으로 잘 나온 사진을 올린 뒤, 가입 수락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음.. 하루 정도 지나고, 저는.. 이유없이, 가입을.. 거절.. 당했습니다..

가입 거절 사유는 없었다. 그냥 "." 찍혀있었음..

 

제 사진을 본 운영진들이.. 제 스타일을 보고, 저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 정말 열받고 짜증이 났지만, 저는 키도 별로 크지 않고 잘생기지도 않은 터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미술동호회 - 역시, 소모임도 누군가의 사업 플랫폼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여자들이 많이 하는 취미 활동을 하면 어떨까?

 

저는 남중, 남고를 나왔긴 했지만...

나름 중학교때 미술반을 한 경력이 있어요. 석고 뎃셍도 좋아했고, 책상 사이에 이젤 끼워 놓고 탁구치는 것도 좋아했었답니다.

 

예전에 제가 화방에서 색칠했던 작품. 잘 했죠?ㅋㅋ

 

그림 그만둔 지 오래 되긴 했지만, 용기내어 미술 소모임에 가입해 봤습니다.

실제로도, 여자 회원들이 절반은 되더라구요.

바로 모임 참가 신청을 했구요, 회사 퇴근하자마자, 한시간 반 정도 버스 및 지하철을 타고, 가산디지털단지 쪽의 한 카페로 갔습니다.

 

성비는 거의 1:1로 맞춰져 있었고, 4인 테이블에 뻘쭘하게들 앉아 있으면, 동호회 운영자가 도화지와 연필, 물감 등 그림 도구들을 줍니다. 한번씩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구요,

미술 소모임은 대충 이런 분위기

 

한 두시간 정도, 인터넷 사진 등을 보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간단한 시스템입니다.

제 기억에 한 40명 정도 왔었고,

참가비는 "남자 2만원, 여자 만원".. 이었습니다.

음료도 없고, 솔직히 카페 대여를 한다고 해도.. 카페가 메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반지하에 위치해 있어, 정말 많이 남을 것 같더라구요.

모임장님이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모임을 주최하고 이윤을 남기는, 일종의 사업처럼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2시간 동안 거의 대화 없이 그림을 그리고, 인근의 부대찌개 집에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아참, 밥값은.. 별도였습니다. 쩝.

 

사실, 그림을 그리면서 주변을 보니, 귀엽다고 생각되는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인근 중소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하고 있던 당시 34살 여자였는데, 대학생으로 의심했을 정도로 동안이었고, 흰 피부에 키 작은 미녀였습니다.

그녀와 같이 밥을 먹기 위해 눈치를 보며 졸졸 따라갔고, 결국 같은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테이블에는 남자 3, 여자 1.. 이렇게 앉았고,

그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자 3명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습니다. 저도 나름 명랑하게 보이려고 하고, 농담도 많이 던졌던 것 같아요.

 

끝나고, 2차를 가려 이동하고 있는데, 그녀가 집에 가더라구요.

그 여자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었나 보다.

 

일행을 한 30초 정도 따라가다, 왠지 다음에는 그녀를 못 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집이 멀다는 핑계로 2차 가겠다는 약속을 번복하고, 그녀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지하철이 같은 방향이었고, 한 20분 정도 얘기를 했습니다. 그림 잘 그리신다고, 동안이시라고, 똑똑하신 것 같다고 등등 엄청 분위기를 띄웠고,

“요즘, 부동산 임장에 관심 있어서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어요~”

라고 하셔서, 다음번에 같이 구경가자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다음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빠이빠이 카톡을 하고,

실제 카톡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한 2주 정도 지난 뒤에 다시 연락을 하였지만.. 그녀는 역시나 관심 없는 티를 팍팍 내면서 바쁘다고 하더라구요.

 

 

시간되면 연락을 다시 해준다고 하니.. 제가 다시 연락을 또 할 수는 없었고,

렇게, 끝났습니다.

 

3. 직장인 술모임, 그곳은 정글

 

그날 저녁, 씁쓸한 마음으로 동네 친구와 함께 치킨집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근데, 그 친구가 알고보니 소모임 매니아더라구요. 직장인 모임을 나가서, 술을 엄청 마시며 다른 남자들과 경쟁해서 여자를 꼬시고, 자기 자취방에도 데려가고, 그리고 또 다른 직장인 모임을 나가서 새로운 여자를 꼬시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솔직히 음.. 이러면 안되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저도 호기심이 좀 생겼습니다.

이런 룸 술집에서 술모임을 했었다.

 

그 친구의 조언대로, 얼굴을 보지 않는 직장인 술모임에 가입하고, 4:4 미팅 번개를 나갔습니다.

회비는 "남자 4만원, 여자 2만원"..

 

여자분들은 다들 외모가 꽤 괜찮았어요. 교사 2분과, 중소기업 회사원 2분.

저희는 한의사 1명과, 공기업 1명, 저를 포함해서 대기업 다니는 2명. 이렇게 있었습니다.

한의사 그 사람은 말을 되게 잘 하더라구요. 술게임도 주도하고, 전공지식뿐 아니라, 연예, 와인 등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를 많이 하는 모임 고인물이었습니다.

공기업 다니는 사람은, 건실한 훈남 이미지였습니다.

공기업남은 차은우를 닮았다... 인정할 수 밖에.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데, 한마디 할 때마다 여자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역시,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은 뭘 해도 잘 풀리네요.

반면, 저와 제 옆에 있던 사람은.. 잘 생기지도 않고, 말을 엄청 잘 하는 편도 아니었습니다. 여자들이 말을 잘 받아주지 않으니, 제가 말을 할 때마다 분위기가 싸해지고, 대화가 끊기고, 소외감이 들었습니다.

 

모임 고인물인 한의사의 주도 아래 여러 술게임을 했습니다. 이미지 게임을 했는데, 좋은 이미지는 한의사와 공기업 훈남에게 모이고, 왠지 모르겠는데 나쁜 이미지는.. 항상 저에게 몰리더라구요.

예를 들면, 밤에 할 때 힘이 제일 없을 것 같은 사람, 변태일 것 같은 사람 등등.. 조금 짜증나긴 했습니다.

(여자들이 저런 질문을 했었다...)

 

약간 취한 상태에서 쉬는 시간, 화장실 타임..

공기업 훈남과 한의사가 먼저 화장실로 가니, 여자들도 우르르 나갔고, 저도 혼자 맥주 홀짝홀짝 하다가 화장실로 갔습니다. 여자 화장실 앞에서 웃는 소리.. 멀리서 보니, 그 두 남자와 여자들이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가볼까 했지만, 본능적으로 제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속상한 마음에 술이나 잔뜩 마시고, 11시가 되니 여자들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남자들끼리 순대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다른 남자들의 술주정이나 받아주다가 새벽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자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하고, 들러리가 된 기분을 느끼니, 정말 처참했습니다. 키가 작은 편이고 잘생긴 편이 아닌 저는, 그런 소수의 1회성 모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4. 또다른 직장인 모임 동호회, 드디어 연애에 성공하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나만 더 가입해 보고,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이번에는 회원수가 엄청 많은, 명함 인증을 하는 대기업 직장인 모임 동호회에 가입하였습니다.

 

이런 모임이었습니다.

 

여기는 남녀 모두 n 빵으로 회비가 동일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성비 1:1로 약 20명 정도 모집해, 맛집 등에 가는 메인 모임이 있었는데, 집돌이긴 하지만 몇 번만 가보자 생각하며 부지런히 참석했습니다.

그 동호회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었습니다.

 

“만남 자리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대놓고 묻는 것을 금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임을 나가도, 그냥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쓸데없는 대화만 하다가 끝나게 되더라구요.

모임의 겉모습은 그렇게 그냥 맛집에서 술한잔 하며 스트레스 푸는 거였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임 처음 나갔던 날, 1차가 끝나고, 이어서 2차 호프집에 갔습니다.

근데, 호프집에 들어갔는데도 다들 자리에 앉지 않고 눈치만 살살 보고 있더라구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만 구석 테이블 자리에 먼저 앉았습니다. 여자애들 중, 미니스커트, 원피스를 입은 예쁜 사람들이 제 반대쪽에 앉았는데, 남자들이 눈치를 보다가 다 그쪽으로 몰려가더라구요..

결국 제 테이블에는 저처럼 적극적이지 못한, 못난 남자들만 앉았는데, 왠지..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굉장히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다른 테이블보다 소주 맥주를 몇 배나 더 주문해서 달렸습니다. 저도, 여자애들과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창 잘 놀고 있을 때, 건너편 테이블에 있던 어떤 남자분이 잠깐 오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합니다.

 

“여기 이러려고 오신 건, 아니시잖아요. 시간 낭비 하지 마세요.”

 

남자들끼리 놀지 말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어떻게든 공략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주변을 보니, 정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직장인 동호회를 가입한 목적, 아니라고 해도 뻔하지 뭐!!!!ㅋㅋ

 

테이블 아래로 몰래 번호를 주고받거나, 화장실 갈 때 따라나가거나, 아이스크림 먹자고 편의점 갔다오거나, 술게임 하면서 벌칙으로 번호를 주고받는 등.. 운영진이 하지 말라고 해도 다들 알아서 본인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들이 남사스럽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는데, 그런 말을 들은 이후로 저도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잘생긴 사람들에게 밀리긴 했어도, 술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말도 걸어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초코에몽 선물도 줘 보고, 1차 뒤에 2차 가려고 자리 옮길 때 마음에 드는 여자 옆으로 따라가서 연락처도 물어보고 했습니다.

한번은 어떤 중학교 선생님한테 전화번호를 물어봤었는데, 자기는 선생님이라 연락처를 바로 드리는 게 조심스럽다고 (?) 오픈카톡으로 대화를 하자 하셔서, 결국 전화번호까지 얻지는 못했지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아참, 저에게 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하라고 조언을 해 주신 그 남자분은.. 카톡을 보니, 1년 뒤에 바로 예쁜 여자분 만나서 결혼하셨더라구요. 축하합니다..

여튼, 제가 여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바뀌겠다고 생각했고 행동했지만, 큰 소득은 사실 별로 없었습니다.

소개팅은 많이 해봤지만, 단체에서 이성을 사로잡는 방법은 다르다.

 

원래 그렇게 여자를 꼬셔왔던 사람들보다는 내공이 딸리는 게 사실이었지요.. 좌절에 좌절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7번 정도 열심히 그 모임에 나갔는데, 자꾸 눈이 가는 어떤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배우 박보영을 닮았었다.

 

얘기를 해 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배우 박보영을 닮은 귀여운 얼굴에 성격도 명랑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의 사람을 진짜 좋아한다.

 

제가 좋아하는 하체통통한 몸매, 매번 원색의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던, (나중에 알고보니) 저보다 한 7살 정도 어린, 그 모임 운영진 여자였습니다.

 

매번 모임 때마다 잘 생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얘기를 할 기회는 없었어요. 다만, 모임 운영진에게는 카톡 물어볼 필요 없이 소모임 앱에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긴 했는데, 잘못 보냈다가는 그 모임에서 쫒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망설이다, 용기내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봤습니다.

 

“모임에서 밝은 모습이 좋아보이셔서, 괜찮으시다면 카톡으로 소통하면서, 소규모 번개로 같이 모이고 싶습니다”

 

라고, 한 30분 넘는 고민 끝에 최대한 담백하게 보냈는데, 지금 보니까 뭔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 정말 어색하게 보냈네요 ㅋㅋ

 

하루 정도 대답이 없길래, 역시 난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네! 좋아요!”

의외로 쿨하게 받아주시고 카톡아이디를 오픈해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카톡 한 마디 한 마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게 유쾌한 표현을 써 가며, 불 피울 때 불씨 정성스럽게 살리듯 조심스럽게 대화를 했고, 저와의 대화를 재미있어 하며 분위기가 익었을 때,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한강변 카페에 같이 가자고 데이트를 신청했습니다.

 

인기가 많았던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평범한 나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을까? 아직도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솔직히, 현실에서 같이 걸을 수도 없는 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긴장을 너무 했고, 자동차 내부세차, 초가을용 수트 및 향수 구매, 만나기 직전 샵 가서 스타일링, 우황청심환 복용 등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첫 만남. 그녀도.. 한껏 꾸며왔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집 앞.. 역시나 그녀는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고 왔고, 저는 사랑에 빠진 눈으로 흐뭇하게 쳐다봤습니다. 그녀를 태우고, 한강변 카페에 가서 같이 가벼운 식사를 했었어요. 모임에서 봤던 사람들, 운영진으로서의 고충,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던 이상한 남자들 등 얘기부터 시작해, 취미나 여행 등, 다양하게 얘기했었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제 모든 머리를 다 썼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그녀와 저는 이야기가 잘 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시간이나 대화했고, 다음 드라이브 일정을 잡으면서, 그녀와의 관계는 썸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다음 만남, 그녀가 바다를 좋아한다 하여 오이도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던 추억의 장소, 오이도

 

차 안에서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고, 경양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시장바닥 같은 오이도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서로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오빠~ 뭣하러 폭죽까지 준비했어요~”

하는 그녀의 말에, 우리의 만남에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그랬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그녀가 감동하며 사랑에 빠지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구요.

불꽃 튀기는 폭죽 (스파클라) 을 서로 흔들며, 처음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에 거의 2시간씩 통화를 하며 사랑을 속삭였고, 다음 만남 때, 강남역 쪽 스카이라운지에서 향수를 주며 고백했고, 성공했습니다.

“오빠 나는 소개팅을 한번도 해 본적 없어요.”

정말.. 제가 원하던, 매력적이기 때문에 소개팅에 나올 새가 없었던 그런 사람을 사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저를 좋게 봤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중학교 때 까지는 공부를 잘 했는데, 고등학교때 방황해서 대학교는 전문대를 나왔어요. 그래서 공부를 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멋있다고 생각해요. 학벌 콤플렉스가 있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제 학벌이나 직장, 지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셨고,

“오빠는 이해심도 넓고 동안이고 꼰대도 아닌 것 같아요”

케미도 잘 맞는다고 하셨고,

“오빠는 심성이 참 착한 사람인 것 같아요”

모임에서 분위기 어색하고 사람들이 자기 체면만 차릴 때, 제가 소개팅 썰 등 재미있고 망가지는 얘기를 하면서 모임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는데, 운영진으로서 그런게 호감이었다고 그녀는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소모임 안에서도 좋은 이미지가 되는 게 중요하구나. 그 때 깨닫게 되었다.

 

저에게 말을 걸진 않았어도,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깨지고 나서 다른 사람과 만난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봤는데, 진짜 10살 차이는 나는 것 같은.. 탈모가 심하신 남자분을 만났더라구요. 그 분은 남자의 외모는 아예 안 보는 것 같았어요.

그랬습니다. 그녀는 저의 내면을 보고 저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여자와의 데이트는 너무나도 즐겁고, 열정도 넘쳤습니다.

체력이 정말 좋아서 피티나 필라테스를 하루에 두 타임씩 듣고, 그것도 모자라서 영어학원, 재테크모임과 소모임 운영진까지 하던 그녀.. 알고보니 그녀는 불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고, 저를 열정적으로 좋아해 줬습니다. 한달 동안은,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만났던 것 같아요. 서로 손편지도 교환하고, 서로 만나서 하고싶은 100가지의 위시리스트를 교환하며 영원한 사랑을 다짐했었습니다.

한번은 롯데월드에 가서 하루종일 같이 놀고, 회전목마 앞에서 커플들이 많이 찍는, 손잡고 마주보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예시) 어색하게 있다 보면 저런 포즈를 하라고 사진사 아저씨가 권유한다.

 

사진을 친구들한테 보냈었는데, 친구들이

“야~ 니가 이 조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지금 넌 말도 안되는 사람을 만나고 있는거야”

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사실, 연애할 때 다른 조건은 많이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얼굴과 몸매, 그리고 저와 잘 맞는 성격.. 이게 제일 중요했고, 그런 측면에서 이 여자는 저를 200% 만족시켜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30대 이후 제가 건어물남이 된 줄 알았는데, 이 여자를 만나면서, 20대 초반에 느꼈던 첫사랑을 사귈 때의 설렘과 가슴 터질 것 같은 느낌, 너무 행복하다는 감정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맛집, 드라이브, 여행 등, 함께 추억을 쌓고 있던 와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날도 하루종일 같이 붙어있었고, 커플좌석이 있는 카페에서 꽁냥꽁냥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어요.

 

“나 어제 헬스장에서 등근육 했어~ 어때요 오빠~?”

자기를 만져보라고 애교를 부리던 그 분은,

“내 몸 중에 어디를 키웠으면 좋겠어~?”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냥 다 괜찮다고 했어야 했는데

 

“음.. 가슴..?ㅋㅋ”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저는 사실.. 그냥 장난으로 얘기했었던 건데,

“… 집에 가자”

표정이 굳어지더니 가방을 매고 바로 나가더라구요. 차에 탄 그녀는 창밖만 바라보며 말이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모든게 다 마음에 들어서 그냥 장난으로 얘기한 거라고 해도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는 돌릴 수가 없더라구요.

저에게 이해심 많고 무슨말을 해도 웃어줬던 사람인데,

나는 솔로 영숙님의 '산전수전' 같은 느낌이었을까....

 

제가 그녀 마음속의 깊은 상처를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날 며칠.. 진심어린 사과를 해도 그녀의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통화도 카톡 대답도 예전같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서로 콩깍지가 벗겨진 것이죠.

그러다 보니, 저도 그녀에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점들, 덮어두고 있던 것들이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키스 등 (그 이상..) 을 할 때 영어로 비속어를 하고 화내고 거칠어지는 거라든가, 모임에서 밤늦게까지 여러 남자들을 만나는 것, 제가 회사에서 무리했는데 당일 만남을 원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고,

그녀도 저의 말투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상하게 느끼고 꼬투리를 잡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만남 때 조금 피곤한 구석을 내비치거나.. 했던 것 같고, 그 여자도 제가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둘 사이에 금이 가고 연락도 시들해질 때, 결정적으로 끝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주변에 많이 얘기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와 10년지기였던 한 친구도 흥미를 보이며 제 모임에 가입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당시 제 여자친구에게 제 친구 잘 부탁한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근데, 알고 봤더니 왜그런진 모르겠지만.. 제 친구가 나이를 2살 속여서 가입했더라구요? 제 당시 여친이 그걸 알고는 불같이 화내면서 당장 탈퇴하라고 했습니다.

저도 제 친구가 잘못한 걸 당연히 알았는데, 10년 동안 저에게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라.. 나이를 제대로 수정하면 한번 봐줄 수 없냐고 몇 번 부탁을 했지만, 운영진이었던 그녀는 한번 이런걸 본 이상 절대로 모임에 끼워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점들을 느끼며 더 차가워진 것 같아요. 그녀는 제가 그녀의 편을 무조건 들어주길 바랬겠지만, 친구의 편을 들어주니 저에게 많이 실망을 했을 겁니다.

 

여자친구와 멀어지면서까지 제 친구의 편을 들어줬는데, 그럼 제 친구는 지켰을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한번 놀려고 가입한건데 이게 뭐 어떠냐고(?)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저와 연락을 끊어 버리더라구요. 결국, 저는 둘 다 잃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참내... 얼마전에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 얼굴 보고 인사하기는 했습니다.

 

이 사건을 거치며 그녀와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오빠는 이제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주일 동안 생각해 보고 연락줘요. 나를 좋아하는지..”

 

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로 너무나도 좋아했었지만,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관계 지속이 어렵다고 생각되어 헤어지자고 이야기 했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소모임 어플은 탈퇴했고, 지금까지도 가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는.. 이런 사람 또 만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 때 이후로는.. 소개팅 상대로, 저를 그정도로 두근거리게 해 주는 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도 많이 되었습니다.

너무 내가 인간관계에 미숙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갈등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더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연예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초심을 생각하게 되는,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돌이켜 보니, 노력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소개팅이 아니어도, 충분히 만날 수는 있었네요. 사실 이런 방법이 정말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고, 편하다는 이유로 제 스스로가 너무 인스턴트 같은 만남만 선호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좀 내성적인 편이라, 그 다음부터는 그냥 소개팅과 결정사만 하긴 했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도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신 그녀에게 감사드리고, 좋은 분과 결혼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제가 연애썰을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 썼던 글과 같은 내용이에요.

 

심심하시면 한번 시청해 주셔도..ㅠ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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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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