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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스카이피플을 거의 7년동안 해왔던 고인물입니다.

 

스카이피플에서 참 특이한 만남을 많이 가졌어서, 그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마음에 후기를 쓰기 시작했었는데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습니다.

제 블로그에 있는 스카이피플 첫번째 후기 모음, 두번째 후기 모음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카이피플 첫번째 후기 모음집 링크)

 

(스카이피플 두번째 후기 모음집 링크)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제 현재 상황을 말씀 드리자면,

2023년.. 38살에 결정사 듀오에 가입했고 짧은 연애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결혼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정사 듀오 가입 후기)

 

(결정사 듀오 매칭 후기)

 

2024년.. 39살에는 스카이피플에서 만난 분과 거의 1년 정도 연애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서로 맞지 않는 부분, 아니, 제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아쉽게도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나이 40살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너무 막막합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번에는 스카이피플 매칭 세번째 후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적어 드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날 믿었던 그녀, 나락으로....

 

어느날, 스카이피플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당시 33살의, 전문대를 나온 피부 관리사였습니다. 피부가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큰 반달눈이 인상적인 사람이었죠. 

(이런 스타일)


바로 약속을 잡았고, 지금 같은 겨울, 강남역의 한 수제맥주집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사진을 보고 기대가 컸는데, 실제로도 되게 괜찮으신 분이었습니다.
약간.. 의 프사기가 있긴 했지만, 몸매가 진짜 좋으시더라구요. 솔직히 묘사하자면, 살이 약간 있으시면서도 가슴.. 이, 정말 엄청 크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몸매였습니다. 딱 붙는 흰색 니트를 입고 왔는데, 저도 모르게 눈이 갔습니다.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음..
“아 하하~오빠 졸라 재밌네요 캬캬”

(욕을 찰지게 하던 그녀..)


성격은 쾌활해서 좋았는데, 대화할 때마다 욕을 너무 시원하게 하시더라구요. 몸매 좋고 예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첫만남에 그렇게 욕을 하는 여자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대화했지만, 속으로는 아.. 이여자는 여자친구로는 안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신 다음, 맥주를 골랐습니다.
“와! 여기 사워에일 있네! 이게 진짜 맛있어요”
사워에일, 처음 보는 맥주였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아실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한 모금 줘서 먹어봤는데, 무슨 식초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엄청 시고, 별로였습니다.
그녀는 사워에일을 시원하게 마시고,
“오빠! 얼마전에 손님이 왔었는데~ 결혼했는데 글쎄, 불륜남이 있다는 거야~”
좁은 테이블에서 제 쪽으로 기울이면서 얘기했습니다. 근데,,
“앗..”
그녀의 입냄새가 확 저에게 풍기는데, 너무 역했습니다. 술도 많이 먹었는데, 거의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습니다. 사워에일 냄새였습니다.

사워에일을 드시면 입에서 이런 냄새가 납니다.ㅠㅠ


“자..잠시..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속이 너무 안좋아서, 바깥바람을 좀 쐬다 왔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사워에일을 절대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당시 그녀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빠, 혹시 추천하는 종목 있어요? 오빠 머리 좋으니까~ 그거 투자할래요!”
당시 제가 꽂혀있는 한 바이오 종목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더 이상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달 정도는 연락을 했습니다. 안부나, 재미있는 이야기, 주식 얘기 주고받으면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편한 사이가 되어서, 아마 지금도 연락하면 연락이 오긴 할 것 같아요.


만나고 나서 몇 주 뒤,
“오빠! 오빠 가르쳐 준 주식 20% 올랐어요! 아빠랑 얘기해서 더 투자하기로 했어요 고마워요ㅋㅋ”
여자애 아버지가 모아놓은 돈, 거의 5억을 추가로 투자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 제 말을 믿겠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그 여자는 화끈한 결정을 했네요.

 

내가 추천해 준 주식은.. 그 시점 이후로 1/10 로 추락했다. 미안.. 매칭녀..


그 뒤로, 그 주식은 80% 이상 하락했습니다. 피부관리실 창업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영향을 받지 않았길 바랍니다…
그래도, 최근에 카톡 프로필을 보니, 피부관리실을 하나 연 것 같더라구요. 그녀의 사업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 첫 만남에 제주도 가기로 약속 잡았는데..

 

어느 겨울, 수원에 사는 한 32살 초등학교 선생님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를 종로의 한 고깃집에서 만났습니다.
엄청 마른 분이셨는데, 음.. 성형을 좀 하셨고, 붙는 치마를 입고 나오셨는데, 마른 것에 비해 엉덩이 부분만 엄청 튀어나온 분이셔서 보기에 약간 민망하긴 (좋..아닙니다..) 했었거든요.

이렇게 툭 튀어나오셨던..

 

나중에 알고 보니, 엉뽕이라는 것을 착용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던 분, 그래도 학생 얘기 등등.. 관심이 많은 대화부터 하며 어색함을 풀어 나갔습니다.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먹고, 계산할 때 옆에서 90도로 두 손 모아 인사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차로,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 갔습니다. 그녀는 오피스룩의 짧은 치마를 입었고, 

저도 세미정장 비슷하게 입었습니다. 거울을 봤는데, 둘이 좋은 그림이 나오는 듯 했습니다. 
사장님도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네요.”
라고 하셨습니다. 소개팅을 하다 보면,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예의상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서 와인 보틀을 시켰습니다. 한 잔, 두 잔.. 와인이 도수가 약한 것 같지만, 은근히 취하더라구요.

와인을 마시며, 그녀와 가까워졌다.


“오빠.. 우리 말 놓자.”


그녀의 눈이 풀린 것을 느꼈습니다. 
“오빠같이..자상한 사람이 좋아. 나 몸매도 좋고, 집안도 좋고, 이정도면 괜찮지 않아?”
조용한 음악, 어둑한 조명을 즐기며.. 그녀는 분위기에 취한 것 같았습니다. 술이 약한 그녀는, 손을 툭툭 건드리며 어필을 열심히 했습니다. 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렇게 나오면 저는 편하죠. 하지만, 경거망동 해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한번만 더 만나고, 세번째 만남에서 고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 얘기도 했습니다.


“오빠랑~ 사귀게 되면, 첫번째 여행은 제주도로 가고 싶어. 오빠~ 한달 뒤에 비행기표 좀 예약해줘~ㅋㅋ

첫 만남에 그녀와 제주도 여행을 논의하다. 인연인 줄 알았지.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며, 비행기표를 언제 예매할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님이 취미로 조그만 카페를 하신다고 해서, 음료 무료쿠폰을 받았던 기억도 있네요.
얼굴도 빨개지고, 술이 한껏 취해버린 그녀.. 제가 낼려고 했는데, 화장실 간다고 해 놓고 와인바 값을 통 크게 계산해 주었습니다. 고마워서, 수원에 있는 그녀의 집까지 택시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아.. 너무 졸리다 ㅠ”
그녀는 제 허벅지에 얼굴을 대고 누워 잤습니다.
집 앞 아파트에 그녀를 내려주니, 저를 한번 안아 주더라구요.
꼭 안아주고, 빠이빠이 하고, 저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한시간 정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점심,
“ㅇㅇ아, 잘 잤어?ㅋㅋ 괜찮아?” 
“..”

음.. 프로필이 실시간으로 사라졌네요.. 차단되었습니다. 대충 분위기는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밤의 일 때문에 부담스러웠겠구나..
솔직히 알지만, 무슨 일 있으시냐고 문자를 보내니, 
죄송하다고.. 아직 누굴 만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저도 더 이상 붙잡진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당시에 그녀가 이별한지 얼마 안됐었다고 했거든요. 이건 제 생각이긴 하지만, 그녀가 술이 취한 나머지 외로움이 순간적으로 커진 것이 아니었을까.. 혹은 전 남자친구가 생각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찌됐든, 술은 사람을 가까워지게 하는 마법의 약이기도 하지만, 실수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수도 있으니..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3.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진짜로)

 

어느 가을, 저는 정말.. 외로워졌습니다.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스카이피플에서, 15일동안 데이트 신청을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샀고, 수십명의 여자들에게 따발총처럼 데이트 신청을 난사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십명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좀처럼 수락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더니..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시기인가 봅니다.
15일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 어떤 한 여자분이 저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녀는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당시 33살 여자 비서였습니다.. 약간 통통한 스타일에, 볼살이 귀여워 보이는, 그런 사람.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무엇을 먹을지는.. 만나서 정하기로 했습니다.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만났구요,
“ㅇㅇ씨, 우리 뭐 먹을까요? 여기 맛있는 고깃집도 있고, 훠궈집도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녀는


“인육 빼고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ㅋㅋ”


라고 하더라구요. 
인육.. 이라. 이런 얘기를 한 사람.. 처음 보네요. 사람 고기 빼고는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고프다는 말을 한 것이겠지요.
딱히 메뉴를 정해주시진 않으셔서, 근처, 제가 가고 싶었던 소고기집으로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가벼운 자기소개 뒤.. 음식이 나왔습니다.


“캬.. 고기 마블링이 진짜 예술이네요!”


소고기를 보며,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수컷보다 암컷이 마블링이 더 많데요.. 아세요?ㅋㅋ”
저를 쓰윽 훑어보는 그녀.


“ㅇㅇ씨 운동 좀 하세요? ㅇㅇ씨 뱃살은.. 마블링이 어떨려나?ㅋㅋ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뭐에요~ 하고 웃고 넘어갔습니다. 
제 장난스러운 리액션으로 기분이 좋았는지, 메뉴판을 보며,
“소 혀가 맛있다면서요? 사람 혀는.. 무슨 맛일려나~
하며, 자기 혀를 씹는 시늉을 합니다.


무척 텐션이 높았던 그녀. 나름 애교였을 것 같지만.. 계속 사람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조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생에.. 식인종이었나..
고기를 구우며, 이상한 마음을 달래 봅니다.
그녀는 익은 안심 소고기를 반으로 가르고 살짝 누르며,
“이렇게 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게 맛있더라구요 ㅋㅋ ㅇㅇ씨는 얼마나 익혀 드세요?”
라고 하더라구요. 

 

흠.. 소고기를 덜 익혀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아니지만, 그녀가 계속.. 이런말을 꺼내니 더 기분이 오싹해졌습니다.. 
그녀가 반으로 고기를 가를 때, 마치.. 제 배가 잘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도 고기는 잘 먹었던 것 같습니다.

취미 얘기를 하던 중, 영화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보셨던 영화가 있으신가요?”
“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재미있게 봤어요 ㅋㅋ”

너의 췌장...?


영화를 얘기했을 뿐인데, 하필 그런 영화를.. 
그녀는 마치 저의 췌장을 먹고싶다는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왠지 기분이 오싹해졌고..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그녀가 불쑥 또 한마디 하네요.
“얼마전 한강에서 자전거 탔는데~ 어찌나 배고프던지 사람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ㅋㅋ”

사실, 저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서로 막 끌리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사람 고기 등, 그녀가 사용했던 단어들이 특이하기도 했고, 그런 얘기들을 할 때 그녀의 초점이 이상해지는 (?) 듯한 느낌을 받아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나네요. 뭔가 말로 정리해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연락을 하지 않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스카이피플이나, 골드스푼 등.. 어플 게시판을 보면, 조현병 이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등, 정신이 아픈 사람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여자들과 매칭되서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있는데, 정말.. 그 때 상처받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카톡이나 문자를 다시 읽기도 무섭네요. 

그것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 보고 싶은데, 상처받은 마음이 다시 올라올까봐.. 조금 나중에 리뷰하기로 하겠습니다.

 

 

4. ㅇㅇ씨 같은 흙수저는.. 비트코인 하셔야 돼요~!

 

“30초중, 일산 글래머에요 프교합시다~!”

그녀 프로필은.. 이랬다.


오늘도 평화로운 스카이피플 익명게시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글래머라는 말에 남자들은 일단 자신의 프로필을 무지성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리플이 달린 것만 해도 20명 정도.. 저도 보냈구요, 다행히도 그 여자분이 저를 수락해 주셨더라구요. 사진으로는 굉장히 귀엽게 생기고, 그야말로 엄청난 몸매를 자랑하는 분이었습니다. 
약속을 잡는데, 첫만남을 자기 동네에서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서로의 동네에서 보는 데이트가 좋다고 하며, 이번에 보고,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제 동네로 찾아오겠다 하셔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수원 영통 쪽에 살고 있었구요, 차를 몰고 일산에 있는 한 대형 아파트 단지로 찾아갔습니다. 도착하기 한 5분 전에 카톡을 했지요.
그런데, 아파트 정문.. 으로 오라고 했는데, 네비가 길을 잘못 알려 줬는지, 한 100 m 정도 떨어진 다른 문으로 제가 갔던 것 같아요.
그 분이 보이지 않아서, 전화를 했는데.. 저보고 어디냐 물어보셔서, 사실 조금 버벅대긴 했어요. 처음 오는 장소라서.. 
그랬더니 대뜸..


“답답하네.. 아니, 정문 몰라요? 정문? 네비 없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처음 연락하는 사람인데, 음 이렇게 화를 낼 수 있는건가?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자세히 보고 다시 정문 쪽으로 향했는데, 정말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집으로 갈 걸 그랬어요.
정문 쪽에서 그녀를 만나 태웠는데.. 제 옆모습을 슥 보더니, 인사도 없이


“..스타벅스 가요”


길 건너편에 보이는 스타벅스를 매정하게 손으로 가리키는 그녀. 그 모습이 되게 능숙해 보였는데, 스피 소개팅 남자들이 오면 항상 이렇게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벅스에 차를 대고, 음료수 메뉴를 말한 그녀는 자리를 잡는다며 휙 돌아서서 먼저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하지만 실전에 옮기진 못하고, 한숨을 푹 쉬며 음료수 2개와 케익을 구매했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예쁘기라도 했다면 위로가 되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가슴…은 컸습니다. 그건 맞긴 했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나왔더라구요. 

 

이런.. 스타일... 흑흑

 

누가봐도 시술한지 얼마 안 된.. 전형적인 성형 얼굴이었습니다. 
뭐랄까. 참.. 그냥 씁쓸했어요.
이런 사람이랑 얘기가 잘 통할리가 없지요. 제가 말하는 걸 무시하고 까내리거나, 단답으로 대화하거나.. 그러니까 대화가 하나도 안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통점인 어플 얘기를 꺼냈습니다. 저도 어플을 많이 했으니, 유일하게 대화가 되던 게 이거였습니다.


“어플 하니까.. 저 어떻게 하려는 사람들만 달려들더라구요. 술마시고 모텔 가자고 하구.. 남자들은 원래 이래요? ㅇㅇ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말에 웃으며, 속으로는.. 

당신이 이런식으로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나 달려들겠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구요?” “의견이 뭔데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저에게 따지듯 의견을 물어보던 그녀... 근데, 제가 그런 분위기에서 의견을 어렵게 얘기하면, 그거에 대한 답은 안하더라구요. 그러니 대화가 안되죠. 화가 났습니다. 
지친 마음으로, 이상형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재미있는 남자요.”


뭐 그렇겠죠. 외적인 것이든 뭐든, 그녀를 재미있게 하는 그런 남자가 있겠죠.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원에서 찾아온 사람을 이렇게 대하다니,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도 짜증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제가 이번 영상에서 언급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대세일 것 같아서, 코인회사로 이직했어요”
“흙수저들이 재테크 제대로 안하는 건, 죄짓는거라고 생각해요. 비트코인이 미래에요.”


그녀는 한 대기업에 다니다가, 비트코인이 미래라는 걸 깨닫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코인회사로 이직을 했더라구요. 

비트코인!!!!!

그 당시 코인.. 이 많이 떨어졌을 때였는데, 저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응원을 했지만, 속으로는.. 진짜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녀.

아마 지금까지도 코인을 팔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상상을 초월한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는.. 코인이 많이 떨어졌던 2020년? 2021년? 이쯤이었음)

 

얼굴과 몸매에 투자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소위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지 않을까.. 행운을 빕니다.
제 입장에선 그녀가 참 나쁘고 짜증나는 사람인데, 그녀의 말이 옳았네요. 인생 참 불공평하다.. 라는 말도 떠오르지만, 이런 그녀가 코인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자면 제가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 이라는 걸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지금은 조금 뒤쳐졌지만,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할 생각입니다.

“가세요~”
1시간 정도의 대화를 마치고, 그녀를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원래는 거의 이렇게 하지 않는데, 기분이 좀 나빠서 가는 길에 바로 차단을 했습니다. 차로 왔다갔다 하는 시간만, 4시간이나 썼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조상님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힌트를 줬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합니다 ㅠㅠㅠㅠ


한 몇 주 지나고..
“30초중, 일산 글래머에요. 프교해요~~!”
또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변함없이, 많은 남자들이 데이트 신청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사람이랑 절대 매칭하지 마세요. 성괴에 예민보스에, 인성이 개차반입니다.”


이제는 악플이 달리더라구요. 

남자 여러명과 매칭하며 업보를 쌓은 모양입니다.

바로 글이 지워졌는데, 그걸 보며 참.. 통쾌했던 것 같습니다.

 

 

5. 트리마제, 반얀트리, 그리고 그녀...

 

어느 가을, 스카이피플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나이 34살의 패션회사 사원, 백화점에서 옷을 판매하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그리고 그녀는 차를 몰고 와서, 수원 인계동에서 만났습니다.

 

약간 이런 스타일, 탄탄한 몸매가 호감이었다.


그녀는 등산을 좋아하더라구요.
야간 산행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동호회에서 그룹을 짜서 랜턴 들고 밤새 산행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하체를 비롯하여 몸매가 굉장히 탄탄해보였습니다. 
1차로 닭갈비.. 소맥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얘기를 거의 안하더니.. 술이 들어가니까 역시 한마디씩 하기 시작합니다.
2차로, 가성비가 좋은 와인집에 갔습니다.
그녀에게, 소개팅 국룰인, 이상형 질문을 했습니다. 그녀의 이상형은,


“망설이지 않고, 반얀트리를 한달에 한번 데려가 줄 수 있는 남자요”


그녀는 진심으로 얘기하였습니다..

 

반얀트리 가격. 뭐.. 가자면 갈 수는 있겠지만...


음.. 네. 경제력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잘 알았는데요, 반얀트리 를 딱 찝어서 언급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얀트리..가 뭔지, 저도 유튜브에서 후기를 봐서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거의 1박 100만원 정도 하는 곳이었고, 만약 여자친구가 그런 곳을 가자고 하면, 큰 맘 먹고 경험하는 셈 치고 갈 수는 있겠지만, 통장에 타격이 많이.. 가겠지요..
그녀의 말을 듣고 좀 부담이 가기도 했고, 솔직히 많이 버시는 것 같지 않은데 허세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담으로, 그 여자애가 화장실 갔을 때, 제 친구들 단톡방에 제가 이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반얀트리 이름을 잘 몰라서 “반야트리” 라고 했다가.. 친구들이 비웃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각자가 겪었던 소개팅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저는 소개팅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여자가 재미있어 하며, 자신이 어떤 의사와 겪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녀는 어떤 의사와 스카이피플에서 만났고, 술을 많이 먹고는 그 사람의 집으로.. 구경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집이, 부자의 상징인 “트리마제” 였다고 하네요.. 

 

꿈의 아파트, 트리마제..


술 한잔 더 하고 그것..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익었을 때, 갑자기 그 사람이 어딘가로 들어가더니, 채찍과 묶는 도구를 들고 와서, 자신을 묶고 때려 달라고.. 했다 하더라구요.

트리마제에, 특이 성 취향을 가진 의사가 있다고 한다.


“놀라서 옷 입고 바로 도망나왔어요~ㅋㅋ”
웃으라고 한 얘기이니 저도 웃어주긴 했지만, 속마음으로는 뭐 저런 얘기를 나한테 하지?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여자분이 몸매가 좋아서 저도 호감이 갔지만, 대화하면서 좀 많이 깼고, 다른 이야기들은 생략하겠지만, 이 여자랑은 오래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가 끝나고, 그 여자분이 차를 몰고 왔다고 하여, 그녀의 차가 있는 인근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제 차좀 운전해줄래요? 대리는 너무 늦어서..”


그녀가 하는 얘기에 공감을 많이 해 주어서 그런지, 그녀는 저를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취한채로 저한테 팔짱을 끼며, 자기 원룸까지 차를 몰고 가달라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대로 차를 몰고 가서, 그녀의 원룸으로 갔고.. 
는 아니구요, 


저도 꽤 취하긴 했지만, 그 순간 나락 감지 센서가 발동하더라구요.. 그녀의 팔짱을 놓으며, 조금 서운해하는 그녀에게 주소를 물어, 카카오 대리를 추천가로 불러 주었습니다. 다행히 대리기사가 바로 와서 보냈고, 저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다시 갔습니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
연락이 오는 그녀에게,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아쉬워요” 


이렇게 연락이 오고, 끝났습니다..
만약 그녀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도, 제가 반얀트리를 망설이지 않고 데려가 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진 않으니, 그녀와는 잘 됐을 것 같지는.. 않네요.
어플에는 경제력이 좋은 사람이 많으니, 반얀트리를 자주 데려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셨길, 바라겠습니다.

 

 

6. 전문 키보드 워리어, 그녀

 

어느 평일 저녁, 퇴근하고 지친 저는 침대에 누워, 게시판 글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데, 게시판에 한 분의 자기소개가 올라 왔습니다.

스카이피플, 익명 게시판


“32살 귀여운 전문직이야. 취미는 골프랑 여행이야. 서카포 이상이나 전문직이었으면 좋겠고, 연봉은 적어도 9000만원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어. 진지한 사람 원하니까, 먼저 프교 줘!”
역시나, 댓글이 쭉~ 달리더라구요. 


187 3후 연봉 4억 의사에요~”
180 40살 100억 재산~~”

역시 다들.. 능력있는 분들이네요. 그래도, 제가 간당간당하게 조건을 만족시키긴 해서, 호기심에 신청을 해 보았습니다.
아, 그래도 그녀가 프로필을 수락해 주셨네요.
음.. 약~간 사진이 밝은 톤이고, 펑퍼짐한 옷을 입어서 애매했지만, 귀엽고, 허벅지가 튼실해 보이고, 볼살이 통통하신 모습이 제 스타일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카톡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라고 합니다. 수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

답이 없네요.


인기가 많아서 그런건가.. 게시판 글은 어떤 상태인가.. 들어가 봤습니다.
근데, 댓글과 대댓글이 수십개가 달려 있더라구요. 뭔 일인가.. 찬찬히 읽어 봤는데

“ㅋㅋㅋ이래서 어플녀들 걸러야 한다니까? 취미가 골프라고? 역시 허세만 가득하네~ 남자들! 이런 사람 거르세요~”

악플이 달려 있더라구요. 
“지금 진지하게 자기소개 하고 있는데 지나가라 모자란ㅇㅇ야.”
“ㅋㅋ핵심 찔리니까 긁혔쥬~? 남자들 댓글 반응 보니까 실제로도 못생긴 것 같은데, 남자 돈 갈취하지 말고 얼른 글삭해라”
“ㅋㅋㅋ내가 허세라고? 나 전문직인데? 니놈이야말로 주제넘게 떠들고 있는 건 알고있음? 넌 전문직이라도 됨?”
“ㅋㅋ긁?”

이런 식으로.. 게시판이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열을 내며, 여러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그냥 도망칠 걸...


뭐..뭐지..? 도망갈까..? 싶었지만, 못본 척 했습니다.
한 5시간 뒤. 답장이 오네요.

 

“안녕하세요!! 청소하고 일기쓰느라고 답변이 늦었네요~ 반갑습니다!”

“글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얘기를 걸어 드릴까 조금 망설였어요~ㅎㅎ;;”

“네. 댓글 때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냥 신고하고 먹금했어요 ㅋㅋ”

먹금.. 이란 말을 처음 알았는데, ‘먹이 금지’ 의 준말로, 쓸데없는 말에 관심을 주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약속을 잡았습니다.
카톡 사진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다 뒷모습 아니면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모습.. 확대를해도 진짜 모습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 좋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맛집이 많이 있는 걸로 유명한 광화문 건물로 갔습니다.

소개팅 장소로 자주 갔던, 광화문 디타워


그날은 제가 한 10분 정도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버스가 너무 밀리네요! 빨리 갈게요!!”
음식점 앞으로 갔습니다. 마음이 두근두근.. 소개팅에서 제일 기대되는 때가 이 순간 입니다. 
제발.. 괜찮은 사람이 나오길. 복권 긁는 느낌으로, 통화를 하며 들어갔습니다.


“네 여보세요~”
“네 ㅇㅇ씨, 저 여기 앉아있어요. 여기!”


네.. 역시 복권은 당첨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도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이 여자분도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통통한...
썬글라스 사진이 많은 이유가 있었는데, 눈 밑에 꽤 큰 검은색 점이 있으시더라구요. 사진에는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어플을 사용했을까.. 마음이 추욱.. 쳐졌습니다.

자기소개에 전문직이라고만 되어 있어서, 직업을 물어 봤더니
“1년 약간 넘게 일했던 사내변호사인데, 위에서 너무 저를 괴롭혀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그만둔지 한 1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일정한 수입이 없고 부모님의 집에서 블로그만 하면서 소소하게 광고 수익으로만 먹고 사는, 회사를 그만 둔 변호사였습니다. 회사 생활이 많이 힘들었어서, 지금도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하네요.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로스쿨을 다니고 시험에서 떨어진 이야기,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윗사람의 악독한 짓과 사내 정치에 대해 말하는 그녀.

물론 저는 오랜 소개팅 경험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리액션은 잘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안하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외로워요.”

 

그럴수도 있겠다.. 공감을 하긴 했는데, 제가 상담을 해주러 나온건지, 소개팅을 하러 나온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고급 중식당에서 탕수육과 요리를 먹었고, 인근의 스타벅스..로 이동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게시판 얘기도 했습니다.

 

“게시판에 인간말종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그녀..

 

“게시판에서 어떤 남자가, ㅇㅇㅇ이 공산당하고 결탁했고, 집권하면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이상한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조목 조목 조리있게 반박을 했죠. 한 1시간 정도나 게시판에서 싸웠어요. 그 글이.. 그때 베스트에 올라갔어요.” 

 

자몽허니블랙티 잔에 있는 얼음을 씹으며,

 

“반박을 하니까, 그사람이 저를 대놓고 무시하더라구요. 나보고 고졸이라느니, 빨갱이라느니, 배운거 하나도 없다느니 하면서요. 제가 전문직이라고 하니까, 저 같은 지능 가진 사람이 전문직일 수가 없다고.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제가 바로 프교 걸고, 사진으로도 전문직 인증 했더니! 바로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잠수탔어요 ㅋㅋ 어찌나 통쾌하던지~


여행얘기나 취미 얘기 등등을 할 때는 풀 죽어서 얘기하던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니까 텐션이 확 살아났습니다. 그녀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억이었나 봅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호응해 줬지만, 속으로는.. 나한테 저런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 하는 사람인 것 같고, 이런 유리멘탈을 제가 케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게시판에서 싸운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사람은 좀..)


변호사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이런 사람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만약에 외모..가 제 스타일이었다면, 그래도 한번 더 만나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런 성격에, 외모도 그저 그랬으니.. 더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생존 확인만 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게시판에서 그녀로 추정되는 글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또 열심히 글을 작성하고 계시겠지요..

그녀가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소개팅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 좋을 것 같습니다.

 

 

7. 스타필드는 죄가 없다. 진짜..?

 

어느 봄날, 생각 없이 스카이피플을 하고 있었는데, 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키가 150 정도로 작은 편이고, 증명사진처럼 양복 입은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귀여운 걸 모으는 취미가 있어요. 결혼할 수 있는 진지한 인연을 원합니다! 메시지 주세요^^”


수수하게 생겼지만, 볼살 가득한 모습과 앞머리를 내리고 찍은 얼굴에서 약간의 귀여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매칭을 요청하는 OK 권을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


역시나 답이 없네요. 남자들이 가득 있는 어플이니,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인기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24시간이 지나서 상대방이 제 매칭 요청을 수락하려면, 사이버 머니를 더 써야 하거든요. (어게인오케이, 슈퍼오케이)

그래서 하루가 넘게 지나면 성공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나 하루가 넘게 지났고, 저는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잊어버렸죠.


다음날 저녁, 회식이 있었습니다. 술 많이 먹고 화장실을 갔는데, 오잉? 장문의 카톡이 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 썼는데..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고 성향도 비슷한 것 같았어요. 계속 생각이 나서, 뒤늦게 수락해 보았어요.”

먼저 카톡을 이렇게 길~게 보내주셨다.

 


그녀가 제 요청을 수락하고, 제 번호를 보고 먼저 카톡을 보내 주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남자가 매칭 요청을 보내고, 여자가 수락을 하고, 그러면 번호가 열리고, 그 다음에는 남자가 먼저 카톡을 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근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먼저 설명해 주고 이해를 구하는 것을 보면서, 이 여자가 괜찮은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음식점 후보를 다양하게 3개 정도는 제시하는 편입니다. (안그럴 때도 있지만)
선택권을 다양하게 준다는 측면도 있고, 정성을 들인다는 인상도 심어주기 위해서이죠.


 “와~ 3군데 다 너무 괜찮은 곳들이에요~ 소중한 휴일에 이렇게 알아봐 주시고.. 선택지 너무 완벽한데요? 감동이에요~”


그녀는 말도 예쁘게 하며 호응해 주었습니다.
평일 저녁, 강남역의 한적한 와인바에서..

지금은 없어진, 그녀와 함께 갔던 와인바


저는 검은색 티와 면바지를 입고,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자리도 전부 다 소개팅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색한 소개팅, 이제는 하기 싫다.. 정말.

 

어색하게 웃는 소개팅남녀들을 보며.. 울렁거림이 올라왔습니다.


아, 멀리서 그녀가 오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ㅇㅇㅇ 씨?”
편한 면바지에,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그녀. 약간 사진보다는 통통하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외모 범주에 들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소개팅들이 다 그렇듯, 하는 일에 대해서 먼저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을 케어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분이 다니는 로펌 자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많은 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정폭력이나, 성추행, 임금체불 등..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들의 멘탈까지 케어해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럴려고 변호사가 됐다고 하네요.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과 함께 가해자에게 찾아가서 따진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니 키도 작고 왜소하고, 조용조용한 사람이 어떤 용기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참 그녀가 정의롭고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학폭 피해자 등에게 법률 지원도 해 줬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친구들 사기당한 문제도 해결해 준 것 등, 다양한 사례를 들으면서, 이사람이 참 가치관도 바르고 용기있는,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사람과 함께 하면 든든하겠구나.. 생각을 했죠. 참, 변호사는 멋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와인을 먹고, 강남역 지하철로 향하며.. 다음에 또 보자고 애프터 신청을 했습니다.


“네! 좋아요 ㅇㅇ님 ㅎㅎ 오늘 덕분에 너무 맛있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냈어요 감사합니당!
그녀는 예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다음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녀가 자기소개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인도어 활동을 좋아해요~”
라고 적어놓은 게 생각났습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 순간, 제 머리속에 ‘하남 스타필드’ 가 떠올랐습니다. 인도어 활동을 하고, 영화보고 아이쇼핑을 하자는 핑계로 그녀를 꼬셨고, 그녀도 수락했습니다.
약속을 잡은 날 밤, 대학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야~ 변호사라고~? 잘해봐~!”


저 말고는 다 유부남들인 친구들은, 제 소개팅 스토리에 환호했습니다.
“그래서, 애프터는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하남 스타필드~ 인도어 활동을 좋아한다 해서~”

하남 스타필드..


“쓰읍..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거기 휴일에 진짜 사람도 많고 정신없어. 얘기가 되겠어?”
흠 그럴려나..? 그래도 첫번째 만남에서 워낙 잘 통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디서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미 약속도 정해 놨기에,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 정도..
강동구에 있는 그녀의 집 앞에 차를 몰고 가서, 그녀를 태웠습니다. 


“점심 약속 마치고, 집에 빨리 돌아와서 다시 꽃단장 하고 나왔어요!! 헉헉”


급하게 하고 나왔는지, 마스카라가 속눈썹 털에 뭉쳐 있었습니다. 귀여웠습니다. 저번에는 편한 복장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왔네요. 차에 탈 때 몰래 곁눈질로 봤는데, 음.. 

허벅지가 튼실하고 골반이 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호감이.. 상승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스타필드에 갔습니다. 

 

스타필드의 교통체증.. 엄청났다.

 

근데, 휴일이라 차가 정말 밀리더라구요. 겨우 겨우 주차를 하고.. 그것 때문에 시간도 늦어서 정신없이 영화를 봤습니다. (쥬라기월드)
영화를 보고 나니, 뭔가 멍하더라구요. 그녀도 뭔가, 넋이 나간 표정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힘이 날까 싶어,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푸드코트 이곳저곳, 알아봤던 음식점을 뒤져봤는데, 모든 음식점에 사람이 진짜 꽉꽉 들어찼더라구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겨우 어느 돈까스 집에 가서 앉았는데,
주변이 다 유모차 끌고 온 아이엄마들.. 

"에엥~ 에엥~ 으아앙~~ (애기 울음소리)"

"노는게 제일 좋아~~ (뽀로로 동영상 소리)"


아이들을 달래줄려고 유튜브를 키는 엄마들.. 아이 울음소리와 동요 소리를 들으며, 정신없이 돈까스를 먹었습니다.

 

 

대화도 뭔가.. 길게 이어지지 않더라구요. 어떤 얘기를 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도 저도, 약간 귀여운 액세서리 같은 걸 좋아해서, 서로 카톡에서 귀여운 기념품 같은거 사진 보내면서 공감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끝나고 아이쇼핑을 잠시 했지만,
“..”
제 옆에서 걷고 있는데, 저번과는 달리 말도 별로 없고, 기운도 없는 그녀.. 눈을 봤는데, 무슨 토끼처럼 새빨개져 있었습니다.
결국,


“음료 테이크아웃 해서 가요.”


점심 약속을 갔다와서 피곤하다며, 집에 다시 가자고 하더라구요.
아.. 망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녀의 집으로 데려다 줄 때, 분위기를 만회해 보기 위해 밝은 음악을 틀어놓고, 농담도 해보고, 여행 이야기 등등 공감을 이끌려고 시도해 봤지만,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그녀의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승부수를 걸었습니다.


“ㅇㅇ님! 오늘도 오랫동안 함께해서 좋았어요. 오늘은 차도 막히고, 편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해요. 다음에 또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거 먹고 싶어요ㅎㅎ 어때요?”


그녀는
“네.. 알겠어요 생각해 볼게요”
라고 했지만, 저 들리라고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혼잣말처럼

 

“오늘은 저번보다는 조금 재미가 없어서..”

 

라는 말을 작게 했습니다.

네 뭐. 그녀에게 맡길 수 밖에 없죠.
그녀 집 앞에서 그녀는 내렸고, 저도 내려서 잘 가라고 인사했습니다.
“잠시만요~”
집 앞 파리바게트로 뛰어가더니, 제가 좋아한다고 했던, 피자빵과 소세지빵을 사주네요.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ㅇㅇ님! 내일 드세요 ㅎㅎ”


호감 표시일까? 약간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풀어졌습니다.

집으로 가 보니, 카톡이 하나 있더라구요.

"좋은 분이시니 좋은 인연 만나실 것 같다" 이런 말 그만 좀 들었으면.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호감을 많이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연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분이시니, 분명 좋은 인연 만나실 것 같아요”


그 카톡을 보고, 그냥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오늘 만남에서, 뭔가 잘 안풀리는 것 같아 오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긴장해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 같다. 그래도, 만나면 만날수록 더 케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정말 슬프다
라면서, 가끔씩이라도 연락하고 싶다고, 나중에라도 제가 생각나면 연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저도 마지막 연애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더 마음이 커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혹시 시간이 흐르고 다른 생각이 든다면 연락 드려볼게요. 정말 좋으신 분이라는 거 충분히 잘 느낄 수 있었고, 여러 매력적인 모습 보여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라 얘기 했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한 반년 정도 지났지만, 저는 스카이피플에서 여전히 당하기만 하고,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외로운 마음에, 그녀가 생각 났습니다. 어떻게, 잘 지내고 있을까..


“ㅇㅇ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세요? 잘 지내실지.. 혹시 기분 나쁘시다면 정말 죄송해요”


이렇게 용기내어 카톡을 했습니다.

답장이 오긴 오더라구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ㅋㅋ 아뇨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데.. 저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ㅠ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랄게요!”

네, 그래도 좋게 좋게 답장이 왔네요.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녀와의 인연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은 커플 사진으로 바뀌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그녀의 카톡을 보니, 남자친구랑 헤어진 것 같네요. 어플에서, 그녀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8. 믿음, 소망, 그리고 그녀

(사진으로 보여지는 특정 종교는 예시로, 대략적인 상황은 맞지만,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내용을 약간 각색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글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어느 늦가을, 저는 연이은 소개팅 실패로 우울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올해 끝나기 전에 인연을 만들 수나 있을까..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또 그 망할놈의 스카이피플밖에 없었습니다. 어플을 켰습니다. 근데, 괜찮아보이는 분이 하나 보이더라구요.

이런 느낌의 그녀..


33살, 반도체 중견기업 경리로 일하는 사람. 너무 말라보이긴 한데, 박보영을 닮아, 서글서글하니 인상이 괜찮아보이더라구요.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날 선택해 줄까?
그래, 한번 용기내 보자.
사이버머니를 결제한 뒤, 매칭 요청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역시, 제한시간이 다 될 때까지 (하루) 응답이 없으시더라구요.
그럼 그렇지.. 씁쓸하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은 그 때,

“위~잉”

상대가 매칭을 수락하였다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가슴이 두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님! ㅇㅇㅇ라고 해요.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네~ ㅇㅇ님! 반가워요! 메시지 먼저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카톡을 해 보니, 빌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 예의도 있으시고, 빌런이 아니네요. 첫 느낌이 좋았습니다. 바로 약속을 잡았죠.

어느 주말, 강남역의 한 피자 맛집,
자리가 없을까봐 30분 먼저 음식점으로 가, 그녀의 자기소개를 읽으며 향수를 뿌리고, 립밤을 바르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ㅠ”

근데, 오.. 사진보다 훨씬 예쁜 미인이었습니다. 피부 하얗고, 얼굴 작고, 눈매가 큰 강아지상.. 제가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코트를 벗었는데, 핸드폰하는 척하면서 곁눈질로 보니, 제가 그토록 찾던 ‘하체통통’ 몸매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키도 170정도여서 정말 늘씬한데.. 이런 괜찮은 사람이 172인 저를 좋아할까 싶었습니다. 그래. 그래도 한번 도전은 해봐야지.
소개팅을 지겹도록 해 봤던 저는, 상대방의 일, 취미, 관심사 등 익숙한 패턴으로 대화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했고,

 “하하.. 네.. 그래요..?”
낯을 조금 가리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웃으며 호응해주려는 모습이 귀여웠던 기억이 나네요.

즐겁게 대화를 하고, 2차 카페로 이동.. 그녀도 편해졌는지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한 4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대화했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승강장까지 걸어갔습니다.
걷는데, 그녀가 자꾸만 제 쪽으로 붙으면서 팔뚝이 부딪치더라고요. 그린라이트인가 싶었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괜찮으시다면, 다음에도 또 맛있는거 먹어요!!ㅎㅎ”
외모도 제 스타일인데 대화도 잘 통하니, 애프터는 꼭 하고 싶어,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굳어진 그녀는
“네.. 생각해 볼게요.. 안녕히가세요..”
라고 하더니,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휙 가버렸습니다.

 음.. 역시 끝인가.. 우울해진 저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ㅇㅇ님! 성격도 정말 좋으시구,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 주셔서 오늘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요!!ㅎㅎ 감사합니다. 푹 쉬시구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도 마음 표현은 해야겠어서, 자기 전에 장문의 카톡으로 제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역시, 다음 날 하루 종일 1이 없어지지 않았고, 끝났나보다 생각하던 그날 밤,
 “네 ㅇㅇ님 ㅎㅎ 늦게 카톡해서 죄송해요. 저도 덕분에 정말 좋은 시간 보냈어요. 시간 되시면 또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ㅎㅎ”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보다 너무 대단한 사람 같아서 많이 망설였지만, 잘 통하는 사람이라 용기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두번째 만남은 대학로의 한 고깃집에서.. 아직 좀 어색했지만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 먹은 후, 계산대로 갔는데,

“에잇! 몸통박치기!”

저를 어깨로 밀쳐내고 계산하더라구요. 역시 키가 커서.. 힘이 세네요. 은근히 장난기도 있는 귀여운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카톡이나 통화를 하루 종일 주고 받으면서, 성격도 좋고, 귀엽고, 무엇보다 감성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소고기는 목적이 있다.


 세번째 만남, 그녀와 여의도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예쁜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오셨네요. 그날도 쉴새없이 대화했고, 분위기가 좋은 인근 소고기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소고기를 맛있게 먹던.. 그녀.


그날따라, 제가 구워주는 고기를 야무지게 먹는 그녀가 참 귀여워 보였습니다.

다 먹고, 음식점에 미리 맡겨 두었던 꽃다발과 향수를 가져왔습니다.

“ㅇㅇ님 덕분에, 요 몇주가 너무나도 즐겁고 설레였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 봤어요. ㅇㅇ님! 이제부터는 우리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만나면서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ㅎㅎ”

 그녀는 꽃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꽃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 참 예뻤다.


“오늘 너무 감동이에요... 고백한다고 미리 선물 준비해 준 것도 넘 예뻤고, 서투르게 표현하는 순수한 모습도 너무 귀여웠던 것 같아요.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나두 오빠한테 채워줄 수 있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요”

고백을 받아주며,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 나서 첫번째 데이트.. 손 잡고 길을 걷는데,


“오빠.. 나 사실..”

망설이더니,

 “나 집안이 어려워서, 도저히 공부할 형편이 못 됐어.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어.”
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것만 얘기했지만, 3달동안 양파껍질 까듯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어두운 부분을 얘기 합니다.

“나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아버지 어머니 전부 다 집을 나가셨어. 좁은 반지하에서 할머니랑 오빠랑 어렵게 살았는데, 얼마 안가서 할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고, 이모가 키워 주셨어.

“사실, 어머니랑 이모 둘 다 발에 장애가 있어서 걷는게 좀 불편하셔. 그래도 이모는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시면서 조금이라도 돈은 벌고 계셔.. 지금은 원룸에 살고 계셔. 노후준비는 안 되셨고 어쩌고..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19살에 바로 취직했고, 장애인인 이모를 14년 동안 금전적으로 도와드리며, 난이도가 높은 삶을 살아왔더라구요.
저도 사실.. 지금은 집안 사정이 괜찮지만 학창 시절은 꽤 어렵게 보냈는데요, 저는 그래도 부모님이 계셨고, 공부를 할 수는 있었으니, 이사람과 비교하면, 저는 그냥 패션가난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녀가 이런 어두운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솔직히 조금 고민이 되긴 했습니다.

“오빠, 혹시 이게 많이 걸리면.. 언제든지 그만 만나도 돼. 편하게 얘기해줘.”

가난은 늪과 같은 것.. 형편이 어려우니 여자쪽을 도와줘야 할 수도 있고, 돈 모으는 게 어려워지다 보면, 회사나 친구들 등, 제 주변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걸 각오해야 하고, 자식들에게도 영향이 갈 테니.. 말이지요.

실제로, 이 여자는 전 남자친구와 6년 정도 사겼는데, 남친 부모님이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 아들은, 경제적으로 급이 맞는 사람과 결혼시키고 싶네요”

그녀는 상견례 자리에서, 드라마 같은 이별을 경험했다.


해서, 끝난 적이 있다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땐, 이 여자는 장점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오빤 능력도 좋지만, 성격도, 외적으로도 내 이상형이야!”

저를 많이 좋아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귀엽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봤지만, 잘생겼다는 얘기는.. 거의 이 여자한테만 들어봤던 것 같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장점으로 봐 주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성격이 순하고,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여자친구들이랑 데이트할 때를 생각해 보면,

"오빠, 이젠 내가 익숙해졌다.. 그거지?" <- 무서워..


“오빠, 오늘 어디서 먹을지 뭐할지 생각 안해왔어? 그래. 이젠 내가 익숙해졌다 그거지?”

이런 식으로, 저를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딱히 제게 뭐라고 한 적이 많이 없었습니다. 어디서 만나서 뭘 하든, 그냥 저를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이사람과의 만남은 항상 편했고, 저도 가식적이지 않은 저의 본 모습, 가장 편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10시간도, 이틀도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검소하고 허세가 없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월 300 정도 번다는데, 명품 하나도 없고, 귀걸이 목걸이도 10만원 이내 제품이었으며, 돈 아낄려고 매일 요리해 먹고 도시락 싸가는 여자..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 8천만원 정도 모았다 하더라구요.
스피에서, 직업도 별로고 돈도 못 벌면서 허영심 가득한 사람들을 지긋지긋하게 봐 와서 그런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바르게 자란, 이런 수수한 여자분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 제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배움이 조금 아쉽고, 가정형편과 경제사정이 조금 어렵다 치더라도, 내가 더 열심히 벌고 더 노력하면 되겠다. 이사람이면 됐다. 생각했던 것이죠.

그녀와의 데이트는, 정말 좋은 추억이 많았습니다.
맛집이나 핫플을 거의 모르던 그녀. 예를 들면, 오마카세도, 아웃백도 가본 적 없고, 심지어는 꽃빵, 멘보샤 등도 모르던데..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기분낼 때, 예전 스피녀들과 갔던 맛집들을 가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진심으로 고마워 했습니다.

만난지 한 두달 정도 지났을 무렵, 만나면 즐겁긴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빠, 알바를 같이 해본다면 어떨까?”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은근히 이게 재밌더라구요.

그녀와 함께 주말 알바를 뛰었었다.


거의 매주 주말 아침부터 만나, 한 4~5시간 동안 함께 음식점 알바, 혹은 배달알바를 뛰고, 알바를 끝내고 데이트를 했습니다. 알바를 할 땐 힘들었지만,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고, 그것 자체가 이야기 소재가 되었죠. 어느 날은, 같이 배달하다 갑자기 비가 왔는데 우산 살 돈이 아깝다 해서 길거리 박스 찢어서 들고 뛰어간 것도 떠오르네요.

그녀 이름으로 데이트통장을 만들었고, 알바비를 모아서 맛있는 걸 사먹거나, 호캉스,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형편을 알았기에.. 가끔씩 그녀가 돈을 쓸 때마다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돈벌어서 데이트를 하니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머리를 묶고, 힘들어하면서도 웃으면서 알바를 하는 그녀를 멀리서 보며.. 내가 어디에서 이런 생활력 강하고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사람과 결혼한다면 풍족한 삶은 힘들겠지만, 뭔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웃으면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것 또한 결혼 생활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큰 문제 없이, 물 흐르듯 한 반년 넘게 사겼고, 슬슬 결혼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말, 조용한 카페에서 손 잡고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오빠, 우리 이모랑 오빠 보고싶지 않아?”

결혼 얘기를 꺼내더군요.
그런데, 음.. 약간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오빠.. 사실.. 내가 할 얘기가 있어. 오빠는 나 교회 다녀도 괜찮다 그랬었지?”

저는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교회를 다닌다 했지만, 일년에 두 세번 정도만 간다 했었고.. 제 앞에서는 교회 얘기를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독실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생각했던 것이지요.

사실.. 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ㅇㅇ 교회를 다녔어. 우리 집안 친척 사람들 모두 믿고 있어.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사진의 종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ㅇㅇ 교회..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이단으로 보고 있는, 과도한 포교나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피해 사례도 굉장히 많이 알려진 교회였습니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 걸로 유명한 곳이지요.

언론에서 나쁜 교회라고 하는 건 사실이 아냐. 여기가 제일 성경에 가까운 가르침을 주는 곳이고, 봉사도 많이 하고, 나쁜짓 전혀 안해. 오빠.. 나 그래도 바르게 자랐고, 이상한 짓도 안하잖아. 날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갑자기 머리가 텅 비고 막막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단 웃으며 생각해 보겠다 하며 그녀를 보냈습니다.

일이 하나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연차를 내고,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며 이것 저것 알아봤습니다. 그 교회 유튜브에 용기내서 들어가 목사님의 강연을 들어봤을 때에는, 딱히 나쁜 메시지는 없었던 것 같지만, 탈퇴자들의 글들을 보면, 교인들의 무분별한 전도나 종말론, 과도한 믿음으로 인한 이혼 등, 정말 많은 피해사례들이 있더라구요.. 이런 종교를 믿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들 몇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야, 너 정신 나갔어? 인생 난이도 높이는 결정 좀 하지 마. 차라리 그냥 혼자 살아.”

“잘 맞는 거 이외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친구야. 가정형편도 어렵다매.”

“그 여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최상의 시나리오만 상상하면서 행복회로 그리지 마.”

“내 남동생도 그런 애한테 홀라당 넘어갔다가, 지금 가정파탄 났다. ㅇㅇ야.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알겠나~”

제 편을 잘 안들어주고.. 웬만하면 저 놀리고 저를 탓하면서.. 이해하고 사귀라는 얘기만 하던 친구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전부 다 반대를 하더라구요.

부모님은 이 얘기를 듣더니, 한숨만 쉬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려운 것도 그렇고, 다 이해해 줄 수 있는데.. 종교까지는 조금 어렵겠다.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생각해 봐라.”

하셨고, 어머니는

“그 여자애가 딱하다. 그게 다 걔 잘못도 아니고.. 우리는 전도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너가 괜찮다면 해라. 다만, 너가 고생할까봐 그게 걱정되는 거지...”

평생.. 이단, 사이비종교를 피하는 삶을 살아왔었는데, 어찌 제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만약에 이 여자애가 스피 자기소개에 땡땡 교회를 다닌다는 말을 써 놨다면, 저는 절대 데이트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미 반년 넘게 사겼고, 너무 좋은 상태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평소에는, 하루종일 사랑이 가득한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생각이 많아지니.. 대충대충 카톡을 했고, 여자애도 제 눈치를 보고 마음이 답답한 게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종교 커밍아웃 한 며칠 뒤,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가 예전같지 않아서.. 나 너무 힘들어..”

그녀도 너무 우울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종교에 대해서 말할 땐..


오빠가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 우리 가족들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어. 우리를 사이비 종교 믿는, 모자란 사람으로 보는거야?

그 사람이 상처받는게 마음이 아파서 얘기를 안하려고 했지만, 종교에 대해 인터넷에 나와있는 얘기들과 주변 사람들의 평가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니,

우리 종교를 선입견 가지고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인터넷 안좋은 글들은, 우리 교회가 잘 나가니까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야.”


“친구들은 오빠가 걱정된다 하니까 그냥 편 들어주는거지~ 그 사람들이 우리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관심이나 있을 것 같아?”

“같이 가는 건 바라지도 않아~ 여기 사람들이랑 결혼해서, 서로 존중하며 잘 살고 있는 무교 사람들도 많아. 그냥 남자답게 한번 부딪혀 보면 안돼~?

평소와 다르게 큰 소리로 저를 다그쳤습니다. 그녀의 다급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난 오빠가 너무 좋아.. 이것만 넘어가면, 우리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발.. 오빠..”

불안한 듯, 그녀는 울면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판단이 잘 서지 않아, 그녀에게 이 관계에 대한 확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잘 달래서 전화를 끊었고, 좀 더 깊게 생각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심신을 정리하고, 그분과 만나면 좋은 점, 그리고 만나지 않으면 좋은 점 5가지씩 메모장에 써 봤습니다.

 

그녀와 결혼할 때의 장점, 그리고 단점을 써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도 모르게 장점은 7가지로 늘려서 썼고, 단점은 3가지로 줄여서 썼더라구요. 그 사람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할까. Yes 나 No 사이에 방법이 없을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나름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습니다.

평일 저녁, 전화 타임.. 언제나처럼 일상 얘기 하면서 즐겁게 통화하다가,

“오빠.. 우리 어떡해..?”
그녀가 또 종교 얘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ㅇㅇ아,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

제가 그 교회에 대해서 걱정하는 점들에 대해, 그녀에게 차근차근히 설명했습니다. 그쪽 집안이 다 이 교회를 믿는다고 하니, 저를 포함한 우리 집안 사람들, 나아가서는 자녀에게 과도한 포교를 하는 것, 과도한 십일조, 그리고 종말론 등 반사회적인 종교적 행위에 대한 우려를 얘기했습니다.

 “ㅇㅇ아, 너는 이렇게 안할거지?”

라고 하니,

“하! 진짜.. 우리 교회를 어떻게 보는거야! 절대 나는 이런 행동 하지 않아. 전도? 싫다고 하면 안할거고, 십일조도 10% 이상 안낼거고, 이상한 행동 시키면, 나 교회 당장 탈퇴할거야. 나 못믿어?”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나도 지금의 너를 믿지.. 하지만, 종교로 인해 상황이 나중에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믿어. 그럼, 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삶의 지침을 문서로 남겨 놓으면 어떨까? 미워하거나 끝내려고 이러는 게 아냐. 우리 사랑도 지키고, 가정의 행복도 유지할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런 행동을 안한다고 했지만, 사람을 믿는 종교고 악명이 높기 때문에, 윗선의 방침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면 가정의 행복에 반하는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생각했고, 그럴 때 혼전계약서 같은 문서, 각서가 있으면 그녀도 그런 나쁜 압박이 들어올 때,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나 제 가족도 어느정도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구요.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했습니다.

“오빠, 이런 결혼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각서라니.. 이건 힘들어..”

그 여자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요구사항을 구체화시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만났고, 종교 얘기만 하지 않으면 여전히 재미있는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또 종교 얘기가 나오면, 그 종교에 대한 교리, 그 종교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에 대한 논쟁, 그쪽 가족들이 교회얘기를 할 텐데, 원천차단을 할 수는 있는지 등등..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들을 계속 하고, 결혼 진행하겠다는 확답은 못하고, 지쳐서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하기야, 종교 때문에 전쟁도 일어났으니..



몇 주 동안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지쳐서, 휴전 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제안 하나를 합니다.

오빠, 우리 교회.. 정말 한번 가 볼래? 가서 우리 오빠랑 언니랑도 좀 보구~ 그럼 오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예전에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그땐 제가 겁이나서 거절했었거든요. 하지만, 저도 지쳤고, 정보라도 더 얻어보자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 봤습니다.

“오빠랑 언니랑.. 거기서 목회자로 일하고 있어.”

목회자 라는 단어 뜻을 잘 몰라서, 그냥 스텝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주말, 서울의 어느 교회.. 그녀와 함께 사람들이 사이비라고 하는.. 바로 그 교회에 갔습니다.(ㅋㅋ..)

 

이런 곳을 내가 가게 되다니.. 처음엔 좀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안에는 여느 교회랑 분위기가 크게 다르진 않더라구요. 눈 풀리거나 이상한 짓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오빠와 오빠 와이프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ㅇㅇ씨,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오빠도.. 키도 크고 말끔했다. 수트를 입고 있었던..



말끔한 정장을 입은, 그녀와 닮은 분이 꾸벅 저에게 인사했습니다. 가만, 전도사..? 

가만, 전도사.. 라면... 믿음이 정말 깊은 사람이 아닌가?

 

그러면 믿음이 정말 깊은 사람이 아닌가..? 나중에 들어 보니, 일정한 주거 없이, 월급도 거의 없이, 와이프와 함께 교회 안에서 거주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더라구요. 

진짜, 종교란 뭘까. 정말 놀랐습니다.

“긍정적으로 봐 주시고, 용기내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에, 저도 모르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꿨습니다.

“저희 교회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가시죠.”

다함께, 교회 안에 있는 홍보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둘러보니, 마치 박물관처럼, 온 벽면에 성경 이야기,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기존 기독교가 변질되어 온 역사, 그리고 그 교회의 역사 및 교리를 말하는 성경 구절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교회에 대해 좋게 적어놓은 언론 기사, 그리고 각종 봉사 감사패들도 있었습니다. 인원은 저희 말고도 한 10명 정도가 더 있었습니다. 기존 교인이 대부분이었고, 저같은 외부인도 있었습니다.

교회 홍보관...


정장치마를 입은, 엄청 예쁘고 귀엽게 생긴 해설가가 이야기합니다.

“현대 교회들은 성경대로 신앙하고 있지 않고, 하나님,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ㅇㅇ교회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그대로 이루어낸, 성경대로 이루어진,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꿈의 낙원입니다.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 이사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럼 다른 교회 믿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바보인가? 하는 것과, 

사이비를 비롯해 모든 기독교 종파들이 자기는 성경대로 행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교파에 따라 성경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면.. 성경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고, 오히려 사람들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태워버려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닐까? 

물론.. 기독교 믿는 분들이 듣는다면 대노할 사탄 같은 발언이겠지만, 성경 그리고 기독교 자체에 대해 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거기서 한다면.. 갑자기 문이 닫히며 청테이프를 가져올 것 같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농담입니다..

한시간 정도 해설을 듣고, 저희 4명은

“오신 김에, 교회 홍보 영상도 보시죠..”

교회의 설립 역사, 규모, 봉사활동, 단체활동 등 전반적인 소개 영상도 함께 봤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그녀의 오빠가 조심스럽게 얘기합니다.

“걱정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상한 교회는 아닙니다. 저희는 가정을 파괴하거나 이혼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정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이 성경의 말씀입니다. 신도들을 다 컨트롤 할 수 없어 가끔씩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무리해서 전도를 하라고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를 모두 믿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악의적으로 쓴 글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도 하나님 예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고자 일평생 노력해왔고, 그분의 가르침을 전도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 대화하는 내내, 정말 어색했고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그분은 이런저런 농담도 건네가며 분위기를 풀어가며 노력하셨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나요?”

“네.. 아무래도 교리가 일반적이지 않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모신다는 게..”

“그건.. 성경 공부를 하시면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오늘은 성경 얘기를 하는 건 조금 그럴 것 같군요. 저도 여러 관점에서 공부를 해 봤지만, 이 곳이 제일 성경 그대로 해석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였습니다.

 

얘기가 끝나고,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제 동생,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다음에 밥 한번 해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은 진심으로 얘기했습니다. 웃으며 네 하고 나왔습니다.

차 몰고, 그녀의 집 쪽으로 돌아가는 길..


“오빠! 오늘 어땠어? 우리 교회 괜찮지?ㅋㅋ”
그녀가 애교를 부리며, 눈을 크게 뜨고 물어봅니다.

생각해 보면, 전혀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신으로 모신다는 것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구요. 그런 측면에선 교회에 대한 걱정이 계속 된다고 애기했고, 그녀는

“하..ㅠ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녀는, 교회를 제게 보여주면 제가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 뒤로도, 한 일주일 동안.. 답이없는 종교 얘기를 계속 했습니다.

“오빠, 사후세계를 믿어?

“아니, 나는 믿지 않아. 스티븐호킹이 말했어. 사후세계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만들어 낼 동화일 뿐이라고. 기독교인들은 이런 말을 싫어하겠지만..”

“아직 우주도 다 밝혀지지 않았는데,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 않아? 성경도 고구려 신라 같은 역사책인데, 성경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모든게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것들은 비유나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해.”

예수님도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핍박을 받았어. 나한테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다고 뭐라 하지만, 성경에 명확히 나와있고, 증거가 딱딱 맞아 떨어진단 말야. 근데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어?”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야.

그런 발언은 우리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얘기야. 오빠는 성경공부도 안해봤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단정지어?”

예를 들면 이런 대화들이었는데, 참..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답이 없네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얘기했고 할 말도 별로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돌려 말하지 말라고 해서 저도 직접적으로 제 생각을 얘기하게 됐고, 점점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서로 상처를 주는 말도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생각보다 그녀, 그리고 그녀 집안의 신념의 뿌리가 굉장히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각서를 쓴다고 해도 뒤집힐 확률이 높고, 결혼 후 우리 집안에 영향을 크게 끼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적어도 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을 믿는 그 종교를 존중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이러이러해서 종교를 존중할 수 없을 것 같다. ㅇㅇ이가 믿음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당황해서,

“아니.. 우리 오빠랑 이모 1년에 몇번 보지도 않아~ 집안에 영향 끼치지 않을거고, 싫으면 전도도 절대 하지 말라고 할게! 각서 얘기 하니까 우리 집안에서 기분 나빠했지만, 각서 쓰라면 몰래라도 쓸게.. 아이가 클 때까지 종교 얘기는 절대 안할게

라고 하기도 하고,

“오빠.. 우리 가족들에겐 이 교회가 삶의 전부야. 지금 내가 교회 그만두면, 가족들에게도 큰 상처야. 오빠는 원망 받을거고, 난 가족들에게서 버려질지도 몰라. 그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신앙심이 깊지 않은 편이고, 미래는 몰라. 일단, 오빠가 내 종교를 존중해주겠다고 얘기하고 결혼하면 안돼? 가족들하고 멀리 떨어져 살면, 서서히 안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오빠..”

다급해진 그녀는, 자기가 양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저에게 쏟아내었습니다.

오빠는.. 끝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오빠는 끝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내가 이렇게 양보하는데, 오빠도 좀 움직여줘야 하는 거 아냐?

서운함도 토로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신앙심이 굉장히 깊다는 것을 알았고, 교회 다닌다는 횟수도 일년에 한두번 이라 하더니 어느새 10번 정도로 늘었고.. 그러니 숨겨진 다른 얘기가 있을 것 같고, 또한 서로의 사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차분하지만, 매정하게 얘기했습니다.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다.


“오빠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오빠.. 제발..”

모든 것이 무너진 듯.. 그녀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이 흐르고..

“알았어.. 이번 주말에는.. 볼꺼야?”

“.. 그래.. 보자..” (...?!)
마음이 약해져서, 보자고 했습니다.

주말, 은평구에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만났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했고, 

내가 웃자, 또 그녀는 바보같이 웃었고...

그녀는 웃었고, 

 

또, 평소처럼 즐겁게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랑 다르게 메뉴를 4개나 시켰는데, 둘 다 입맛은 없어서 많이 못 먹었고, 알뜰하게 둘로 나눠서 포장해갔네요. 뜬금없이,

“오빠, 사진 한장 찍어도 돼?”

해서, 발랄하게 브이 포즈를 취했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구요. 종교만 아니면, 아니, 내가 그 종교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건 또 안되겠고.. 하..

여튼, 다 먹고, 그녀의 집 쪽에 차를 대고, 평소에 그녀와 많이 가던 한 동네 전통시장에 갔습니다.

“오늘은.. 우리답게 놀아보자 오빠”

함께 뛰어다니면서 음식점 배달알바를 하고, 그 돈으로 시장 믹스커피를 먹으며, 손잡고 시장 구경을 하고, 로또 집에 들어가 즉석복권도 긁어보고,

“오빠, 로또 숫자 6개 찍어봐!”

6개를 찍으니..

“오빠는 어차피 로또 안 될 거니까, 이거 빼고 찍어야지~ 메롱~”

그렇게 놀다가, 그녀의 좁은 원룸에 들어가서 1+1 수박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는솔로를 봤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기대며,

“오빠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최고였어.. 진심이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

라고 했습니다. 그날도 별로 뭘 한 것은 없지만,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고, 어느덧 갈 시간..
그녀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몰래 사 둔, 가격이 좀 되는 금목걸이와 제 미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책상 구석에 나뒀고,

“오빠.. 너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와 줘서 고마워.. 위로가 됐어 오빠”

오랫동안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나눴고, 손을 흔드는 그녀를 뒤로 하며.. 웃으며 인사하고, 차를 몰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 모두가 반대하던 만남이었습니다.

한창 싸우던 때, 혹시 해결방법이 없을까 하고 심리상담센터까지 전화해 봤는데, 20년 경력의 상담사가 딱 잘라 말하더라구요.

“ㅇㅇ씨, 정신 차리세요. 사귄지 몇 달 지나고 나서 얘기하는거.. 사이비교회의 전형적인 포교방식이고, 그 여자분이 ㅇㅇ씨를 속인 겁니다. 지금 열받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지능에 문제가 있어요. 그 여자분 학력도 별로죠? 딱 그래보여. 학력 차이 많이 나면 결혼생활에 분명 문제 발생합니다. 각서요? 각서 써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 사람들이 그쪽 사람들이에요. 결혼하면 본인 및 자식 포교 얘기 나올거고, 그렇게 싸우다가 이혼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봤어요.”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 교회 얘기 늦게 꺼낸 이유를 물어 봤을 때,

“오빠가 왠지 싫어할 것 같아서.. 어떻게 얘기할지 고민하다가 늦어졌어. 이건 정말 미안해..”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느낌상, 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헤어지라고 하더라도, 제가 만남을 지속하겠다고 줏대 있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 또한 제가 남들의 눈치를 안 보는 사람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도 사회적 동물이고, 무교인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기를 원하고, 그런 종교가 제 인생의 바운더리로 들어와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려버리고 말았네요.

그럼, 그녀가 약간 쎄했던 순간이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오빠! 나 이더리움 있다고 문자왔어 ㅋㅋ 들어가봐야겠다”

할머니마냥 쉽게 문자 피싱 사기를 당했던 것..

“오빠, 옛날에는 웃음 아이콘 쓰더니, 요즘엔 안쓰네? 나에대한 마음의 정도를 웃음 아이콘이 있고 없고로 표시하는거 아니야?”

예측할 수 없게 상상의 나래를 펴던 것,

“오빠, 내가 호텔 산다니까.. 왜이렇게 부담스러워 해? 나랑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없나봐. 그럴거면 나 놔줘!”

그녀가 여행가자고 할 때, 그녀가 비싼 호텔 산다 해서.. (돈도 없는데) 비싼거 사지 말라고 몇 번 거절했더니, 이별의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

이정도만 기억 나는데, 이 정도면 통상 여자들이 화내는 범위 안에 있는 것 같단 말이지요. 종교 만 아니면 딱히 마음에 걸리는 게 없었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종교 차이는 이해하기엔 정말 큰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설득하고, 압박하고, 그녀의 종교를 타박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많이 준 것도 후회스럽습니다.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시간을 끌며 그녀를 피말리게 한 것도 그렇구요.. 그녀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사람 자체로만 봤을 땐.. 정말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녀도 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 세계에선 아니지만, 어떤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그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미래도 있지 않았었을까.. 싶습니다. 그녀도 남은 인생이 잘 풀려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참.. 서로 걸리는 거 없이, 무난하게 결혼으로 골인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여러분도, 무난한 인생, 무난한 인연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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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스카이피플 가입하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잘 부탁 드립니다.

 

저의 스카이피플 추천인 코드를 적어 놓습니다. (KRG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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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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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없지만, 얼마 전부터 블로그의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글로 하는게 더 제 생각을 잘 표현하게 되긴 하더라구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제몇 달 있으면 39.. 이네요..

이번달, 9월에도 한 6명 정도 결정사, 그리고 지인 소개팅을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 거절하고, 거절당하고.. 그랬네요. 정말 이런 의미없는 행동들.. 지치고, 이제는 그만 하고 싶습니다.

외톨이의 특징..ㅠㅠ 대인기피 무기력, 우울.. 밤 낮이 바뀜 등등... 이거 나잖아?

 

소개팅이 없을 때는, 거의 아무 일정이 없어요.

집에서 그냥 우두커니 앉아 과거의 만남들을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소개팅 어플의 존재를 알게된지 5, 그리고 결정사를 한지 1..

정말, 수많은 만남들이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 긴 시간동안 소개팅 어플과, 결정사 만남을 하면서 느꼈던, 두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그냥 제가 느낀 점을 말씀드린 것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첫번째로, 제일 궁금하실 부분, 외모 관련입니다.

이러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외모 및 몸매 수준을.. 1부터 10까지 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어플에서는 그야말로, 1부터 10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플의 장점 #1: 예쁘고 괜찮은 이성도 존재한다. 어필은 당신의 몫!”

 

저는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정말 가~, 기적처럼 외모도 성격도 10인 여자들과 매칭되서 만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니면 정말 자기가 100 퍼센트 이상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려는 목적으로 가입을 하는 거겠지만, 문제는, 저에게 이런 사람들은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닿지 않는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제 최선을 다 하며 원찬스를 노리지만, 몇 번의 설레는 만남 끝에, 결국 그들은, 제 마음에 큰 상처만 내고 저를 떠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안 있어.. 자기 수준에 맞는 상대를 찾아가게 되더라구요.

안그럴려고 하지만, 노력한 만큼 검게 타버린 마음의 상처는 다음 만남에도 여러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런 몇 년의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저도 제 수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구나.. 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플은 남초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웬만한 여성분들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매칭요청 메시지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괜찮은 여성분들을 어플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현실보다도 더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걸..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의 저도, 현질을 통해 수많은 여자분들에게 매칭요청을 보낸 적이 있었고, 여러 여자들 중 잰 적도 있었다는 점,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인기가 없네요.  

 

어플의 단점 #1: 상대방 어장 속의 물고기가 될 확률이 크다. 그 중의 No.1 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의 이상형 같은 분들 1
저의 이상형 같은 분들 2

제 이상형을 어플에서 만난 적이 몇 번 있는데, 이 사람이 떠나갈 걸 알아서 불안하면서도, 만난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긴.. 하더라구요. (ㅠㅠ)

여러분도.. 행운을 빕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어플에서 외모기준 1부터 10까지 보인다고 한다면, 결정사에서는 3부터 7정도까지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정사의 단점 #1: 어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모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건 본인 수준일 수도..”

 

결정사는 여자분들이 더 비싼 회비를 내고 들어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금액을 내고 결정사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요.. 그야말로, 결정사는, 2부리그인.. 셈입니다.. 그러나, 어플에서 가끔씩 보이던 1점짜리 외모 여자분은 보이지 않았는데, 결정사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 맞다, 그리고, 제가 올해 9개월 동안, 미차감 포함해서 딱 14번 정도 만남을 가졌는데,

티비에 나오는 유명 정치인 집안이나, 의사집안, 기타 금수저집안 등, 집안 좋은 분들은 꽤 소개받았지만, 단 한명도, 몸매가 좋은 분을 소개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 이런 말 하면 조금 그럴 수 있지만, 30대 남자들에게, 조건보다는 여자의 몸매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구나..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찾아봤는데, 역시..! 남자는 몸매였다. 사실 나도 몸매.. 좋아하지만, 내 수준을 알고 어느정도 내려놨다..ㅜㅜ 너무 뚱뚱하지만 않으면.

 

물론, 제 담당 매니저님이..

 

(만나뵌 적 없지만, 듀오 커플매니저는 이런 이미지일 듯..?)

아니 왜 안만나세요~ 이 사람 참하고 괜찮은데.. 한번 만나봐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저와 결혼 가능성이 있는 동등한 레벨의 여자분을 소개시켜줬을 거라 예상이 되구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제 수준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정사에도 더 외모도 좋고 괜찮으신 이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경험을 해 보지 못해서..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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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외모얘기를 하니까 추가로, 프로필 사진과 실제가 다른, “프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네요.

어플은.. .. 그냥 정글이죠 뭐. 요즘 워낙 사진 편집 어플도 많고, AI 사진 올려놓으신 분들도 많더라구요. 프사기 당한 경험이 저는 꽤 많은데요, 얼굴 사기도 열받지만, 더 열받는 건 몸사기였습니다.

 

몸사기의 예. 이것보다 훨씬 심했어요. 분명히 날씬한 전신사진이었는데, 만나보니 너무 뚱뚱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누끼를 땄나.. 어떻게 했을지 정말 궁금.

 

사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는데, 사진보다 정확히 몸이 두 배 정도 되시는 분이 나온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미리 판단하는 것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냥, 사진과 똑 같은 사람이 나오기를 신에게 비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정사는, .. 듀오에서는..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애초에 사진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짝 알아보기 힘들 때가 있구요.. 그래도, 매니저분이 관리를 해서 그런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프사기까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어서, 진지함과, 매너에 대해서 비교를 해볼게요.

 

어플의 단점 #2: 넘쳐나는 비매너 속에 상처만 쌓인다. 흔남 한정..”

 

물론 어플에서 진지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서 제가 어플만남으로 겪었던 일들을 썰로 풀고 있는데, 아직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이 남았습니다..ㅠㅠ

 

어플에는, ‘당파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겪었던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금요일에 매칭이 되었고, 그 주 일요일 정오 정도에 만나기로 해 놓고, 여자분과 이야기하다가 관심있는 음식점이 있으시다고 해서, 제 선입금까지 내고 음식점 예약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10시 정도에 만남 확인 카톡을 보냈더니,

 

"제가 오늘 오전 9시에 스카이피플 익명 게시판에 이 상황에 대해 글 올려봤는데, 다들 파토났다고 하면서 다른 매칭 잡으라고 하던데요? 연락을 안하시길래, 점심때 다른 매칭 잡았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당일 이른 시간에 확인 연락을 안했다는 이유로 (?) 차단을 하더라구요.

어이없던 제가 문자로 따지니, 제가 늙고 이해심도 없고 왜 결혼 못했을지 알겠다고 인신공격까지.....

아예 말이 안통해서 그냥 더이상 안보냈습니다.

 

당일 예약 취소로 음식점 예약 선입금 날린 것도 짜증이 났었지만,

제가 더 어이없었던 부분은, 약속을 정했는데,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서 제게 확인도 안하고 일방적으로 파토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지인이었으면, 과연 이렇게 했었을지 의문입니다!!!

익명게시판에 물어봐서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앞으로의 의사결정도 계속 스카이피플 익명게시판에서 했음 좋겠네요ㅋㅋ

 

이것 말고도,

 

(모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데 재미있어서 가져옴.. 당파의 원인)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거나 잠수타는 경우, 혹은 이것보다 더 기상천외한 일들이 어플에서는 정말 많이 벌어졌는데, 제 과거 글에 그 사례들.. 많습니다. 이런 비매너 행위를 어플에 신고하면, 어플에서 쓸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일부 주긴 하지만,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제재는 거의 없다 보니, 이런 일들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상대방이 제가 많이 아쉬우면 이런 짓을.. 하진 않겠죠. 얼마든지 다른 매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에 반해, 결정사에서 이런 짓을 하면, 바로 매니저분에게 따귀를 맞을 겁니다.

 

 

결정사의 장점 #1: 만남까지는 100% 이어지는, 매니저에 의해 관리되는 깔끔한 시스템

 

매니저분이 중간에서 각자의 연락을 받아 약속 장소 및 시간을 정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는 비공개했다가 약속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야 가르쳐 주십니다. 매니저분이 그러시기를, 약속 전에 미리 연락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봐서, 되도록이면 연락하지 말라고 하시던데,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약속 장소를, 당사자간의 요청이 없는 한, 대부분 카페나, 적절한 가격의 음식점으로 정해 주시는데, 따라서 미리 연락을 할 필요도 없고, 만남 전에 트러블이 생길 여지도 거의 없는 깔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플처럼 일방적인 약속 취소를 해버리면, 패널티로 유료 만남 기회를 하나 없애버리기 때문에, 일단 만남은 거의 100% 성사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한 70% 정도는 이런 카페에서 만났는데,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적어서 좋았고, 자연스럽게 "다음엔 밥먹을까요" 이런식으로 애프터를 잡을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결정사를 하다 보면, 매니저분과 가끔씩 통화를 하게 되는데,

 

"회원님~ 잘 지내셨어요~?"

 

나이 든 노총각이라 답답하고 조바심도 나지만, 이성을 소개시켜줄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약간 사무적으로 말씀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위로나 격려의 말씀 해주실 때마다 힘이 나더군요.

 

 

결정사의 장점 #2: 매니저분의 존재로 멘탈 케어가 어느정도 된다

 

그런데, 결정사의 만남 자체는 굉장히 느립니다. 매니저분에게 닥달을 하지 않는 이상, 2주에 두명 정도 프로필을 보내주시는 것이 일반적이구요, 두명 프로필을 다 거절하면, 2주를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가끔, 제가 소개받지 않은 상대방이 제 프로필을 보고 만남 요청을 먼저 할 때가 있어서, 추가적인 만남이 수시로 있기는 합니다.

 

결정사의 단점 #2: 만남 진행이 느리다

 

반대로, 어플은 뭐.. 원하면 무한대로 상대방의 카드를 깔 수 있겠습니다. 전 사실, 5년동안 어플에 한 700만원은 쓴 것 같습니다. 이성이 없어서 우울할 때, 20만원 정도 결제하고, 수십개의 카드를 한꺼번에 오픈해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일일이 매칭 요청 메시지를 보냈던, 열정으로 가득찼던 예전이 생각 나네요..

 

어플의 장점 #2 : 원하면 무한대로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 매칭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어플에서 많은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고 짧게 사귄 적도 꽤 있지만, 몇몇 분들은, 뭔가 일상에서 사귀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플에서 어떤 여자분을 한 한달 정도 사귄 적이 있는데, 그녀의 소개 카드에 그녀의 정보는 거의 하나도 나와 있지 않았고, 제가 아는 건.. 그냥 그녀는 대졸에 사무직 회사원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학교, 직장 모든 걸 어플에 인증했었고, 그녀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젠 사귀는 사이니까, 조심스럽게 출신 대학교랑 직장을 물어 봤더니,

 

오빠, 내가 왜 대학교를 가르쳐줘야 돼? 기분 나쁘네? 날 못믿어? 안 가르쳐줄거야.”

 

이러고, 자기도 제 대학교나 회사를 굳이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아서 보여줘놓고 왜 가르쳐달라고 하냐면서, 헤어질 때까지 결국엔 가르쳐주지 않더라구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데이팅앱은 여러가지 의미로 그냥 정글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이렇게 정보를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어플에서는 여러가지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플의 단점 #3 :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없다. 속이거나, 과장할 지도..”

 

그에 반해, 결정사에서는 잘 알려져 있듯, 학력, 직장 등, 기본적인 정보는 비교적 확실하게 인증하고 상대방에게 보여집니다. 상대방 부모님의 직업을 매니저분이 이야기할 때, 사업하시는 규모를 실제보다 조금 더 크게 소개해주신 경우가 있긴 했는데, 그거야 뭐, 어플에 비하면 애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정사의 장점 #3: 인증이 확실하다

 

, 어플과 결정사를 하면서 제가 느낀 장점, 그리고 단점은 이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계산해 보니, 어플과 결정사에만 어느새 1000만원 정도를 썼더라구요.

(만남 플랫폼에만 이정도 썼으니, 여성분들에게는 훨씬 더 많이 썼을 듯 합니다. 후회되는 나의 과거..)

 

어렸을 때 취미생활이나 각종 인맥 네트워킹을 부지런히 했다면, 그리고 기회가 많았을 때 좋은 인연을 잡아 결혼했더라면, 이런 낭비가 없었겠지만, 지나고 나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네요. 그래도, 나이가 더 들면 인연을 찾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는 무리해서 돈을 더 들이더라도.. 어플과 결정사를 병행하며 1%의 가능성이라도 높여볼 생각입니다.

 

올해 어플 한번, 결정사 한번, 두번의 짧은 만남이 있었는데요, 두번 다, 처음에는 잘 해보자고 웬만한건 다 맞추면서 살자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너무 성격이 드세지고, 제게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지고, 맨날 혼나기만 하다가 지쳐서 제가 먼저 끝냈었습니다.

 

그렇게 아까운 세월을 날려 버렸고,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제 마음이 힘든 것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일어서 보려고 합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계시다면,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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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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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전에 작성했던 저의 스카이피플 후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두번째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읽어 주신, 첫번째 스카이피플 후기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습관적으로 어플에 들어가긴 하지만 매칭에 대한 기대는 거의 하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결정사에 가입했습니다.

(결정사 가입 후기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적어 드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결정이 늦은 그녀, 덕분에 한강 구경 잘 하고 왔다.

 

처음 ‘파티’ 라는 개념이 생겼을 때였습니다.

진지하게 제 소개를 올렸는데, 어떤 귀엽고 밝은 인상을 가진 분께서 제게 유료 참여를 신청하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트를 써서 수락 신청을 눌렀고, 만남도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는 그녀를 보고 저는 함박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진처럼 너무 귀여우신, 29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강남역.. 분위기 좋은 고기집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친해졌습니다.

맥주라도 한잔 할까요..?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센스있게 다음 번에 만나서 마시자고 하셔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2차로 간 카페에서도, 당시 코로나라 카페 연 곳이 많이 없어서 사람들이 좀 많아 시끄러웠지만,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성격도 정말 사근사근한 좋은 분이셨습니다.

지하철 역으로 가던 길에, 저는 물었습니다.

 

"정말 좋으신 분 같아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차 몰고 동네로 찾아가서 맛있는 거 사드려도 될까요?"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흔쾌히 수락했고, 이틀 뒤인 화요일 저녁에 보기로 했습니다. 금방 보는거라서.. 헤어지고 나서는 어디 역 근처에서 몇시에 픽업하겠다. 분위기 좋은 곳 어디어디 가자 정도의 카톡만 했습니다.

 

당시 저는 수원영통, 그리고 그녀가 살던 곳은 부천… 퇴근시간이라 한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했습니다.

팀장님께 중요한 일이 있다고 잘 말씀드려서 3시 반 정도에 근무를 마치고, 출발한다는 카톡을 넣어놓은 다음, 열심히 달려서 5시 정도에 올림픽대로를 가고 있는데, 카톡이 왔습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안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투썸 커피 기프티콘 한장과 함께..

 

저는 당황해서.. 급하게 지금 가고있다고 카톡을 하려고 했는데, 아.. 이미 저는 카톡 프로필 차단이 된 뒤였습니다.

정말 허무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전화라도 한번 해 볼까 하다가, 그냥 놔뒀습니다…

갑자기 막막해져서 급히 인근 한강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벤치에 앉아, 정말 취하고 싶은데, 차를 가져와서 술도 마실수가 없네…….

편의점에서 무알콜 맥주 하나 사서 마시고, 차려입은 김에 여자끼리 돗자리 펴고 앉은 곳에 가서 이야기라도 걸어볼까 상상을 하긴 했지만, 제 성격에 그런 건 또 못하겠고.. 그래서 그냥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갔습니다.

 

그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인기가 많은 분이셨기 때문에, 더 좋은 분을 만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지 말거나, 아니면 적어도 제가 출발하기 전에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조금 더 예의있는 방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2. ‘도롱이’ 를 아시나요..?

 

 

어느 날, 데카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늘씬하면서 얼굴도 엄청 귀여우셔서,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바로 약속을 잡았고, 강남역 쪽에 위치한 한 스페인 음식점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음..

여러분은 ‘도롱이’ 라는 것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조상님들이 비가 올 때 옷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입었던 용도이지요..

정말, 몸 전체를 저렇게 사진처럼 둘러싸는 옷을 입고 왔더라구요... 사진과 너무 다른 모습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스피 사진보다 옆으로 두세배는 더 되어보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만났으니, 당황하지 않은 척 웃으며 앉으라고 했습니다.

메뉴를 보는데, 여자분이.. 굳이 스테이크가 있는 9만원짜리 세트를 추천합니다. 이미 저는 마음이 떠났지만, 그냥 그러자고 합니다. 제 앞에서 스테이크를 저보다 더 많이, 맛있게 먹었던 그녀가 떠오르네요.

이전에도 수많은 프사기 경험담이 있었지만, 이 분은 실제로 먹을 것을 많이 밝히셔서 기억이 납니다.

밥은 제가 사고, 커피는 얻어먹고, 지하철 쪽으로 걸어가다가, 여자분이 자기는 택시타고 집에 가겠다고 하셔서 보내드렸고,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저를 차단하셨더라구요.

 

저는 이런 만남에서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되도록이면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그날은 뭔가 제 허탈한 표정이 드러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여자분도 그냥 한번 맛있는 거 먹기 위해서 어플 남자들을 만나는지도 모르겠어요.

 

스피 사진은 확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프사기 여부를 잘 판단할 수 없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핸드폰을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좀 애매해서, 사기일까 아닐까.. 고민을 하게 되는 사진이 있습니다.

슬프지만, 그럴 때는 한 90% 정도 저의 느낌이 맞더라구요. 그러나 어떨 때는 제 예감과 다르게 정말 괜찮은 분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칭이 되면.. 매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가고, 또..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대화 이어나가기.. 너무… 힘들다..

어느 날, 저는 자기소개를 하며 파티를 열었고, 신청한 사람 중 귀엽게 생긴 분이 있어 수락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바로 그 분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근데, 방금 전에 매칭을 했는데, 제 아이디를 물어 봅니다..?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사실 어플에서는 서로서로 다중매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여러 명과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면 비호감 요소가 됩니다. 그런데 이 분은 당당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당황스러웠으나, 그냥 솔직한 분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린 마음으로 더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첨부드리는 이미지처럼, 대화 난이도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계속 아아.. 넵넵.. 분명 저에게 대답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저 상태에서, 제가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면 만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만나서도 이렇게 대화가 흘러간다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심끝에 더 이상 보내지 않았더니, 그쪽에서도 보내지 않았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제가 조금 더 노력을 했어야 했을까요..

 

사실 스피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대화가 어렵게 이어지다 끊어진 적이 참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개그맨 유재석 형님이라도, 상갓집에서 웃기기는 힘들 겁니다.

마찬가지로, 저에 대해서 어떤 면이든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대화내용을 만들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매칭 수락을 했으면, 카톡으로 대화해가면서, 혹은 만나서 얘기하면서 상대방의 매력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4.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날, 데카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귀여운 스타일에 자기소개도 깔끔해서 호감이었던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사는 동네도 가까웠습니다.

한식을 드시고 싶다고 하여, 그녀를 픽업하여 한정식 전문점으로 갔습니다.

 

만나 보니, 사진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기는 아니었습니다.

“저 예쁘죠? 그렇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호호!”

화법이 조금 신선했습니다.

 

제가 밥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는지,

“밥 잘 먹는 사람 좋아하는데, 밥을 잘 못드시나 봐요?”

라고 뭔가 야단을 치시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흠..

그래도, 사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취미나 관심사가 통하는 면이 있어서, 더 이야기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먹고, 그 옆에 카페로 갔습니다.

아참, 그녀는 오목이 취미라고 했고, 자기를 이기는 사람을 만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이소에서 오목판과 돌을 사 갔습니다.

진지하게 뒀는데, 흠.. 제가 계속 이기더군요.. 그래서 끝에는 조금 져 줬습니다.

오목을 끝내고, 그녀가 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남자랑 데이트할 때 돈을 안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성전용 주차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집값이 오르는 게 문재인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21년)”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론머스크가 비트코인 값을 올리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도의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것들이 소개팅에 나올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최대한 둥글고 극단적이지 않게 저의 의견을 잘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소개팅 자리에서 논쟁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녀도 딱히 저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일론머스크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좋지 않게 본다 라고 의견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총합 4시간 정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그녀가 카페값을 냈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줬습니다. 내려주는데, 그녀가 갑자기 “오목판 가져가도 되요?” 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당황했으나, 그러라고 했고, 그녀는 오목판을 가져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특이하기도 하고, 조금은 무례한 사람인 것 같았으나, 저와 다른 성격을 가진 이런 새로운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한번 더 만나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애프터를 신청하였는데, 그녀는..

 

“ㅋㅋ거절할게요! 하지만 실망하지 마요! 제가 눈이 높은 것 뿐이니깡!”

 

정이 확 떨어져서 다음 대화를 하지 않고 끝냈습니다.

 

 

 

5. 왜 당신은 내게 어필하지 않는거죠?

 

 

어느 날, 익명게시판의 프로필교환으로 한 여성분과 매칭되었습니다.

카톡으로 대화했을 때, 상냥하신 모습이 호감이었으며, 잠실역의 어떤 피자집에서 만났는데 많이 꾸미고 오셨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눈이 참 예쁘시더라구요.. 제가 눈이 예쁘다고 칭찬해 드리니 좋아하시면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 (..?) 하셨습니다.

 

서로 낯을 가려서 조금 어색했지만, 대화를 잘 하고 2차로 바에 갔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대화가 잘 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대화가 단답으로 돌아오거나 헛도는 느낌이 들고, 침묵이 길어집니다.

여자분이 얘기합니다.

 

“다른 분들은 저한테 어필을 많이 하는데, XX 씨는 왜 저에게 어필을 안하시는 거죠?

 

저는 당황했습니다.. 사실 속마음은, 엄청 목숨 걸 정도는 아니어도 나쁘지 않긴 했는데,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호응이 잘 안되니.. 그럴 때는 억지로 무리수를 두는 것 보다 얘기할 거리가 없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라고 대답을 하고, 몇마디 더 하다가, 함께 나와서 좀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한번 더 보자는 저의 말에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제가 더 대화를 잘 이끌어가서 그녀에게 재미를 준다면 그게 베스트일 것 같은데, 사람에 따라서 그런 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저와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이겠죠.. 이런 경우는 많았으나, 저 “어필” 관련한 대화는 제 머릿속에 딱 박혀서 기억에 남았고, 그래서 이렇게 글로 올립니다.

 

 

6. 오빠! 만져봐요! 내 엉덩이!

 

 

주말, 혼자 저녁을 먹게 될 것 같은 저는 너무 우울해서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몇 명이 신청을 했었고, 그 중에 동네가 가깝고 명랑해 보이는 한 분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만나고 나서 보니, 사진을 예전 사진으로 올리시긴 했지만, 그걸 커버할 정도로 활달하시고 정말매력이 있으신 분이셨습니다. 취미로 춤도 추시는데, 공연을 주기적으로 할 정도로 전문적이셨고, 헬스도 거의 트레이너 급으로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소주 한잔 했는데, 너무 말을 재미있게 하셔서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급속도로 친해졌고, 2차로 또 한잔 하면서 서로 재미있게 얘기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되게 잘 들어주고 호응해준다고 칭찬해 주시더군요. 감사했습니다.

역시, 운동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기가 원래 몸매에 자신이 없었는데, 하체 운동을 되게 열심히 해서 엉덩이가 많이 커졌다고 합니다. 오 그러시냐고..

 

근데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가 갑자기 일어나서 제 옆으로 온 다음

 

“오빠 엉덩이 여기 만져봐요!”

 

하면서 제 옆으로 서는겁니다;; 아니 근데 거기 사람들 엄청 많은 술집이었는데..;;; 옆테이블 있던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진 않았지만 목소리가 들렸을 겁니다.

“앗 아니에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는데, 그분이 제 손을 확 끌어다가 자기 엉덩이에 갖다 대시더라구요.. 네.. 음…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확실히 탄탄하시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웃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아니 근데 정말 너무 당황했습니다;; 운동 좋아하는 제 친구 (남자) 도 자꾸 자기 가슴 만져보라고 하던데, 그런 심리였을까요..? 뭐 여튼, 나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제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시니까 그런 행동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날 술을 둘 다 꽤 마시고, 지하철에서 헤어지면서 다음에도 재미있게 놀자고 빠이빠이 하고, 다음날에 뭐하구 계시냐고 카톡했으나, 안읽씹 당했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왜였을까요? 그냥 편하게 한잔 한 사이였으니 거기로 끝난건지. 그래도 얘기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7.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경우 (카톡 대화창입니다)

네.. 스피를 하다 보면, 만남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 연락이 갑자기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카톡들을 몇 가지 가져왔어요.

물론 제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에요. 대화를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인연이 될 수 있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상대방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저와 대화를 좀 더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고, 어플이니까 이렇게 쉽게 행동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어플을 하면, 저 같은 평범한 (혹은 못난)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카톡이기도 합니다.

 

(1) 일상적으로 약속을 잡다가 갑자기 끊긴 경우

 

(2) 자기 소개 했는데 사라지신 경우

 

(3) 그 전까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약속 전날 갑자기 사라지신 경우

 

(4) 약속 잡다가 바빠지신 경우

 

(5) 잠수 타는 성격 아니라고 하시는데 잠수탐

(6) 며칠 동안 고민상담 많이 해드렸는데 갑자기 못만나겠다 하심

 

(이러고 이 분은 1개월 뒤 커플 사진이 올라왔다.)

 

(7) 파티에서 매칭되었는데 그냥 아무 대답이 없음

 

8. 연락 하겠다 연락 하겠다…! 아니 그냥 거절을 하라고!!!!

 

 

예전 후기 글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번 쓴 적이 있긴 합니다. 그만큼 이런 일들이 참 많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데카로 어떤 분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해외 대학교를 나와서 열심히 외국계기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었지요.

카톡으로 한 대화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로 말 잘 받아주는 것 같다며 자상하다고 칭찬을 나누었고, 서로 공통점도 있어서 대화도 잘 이어집니다.

이제.. 약속을 정할 차례인데, 다음주는 졸업식이 있고.. 다다음주 정도는 되어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다음주 언제 볼까요 했더니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합니다.

근데 다다음주가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잘 지내시냐고, 그러니까 잊지 않고 연락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실 이직 준비를 하고 있어서 3주 정도는 바쁜데 그 이후에 연락드리겠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예전에는 이런 사람의 말을 믿고 정말 휴면하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시간을 들여가며 기다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매칭을 시작하면서.. 연락 오면 그만 안오면 그만이라 생각했고, 결국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여성분들은 절대로 거절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자기가 뭐 하느라고 조금 바쁘다. 몇 주 지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 꼭 연락드리겠다. 그리고선 연락이 없는.. 이런 여자 분들이 꽤 많아요.

이제는 무슨 의미인지 알지만, 어떨 때 보면 좀 씁쓸하긴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거절을 좀 더 명확하게 해 준다면 저도 헷갈리지 않고 좋을텐데,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성을 사귀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9. 자신감이 없으신 가 봐요.

 

 

데카에서 어떤 초등학교 선생님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카톡을 나누었을 때 약간 세보이고, 쌀쌀맞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보자 생각했고, 분당의 어느 카페거리에 있는 미국 가정식집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만나자마자 그 여자분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제 스피 프로필에 있는 사진이나 자기소개에서 저의 다른 모습을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래도 대화를 시작해 봅니다. 그 가게 테이블이 옆테이블과 조금 가깝게 붙어있더라구요. 저희들의 대화가 다른 테이블에 들릴까봐, 혹은 시끄러울까봐, 조금 작게 얘기하였습니다.

얼굴을 좀 찡그리시더니, 그녀가 얘기합니다.

 

“왜이렇게 목소리가 작아요? 자신감이 없으신가 봐요?”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약간 저를 가르치고 지적하려는 그 느낌이 별로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그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제게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으나, 별로 호응도 없었고, 2차 카페까지 가서 그냥 일상 이야기나 하다가 터덜터덜 나섰는데,

보통은 그래도 큰 길가까지 같이 걸어가든가,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까지는 같이 가는데, 카페 문을 나서자마자 그냥 안녕히계세요~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더라구요. 예의 없는 모습에 정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카톡 프로필을 지우는 것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그녀도 어플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스타일이나 매너로 그녀를 실망시켜 드린 것 같긴 하나, 그래도 이런 취급을 당하니 좀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10. GENTLEMAN

 

 

어느 날, 같이 저녁을 먹자는 어떤 여자분 파티에 신청하여서 매칭되었습니다.

사실 음.. 정말 예쁘신 분이긴 했는데, 자기소개를 보니, 호캉스 사진이나 레스토랑 사진이 많은 분이셨고, 이상형 칸에는 “신사” 를 적어놓으신, 그리고 프렌치 레스토랑을 좋아한다고 써 놓으신 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공대생이었던 저랑은.. 뭔가 다른 어려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은 만나기 전에는 모른다 생각하고, 만남을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양재역 쪽에 사시는 분이었고, 어느 음식점에서 볼지 고민하다가, 2인 기준 한 8~9만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프랜차이즈 스테이크집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녀는 거기보다는, 양재천 쪽에 있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프랑스 가정식집에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거기가 유명하기는 하더군요.. 근데 보니까, 대충 시켜도 둘이 약 15만원 정도는 써야 좀 배부르게 먹었다고 볼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약제였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예약을 하려다가,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물론 제가 돈이 없는 건 아니고 그정도 금액이야 쓸 수 있지만, 카톡도 그냥 그저 그렇고.. 첫번째 만남에서 이사람과 맞을지 안맞을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만남이고 호감이 있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쓸 수 있겠지만..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여자분에게 다시 카톡하여 그 옆에 있는 조금 싼 프렌치 레스토랑, 2인 한 8~9만원 정도 되는 곳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여자분이 쌀쌀맞게 변합니다. 아니 거기 맛있는데 왜 다른 데 가려 하냐고, 알겠다고 합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은 저에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안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니 바로 차단 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남자분은 “신사”, 자신의 요청을 다 들어주는 여유있는 그런 분, 첫 만남에 15만원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는 그런 분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분을 꼭 만나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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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 앞에서는 바쁘다고 했던 그 여자, 카톡사진은..

 

 

어느 날, 익명게시판에 여자분의 셀프 소개가 올라왔고, 마침 그 글을 빠르게 본 제가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프교를 했습니다.

사진을 봤는데 오?? 예상과 달리, 웃상에 엄청 귀여워보이는 분이셨습니다.

바로 오케이를 보냈고, 운이 좋게도 매칭되었습니다.

그날 바로 약속을 잡았고, 차를 몰고 나가서 태운 다음, 무난하게 강남 쪽의 한 아웃백으로 갔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정말 이 여자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 왔습니다. 제 차에 탔는데, 바로 저에게 빵집에서 샀다고 빵 세트를 선물로 주더군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피부도 희고 귀여운 얼굴인데, 성격도 되게 좋고, 이야기도 잘 하고,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과를 수석졸업한 인재였고, 운동도 좋아하고 관심사도 다양한 제가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플에서 계속 당하기만 했지만, 이렇게 가끔씩은 괜찮은 분들이 나오시긴 합니다.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이 많이 되고 긴장을 하긴 했지만, 맛있는 것도 사주고,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제 이야기도 많이 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불러서 걷고 싶다고 하여, 한강시민공원에서 함께 음료수 마시면서 걸었고, 등록금 대출금을 이제야 다 갚았다는 말을 하는 그녀에게,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돈도 많이 벌고 더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덕담을 해 줬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니 제가 자상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늦게까지 같이 있다가, 집으로 바래다주는 차 안에서, 제가 소개팅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오늘 정말 괜찮은 분을 만난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했고, 시간이 된다면 또 한번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음..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답변 안드려도 되죠..?” 라고 이야기 하였고, 사실 어느정도는 뉘앙스를 알고 있었으나, 나중에 카톡하면서 더 친해질 수도 있고, 제가 지금 매달린다고 바뀌는 건 없기 때문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 그녀와 카톡은 주고받았지만, 자꾸만 그녀가 바빠집니다. 매일 12시에 퇴근하고.. 계속 뭐가 있고… 근데 저는 진짜로 그사람이 바쁜 줄 알았습니다…ㅎㅎ 그녀에게 힘내라고, 그녀 집 앞에 있는 빵집에 가서, 빵 몇 개랑 정관장 홍삼을 박스로 넣어놓고, 다음날 아침에 찾아가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고,

제가 다시 만나자고 요청한 카톡에, 장문으로 자기가 너무 바빠서 지금 현실적으로 누굴 만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변을 주셨습니다.

네.. 아무 연락도 없이 잠수타는 사람들이 한가득인데, 이정도면 정말 착하고 좋은 분이시지요..

알겠다고 연락주셔서 감사하다 하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차단 같은 건 안하고 걍 놔뒀는데, 분명히 저에게는 바쁘다고 하셨는데.. 자꾸만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뀝니다 ㅋㅋㅋㅋ 크로스핏 사진도 올라오고,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진, 골프치는 사진, 여행간 사진 ㅋㅋ.. 뭐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웃픈 기분이었습니다.

한 1년 뒤, 이 분의 웨딩드레스 사진이 올라오더라구요. 바쁘시다더니 어떻게 연애도 잘 하셔가지고..

남편 되시는 분을 보니, 저보다 더 깔끔하고 키크고 잘생기신 분이더라구요.

그런걸 보면서 참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하게 됩니다.

이걸 보면 그 분도 결혼 생각이 있으셨던 사람이었는데, 제가 조금 더 깔끔하게 잘 꾸미고, 매너있게 센스있게 했다면, 어쩌면 저 분과 잘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도 결혼생각 참 많은데..

아쉽고, 씁쓸합니다.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다음 분과 매칭을 준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12. 만난다고 해놓고 연락을 안받으면 어떻게 하나요

 

 

어느 늦여름, 어떤 선생님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당시 나이 35살의, 동안이시고 상냥하신, 그리고 귀엽고 몸매도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신논현역 쪽에서 같이 피자를 먹으면서, 그리고 이어서 커피를 먹으면서 한 3~4시간 동안이나 즐겁게 대화했습니다. 역시 성격이 좋은 분이라 이야기가 잘 통했습니다. 미니스커트를 입고오셔서 그런지, 음식점에 있던 모기가 계속 그분 다리 쪽으로 가서 같이 웃었던 기억도 나고, 커피를 겉옷에 쏟으셔서 같이 닦았던 기억도 나네요.

취미 얘기, 학생 얘기, 재테크 얘기 등등 다양하게 하다가, 자연스럽게 다음 약속 이야기가 나왔고, 그 날은 수요일이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녀가 버스를 타고 가는 걸 보며 손을 흔들고, 돌아가자마자 잘 들어가셨냐고 카톡을 했는데,

읽지를 않으시더라구요. 그 다음날 밤까지..

아니, 근데 날짜까지 확정했는데, 연락이 안되는 건, 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어디서 만날지 약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여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음이 가고.. 받으시더군요. 전혀 저인지 모르고, 학부모인 줄 아시더라구요..

알고 봤더니, 제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으셨고, 저라고 얘기하니까 굉장히 당황해 하시더라구요. 왜 카톡을 읽지 않았냐고 하니, 마음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떻게 할 지 몰라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약속 날짜를 잡았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되서 당황했다. 한번 더 보는 것 어떠냐고 여쭤봤고, 그렇게 두번째 만남을 잡았습니다.

 

두번째 만남.. 그녀와 맛있는 고기도 먹고, 카페에서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왠지 그 첫번째 만남만큼의 텐션이나 두근거리는 대화는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그런 일로 인해 둘 다 김샜다고 하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잘 들어가셨냐고 즐거웠다고 하는 제 카톡에,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 삐뚤어진 생각이 들긴 합니다.

여자는 거절을 하는 게 성격상 어렵고, 뉘앙스나 행동으로 이야기하며, 그것을 남자는 알아서 캐치해야 하는건가 봅니다. 저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니 이런 상황에서 전화를 하게 되고 다시 따지게 되고 그러지만, 그게 옳은 것이 아닌 것인지..

참 어렵습니다.

 

 

13. 뭐지, 인플루언서인가?

네. 이건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스토리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프로필 공개 파티를 올렸었는데요, 여기 있는 남자들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할 사람을 구한다 하시더라구요. 신청했는데 수락이 되서, 이야기를 시작 하고자 이렇게 카톡을 걸었고,

 

 

이런 답변이 왔습니다..

(근데 나는 키도 큰 편 아니고, 나이도 많은데 이런 나를 왜 선택한거지?!)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른다 해서, 스피 하는 사람들끼리는 다중의 파라미터로 통하는 그녀의 카카오스토리 방문자수를 한번 열어 봤습니다.

 

흠..네…

알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14. 인연인 줄 알았는데, 끝엔 나를 고소한다고 했던 그 여자.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여러분들을 믿고 사실대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오케이 15일권을 끊었는데, 아무리 오케이를 보내도 잘 되지 않더라구요.

근데 15일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 사진도 약간 귀여우시고, 자기소개서에서도 성격이 되게 좋아 보이시는 분이 있어서 오케이를 보냈는데 운이 좋게 매칭이 되었습니다.

그분과 약속을 잡고는 바로 휴면을 했습니다. 카톡도 명랑하고 대화가 잘 되는, 성격도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만나서도 이어졌습니다. 밥을 먹을 때는 좀 어색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려고 웃어주는 모습이 예뻐 보였고, 맥주 한 잔 할 때는 은근히 서로 비슷하고 통하는 게 많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 다섯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보다 배려심이나 명랑한 성격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3번째 만남 끝에, 제가 아는 분위기 정말 좋은 와인바에서 향수를 주며 고백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난한 단칸방 집에서 자랐음을 고백하며 모은 돈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런 건 상관 없었습니다. 그냥 절 인정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면 충분했습니다.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차를 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데이트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약간 안 맞는 것이 있긴 했습니다. 알고보니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목사님의 말씀이나 교회 이야기를 저에게 많이 해주었습니다. 저는 무교라서.. 가끔씩 해 주는 목사님의 말씀에 공감이 가진 않았고, 여자가 저에게 서운하다고 할 때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잘 공감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전날 같이 밥을 먹긴 했지만 다음날 또 술을 먹기로 하고 만났습니다. 만난 지 한 3주 되는 시점이었어요.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엄청 섞어 먹었더니 둘 다 많이 취했습니다. 서로 이런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엄청 좋아한다 얘기했습니다. 다만, 여자가 저에게 서운한 점을 이야기 합니다.

사실 제가 여자분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지, 드라이브를 가면 신호대기할 때나 주차할 때, 차에서 한번씩 안거나, 뽀뽀를 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너무 그러면 자기는 놀라니, 많이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알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드라이브 가거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조금씩 얘기를 했는데, 알겠다고 했고, 나름 노력을 하긴 했는데.. 100% 가만히 있지는 못했습니다..

술자리가 끝나고, 여자애가 엄청 취해서 못 움직이길래, 걱정이 되기도 해서 여자분 택시를 같이 타고 그녀의 집 쪽으로 갔습니다. 택시에서 그녀는 제 다리에 누워 잤고, 사실 이 때 저는 거의 필름이 끊길랑 말랑.. 기억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ㅠㅠ 그렇게 집 쪽에 잘 보내주고, 저는 카카오택시를 다시 불러서 제 집으로 갔습니다.

 

며칠 지나고.. 여자분이 카페에 가자고 합니다. 평상시처럼 재미있게 얘기 하다가, 여자분이 정색을 하며 얘기 합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심상치 않습니다.

자기한테 잘못한 거 없냐고..

뭐지…? 정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 10분 정도 뒤에 여자가 말하길..

“저번에 나 택시 타고 갔을 때 가슴만졌잖아”

 

네.. 그 때 제 다리에 누워 자는 그녀를 붙잡고 가는 와중에, 가슴을 만진 기억이 납니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했습니다. 너무 술을 많이 먹어서..

저는 저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했습니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자리에서 가슴을 만져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정말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그러나 그녀의 기분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매일 저녁, 한두시간 동안 그녀의 전화가 왔고, 그녀는 나에게 실망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런걸 어떻게 풀어야 하냐 의 내용으로 계속 한숨을 쉬고 화를 냈고, 저도 성적인 수치심을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깊이 사과하며,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더 세심히 생각하며 잘 해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한 4일 정도 전화가 오면서 점점 그녀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고,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장문의 카톡으로, 사귀고 나서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는데 저의 그런 행동에 너무 실망했고, 지금까지 자기한테 그랬던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더이상 마음도 커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므로 이별을 받아 들였습니다. 그렇게 끝났네요.

 

제가 잘못한 것은 맞는데, 사실 조금 서운한 면은 있었습니다.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고, 정말 잘 맞는 사람이었고, 비록 제가 잘못했지만, 마음을 준 이상 이러한 면도 더욱 많이 대화하며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는.. 제가 넘지 못할 선을 넘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정말 미안했습니다.

또한, 뽀뽀도 키스도 했던 사이라고, 제가 좋다고, 너무 사려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몇 달 지난 후, 생각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 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그것 외에는 정말 잘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근데, 다시 카톡을 했을 때, 그녀는 아예 변해 있었고, 무섭게 카톡이 왔습니다.

 

내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그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는데, 그 때 고소를 못한 게 한이다. 이 범죄자야.

 

왠지 정말 고소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제 아는 변호사 친구와 상담도 했고, 예전 대화 내용을 저장하면서 통상적인 연인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다행히도 실제 고소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안타깝긴 합니다. 그 날 술을 먹지 않았다면, 택시를 같이 타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잘 만날 수 있었을까요..

원래는 그 다음 만남은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녀에게 준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그녀의 마음을 치유할 좋은 사람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15. 사귀고 나서도 갑자기 잠수를 타는 곳이 여기구나.

 

 

9월, 가을이 되니 너무 외로워서, 정성을 다해 익명게시판에 셀프소개를 올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저에게 정말 좋은 사람 같다고 하셨으며, 프교 요청도 꽤 왔습니다. 그 중에, 사진은 거의 마스크만 쓰고 대충 찍었지만, 동안의 느낌이 나고 자기소개도 정성인 분에게 오케이를 보내서 매칭되었습니다.

정말 가까이 살아서, 부담없이 지하철을 타고 가 만났습니다.

 

헉.. 아니, 스피 사진을 왜 그렇게 쓰레기같이 찍으셨지? 사진보다 훨 씬!! 더 괜찮은 미인이셨습니다. 운동이나 자기계발도 나름 열심히 하고 계시는, 조그만 외국계 회사 사원이었습니다. 좋다. 잘 해보겠다고 다짐합니다. 근데, 약간 저의 농담이나 이야기에 호응이 많이 없으십니다. 제 얘기가 재미가 없는지..

그래도 어찌저찌 2시간 정도는 채우고,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오늘 oo님을 재미있게 해 드리진 못한 것 같아서 후회스럽지만, 제 주변 친구들도 제가 많이 재밌다고 해요. 앞으로 만나게 된다면 더 재미있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녀는 호호 웃으며 알았다고 하고 들어갔습니다.

 

며칠 뒤, 잘 있냐고, 다시 한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카톡에 답이 없더니, 한 3일 뒤에 장문으로 카톡이 옵니다. 고민했는데, 자기보다 너무 좋은 사람 같아서 부담스러워서 안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재테크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그런걸 안하기 때문에 실망하실 것 같단 이야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시지 마시라. OO 님도 정말 열심히 사시고 좋은 분이시라고, 대화하면서 저도 정말 많이 배웠다. 그리고 사람이 좋고 잘 통하는게 중요하지 다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편하게 만나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저도 정성을 다해 답장을 했고, 며칠 생각을 하시더니, 다행히도 다음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깨끗한 양고기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서로 속이야기를 많이 하며 가까워졌습니다. 저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좋게 느껴졌지만, 더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절했었다고 하셔서,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호감이 있다 얘기했고, 점점 대화하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음 만남에서 꽃을 주며 고백했고, 그녀가 회식으로 힘들어할 때는 밤 늦게 차를 몰고 회식장소로 데리러 가기도 했고, 운동도 같이 하고, 밤새 술을 같이 먹기도 했고, 정말 제 나름대로 시간과 정성을 써가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많이 가까워졌다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인천 쪽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습니다. 제 차를 타고..

배가 고파서 낙지볶음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크.. 소주랑 이렇게 먹으면 정말 좋을텐데!” 라고 얘기하니, “오빠! 술 먹을거야?”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아니~ 그냥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빠! 음주운전 해본 적 있어?” 라고 물어보길래..

 

네.. 사실 있긴 있습니다. 숙취운전 같은 거.

예전 2012년 이럴 때.. 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술을 마시고, 한 30명이서 으쌰으쌰 한다고 단체로 노래방 갔다가, 한 5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고 집에 가는데, 지방에 대리운전기사가 없기 때문에 다들 그냥 차 몰고 집에 간 적이 있긴 해요. 저도 그 때 걱정되긴 했지만, 당시 술을 많이 먹진 않았고, 5시간 동안 노래 부를 때는 물만 마셨기 때문에 괜찮다 생각하고 집에 갔다. 이 이후로는 절대 술마시고 운전을 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낙지볶음 집 가서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술은 먹지 않았구요..

근데 낙지볶음이 생각보다 맵더군요;; 뭔가 목에 걸리는 것 같아 헛기침이 계속 나옵니다. 그녀가 조금 싫어하는데.. 목이 너무 간지러워서 안할 수도 없고.. 그랬습니다. 마스크는 쓰고 있었어요.

근처의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먹는데, 그녀가 갑자기 말을 한마디도 안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걸어도 그냥 응..응.. 이러더니, 피곤하다면서 집에 가자고 합니다.

오는 길에, 그녀는 그냥 눈을 감고 자더라구요. 피곤한가보다. 집에 보내주고, 저도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갑자기 답장이 안옵니다. 몇 번 카톡해 보니, 아프다고 하면서 한 3일정도 또 답을 안합니다. 앞에서도 한번 만나고 한 며칠동안 잠수를 탄 적이 있어서, 조금 짜증이 납니다.

아, 헤어지고 싶나보다. 하고 이번에는 그냥 놔둬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를 옆에 태우고 음주운전을 할 생각을 하다니 너무 소름이 돋았다. 안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안녕”

이렇게 왔고, 끝났습니다.

 

음.. 네.. 그럴 수 있지만…

제가 실제로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이 일어난 것도 아니잖아요.

정상적인 연인 관계라면, 제가 잘못을 설사 했다 해도, 그런 상황에서 이야기나 행동을 통해 바로잡아줄 수 있는 것, 그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보다도 가까운 남자친구였는데, 그렇게 말 한두마디로 그냥 일방적으로 대화도 없이 끝내 버리는 것. 이거야말로 어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6. 잊을 수 없어. 던던댄스 던던댄스 그녀.

 

 

어느 봄.. 잊을 수 없는 매칭을 했습니다.

 

익명게시판을 읽고 있는데, 리플이 엄청 많이 달리는 셀소글이 있어서 뭐지 하고 들어갔습니다.

남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너무 예쁘시다. 오케이 보내도 되냐 이런 글들..

뭐지 누구길래 그러지..? 프교를 보내서 카드가 열렸는데,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약간 통통하면서 동글한 얼굴에 눈도 제가 좋아하는 순한 눈이고, 키가 작은데 몸매도 굉장히 좋고, 옷 스타일도 귀엽게 잘 입으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운, 그냥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프사기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근데 남자들이랑 저렇게 많이 카드를 교환했는데, 이런 사람이 나와 인연이 닿을 수 있을까?

정말 한 30분 걸려서 구구절절한 오케이 메세지를 썼고, 하도 오케이가 많이 와서 버튼을 잘못 누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적적이게도 매칭이 되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마디 한마디, 정말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게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녀는 소개팅도 거의 해 본적이 없고, 여기 어플도 친구가 얘기해줘서 처음 가입해 본 거라고 하면서 정말 어색해했는데, 한번 편하게 만나 보자고 조심스럽게 설득하여 약속을 잡았습니다. 많은 오케이가 왔는데 저만 받아줬다고 스크린샷까지 보내주셔서 귀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 바로 전에, 갑자기 부담스러워서 못만나겠다고 취소를 하시더라구요..

저는 이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다음 카톡 내용과 같이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스피팅 경험으로, 한번 약속을 취소하면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은 걸 알고 있으나, 정말 기적적으로 그녀는 다시 마음을 열어 주었고, 원래는 그녀가 좋아하는 맛있는 고기를 사줄려 했지만, 간단하게 올림픽공원을 걸으며 차나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엄청 어색할 것 같다기에, 음악도 틀어 놓고 (마들렌 러브를 틀었었네요), 저와 차에 향수도 뿌려놓고, 음료수도 가져다놓고,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참, 제가 소개팅 여자분을 차에 태울 때는 이정도는 합니다. 하하.)

 

오후 8시 정도.. 드디어 그녀를 차에 태웠습니다. 헬스장에 갔다 왔다고 하더라구요. 다리는 레깅스에, 위에는 그냥 긴팔티입니다. 땀도 약간 흘리고 있구요.. 정말로 편하게 나왔더라구요;;;

그런데도 제가 느끼기엔 사진보다 예뻤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몸매도 너무 좋았는데, 부담 느끼시지 않도록 정말 필사적으로 얼굴만 쳐다봤습니다…

 

스타일은 대충 이 분과 비슷한데, 이 분보다 더&nbsp;몸매가 좋고 더 예뻤습니다. 키는 한 155 되셨고.. 연예계에 비슷한 사진이 없네요.

 

올림픽공원에 주차하고, 투썸에서 차한잔씩 테이크아웃 했습니다. 저녁이 늦어서 그런지, 그녀는 따뜻한 캐모마일티를 주문하더라구요. 저는 뭐 주문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어색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녀는 굉장히 말을 잘 했습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띄워주고 칭찬해주고 기분좋게 해 주는, 정말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기가 없을 리가 없는데, 여기 가입한 게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제 옆에 걷고 있는 게 꿈만 같았습니다.

그녀의 인생 스토리, 공기업 준비했던 것, 과거 소개팅에서 이상하게 굴었던 남자, 아만다 가입해서 친구들과 인기 내기했던 것, 어플의 장단점이나 연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년 지난 지금도 이야기한 내용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네요.. 부담스러워 하시지 않게,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고, 오빠처럼 잘 들어주며, 은근히 한두 단어씩 칭찬도 해주고,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시 봄 밤에는 약간 싸늘해서, 벤치에 앉았을 때는 레깅스를 입은 그녀가 좀 추워보이긴 했지만, 부담스러워 할까봐 일부러 봄 코트를 벗어주지 않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저에게 여자친구가 없을리가 없는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좋은 사람 같다고 칭찬해 주셨고, 그럼 내가 왜 없는지 모르겠으면 다음에 한번 더 만나서 얘기해보고 이유를 가르쳐달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더니 하하 웃으면서 알겠다고 해주셨습니다. 꼭 보자고 하시길래, 다시 만나는 날짜를 잡진 않았고, 집에 데려다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가던 길, 저는 스카이피플 휴면을 하고 아예 삭제해버렸습니다. 더 이상 이 어플이 생각나지 않았고, 집중해서 꼭 이 사람을 제 인연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저는 카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는 친구랑도 잘 안한다고 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녀의 모든 것이 궁금했고, 그 외에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답장 속도를 조절해 가며 부담가지 않게 적당히 물어보고, 그녀도 재미있게 대답해주고 저에게 다시 물어보고 그렇게 밝은 분위기에서 카톡했습니다.

한 3일 정도 그렇게 흘러가고, 이제 두번째 만날 날짜를 정하려고 얘기를 꺼내려고 하던 그 때, 제가 저녁 6시 정도에 퇴근하고 운동한다고 카톡을 한 내용을 그녀가 다음날 아침 10시 정도까지 읽지 않아서, 뭔가 이상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무실에서 나와 스피를 다시 깔아 익게에 들어가 보니, 이런 글이..

 

‘매칭한 남자가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프교합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정말 저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오해할 만할 짓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정말 원매칭이었는데..

근데 벌써 댓글이 또 100개 달려 있더라구요. 그냥 안봐도 그사람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냥 쌩 댓글을 달으면 모든 사람이 보게 되니, 망신 당하지 않도록 어떤 댓글에 그 사람이 답글달아 놓은 그 글에 답글을 달아, 그사람만 알림이 뜨게 했어요.

‘그때 만났던 저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오해에요. 정말 좋은 분이라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는데, 지금 여기에서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ㅠㅠ 앞으로는 서로 더 즐거운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저랑 한번 더 연락해보고 만나봐요!!’

카톡을 읽지 않아서, 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고, 두번만에 받은 그녀는 저와 다시 연락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한 건 6시에 운동을 한다고 한 게 누군가를 만나러 간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합니다.. (?!) 핑계가 굉장히 이상했지만, 그 때의 저는 이미 이성적이지 않았고, 그냥 그녀가 저와 다시 연락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원래의 저라면, 이 시점에서 다수에 프교하는 저 분에게 실망해서 연락을 끊거나 한소리 해야 되는데, 제가 너무 놓치기 싫어서 이유를 다 덮어두고 다시 연락하자고 부탁을 했고, 지나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 이 시점부터 제가 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니 프교를 또 하는 건 그럴 수 있겠지만..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은 건 따졌어야 했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바로 연락이 끊겼겠죠.

 

네.. 어찌저찌, 한 일주일 뒤에 보자고 약속을 잡고 또 그 전처럼 카톡을 했습니다. 사실 그전처럼 연락이 잘 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 이어지긴 했죠.

당시에 공휴일이 연달아 있었고, 보자고 한 날 다다음날도 공휴일이었는데, 그 날 꽃축제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근데 그 꽃축제를 꼭 그사람이랑 같이 가고 싶었습니다. 아.. 근데 이때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잘 해보고 싶은 욕심에, 공휴일에도 보고, 다다음날의 꽃축제도 보러 가자고 카톡을 해 버린 것이지요.

즐겁게 카톡을 하다가, 갑자기 뚝.. 끊기더니, 장문으로 “자기는 아직 여자들이랑 노는 게 더 즐겁고 이건 좀 부담인 것 같다” 라고 카톡을 보내더라구요.

 

소개팅 이런거 어색해한다 하고, 자연스러운게 좋다고 한 사람이라, 엄청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저도 프교사건 등 여러가지 일이 생기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컨트롤이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철렁해서. 어떻게 보낼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아참. 카톡으로 주식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어요. 그녀는 주식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고, 저는 거의 10년 정도를 했어서 가르쳐달라고 했던 게 기억 났어요.

부담스럽게 해 드려서 미안하다고,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날씨 좋은날 같이 놀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사과하고, 빠르게 화제를 돌려서!! 아참, 주식이나 투자 관해서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고! 제가 주식 사고 파는 방법이랑 종목이랑 상담해 드리겠다고 카톡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다행히도 그녀는 또 웃으면서 네 좋아요 만나서 주식 가르쳐주세요!!ㅎㅎ

고맙다 2021년 주식 광풍아!

이렇게 저는 또 한번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약속도 잡았습니다.

근데 사실, 저는 주식 많이 해본 건 맞지만, 마이너스의 손.. 거의 4000만원을 잃은 사람이었습니다-_-.. 제가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능력은 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2021년. 그녀가 종목 추천 해달라고 해서, 금융계에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유료 레포트도 여러 개 봤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러 방법과, 추천 종목, 미래 전망 등을 정리한, 그녀만을 위한 저의 레포트를 워드로 작성했습니다. 밤을 새서, 조그만 책으로 만들어서 그녀에게 드렸습니다.

 

여담인데, 수많은 돈을 잃어봤던 제가 얻은 결론은, “2021년에 투자하면 안된다” 였습니다. 많이 오른 만큼 내리는 것도 깊을 거라는 것을 레포트에 적었고, 만약 하고 싶다면 되도록 많이 안오른 종목 (당시 호텔신라 등..)을 투자하라 했었죠.

 

여튼, 약속 당일에 갑자기 아프다고 당일파토를 하시긴 했지만, 일요일 오후 4시 정도로 약속을 다시 잡았고, 드디어 휴일근무를 마치고 회사에서 나온 그녀를 차에 태울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그녀가 마실 음료수를 준비 못했는데 그게 참 미안하더라구요. 그날도 곤색 가디건 등.. 수수하게 입고 나오긴 했지만, 제 눈에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예뻤습니다.

회사 마치고 타서 그런지 조금 저번보다는 기운이 빠져 보이고 말이 없습니다. 눈치 빠르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 봅니다.

그랬더니 오마이걸을 좋아한다고, 던던댄스 라는 음악을 듣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당시 신곡이었습니다.

조금 높은 볼륨으로 틀었더니, 그녀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습니다.

 

후킹 부분을 흥얼대며 따라부르던 그 사람. “던던댄스 던던댄스 던던댄스~”

그 목소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정말 귀여워서 목소리만 들어도 미소가 절로 나오고, 힘이 났습니다.

 

조금 먼 거리지만, 경기도에 있는 그녀의 직장에서 압구정까지 차를 몰고 가서, 제가 아는 분위기 정말 좋은 소고기집에 데려갔습니다. 무알콜 칵테일을 준비해 갔고, 서로 유리잔으로 짠짠 하며, 처음 먹는 저녁을 기념했습니다. 그녀는 술을 잘 먹지 않아 이런 짠하는 거 해 본 적이 없다고 굉장히 낯설어했습니다. 비싼 소고기도 맛있게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즐거운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한 17만원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냈구요..

그녀가, 많이 나왔어요~ 라고 하셔서, 저를 즐겁게 해 주셨으니 괜찮아요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참, 화장실에 갔는데.. 그날 제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비비크림이랑 이것저것 좀 발랐더니 화장이 좀 들뜨고 마스크에 긁혀서 때 같은게 생기더라구요?ㅠㅠ 그냥 바르지 말걸..

 

이윽고, 그녀가 자주 간다는 펫카페를 소개시켜줘서 갔습니다. 그녀는 자기 무릎에 강아지를 앉히고, 제가 써 간 레포트를 보더군요. 설명을 해 줬는데, 제가 너무 지루하게 설명하는지.. 졸더라구요 ㅋㅋㅋ 하기야, 회사 끝나고 바로 만난거고, 먼 거리를 여기저기 이동하느라고 벌써 만난지 3~4시간이나 지났었죠. 근데 그 모습도 너무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그 여자분 볼을 만졌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82,000 원이었는데, 주변에서 매집하고 있는 거라고 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저는 사지 말라고 했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은 꽤 떨어졌는데, 그녀가 제 레포트를 참고했길.. 바랍니다.

 

끝나고 그녀의 집 쪽으로 데려다 주던 길… 약간 공기가 무겁긴 했는데, 제가 얘기를 꺼내 봅니다. 오늘도 정말 즐거웠어요!! 스릴러 영화 좋아한다고 한 게 생각나서, 마침 oo 개봉했던데 다음엔 그거 보러 갈까요?

대답을 안하시더라구요. 속으로는 정말 너무 철렁해서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설마 오늘이 끝인 걸까.. 착잡했습니다.

마지막 내릴 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마카롱이랑 핸드크림이랑.. 예전에 카톡 대화하면서 좋아한다고 하셨던 것들을 기억해서 사놓은 게 있어서, 차에서 내려 종이백을 트렁크에서 꺼내서 그녀에게 드렸습니다.

근데, 그 때 다시 못 볼 것을 직감했는지, 저도 모르게 제 표정이 너무 안좋았나 봐요.

그녀가 제 눈치를 쓱 보더니,

“연락 드릴게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겨우 웃으며 알겠다고 말하고, 빠이빠이 하고, 제 선물을 들고 골목 속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소리없이, 그러나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잘 들어갔냐는 카톡에, 연락이 안되고, 하루 정도 지나도 읽지 않더라구요..

 

정말로 혹시나 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무슨 일 있냐고 다시 연락을 해 봤는데, “저 너무 부담스러워요..” 라는 카톡이 왔고, 저는 어떻게든 돌려 보려고 능글맞게 카톡을 이것저것 해 봤지만, 이제는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처음 연락한지 한 한달 정도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래. 이제 다 끝났구나. 하지만 한번 더 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기다리다가.. 장문의 카톡으로,

 

"정말 좋은 분이고 놓치기 싫었는데, 이렇게 되어 너무나도 속상하다. 제가 조바심에 부담스럽게 해 드려서 죄송하고, 연락하게 되면 정말 편하게 친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

 

이런 식으로 보냈지만.. 당연히 답변이 없었어요.

부담스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장문의 카톡으로 보내봤자 역효과, 소용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시간이 더 지나도 답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저는 이렇게 보내고 마무리를 지었어요.

 

 

이 메세지의 읽씹을 끝으로, 저는 차단당했습니다.

지금 보니 참 부끄럽네요. 카톡 내용이......

이 사람을 놓치기 싫어서, 정말, 자존심 다 버리고 끝까지 추하게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저는 너무 허전하고 마음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고 밤에 술만 마시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답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어요. 이렇게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면 갈수록 제 마음이 점점 커지고 조바심이 생겨서, 평정심을 잃게 되더라구요. 자잘한 실수도 너무 많았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치고 또 프교하거나, 저에게 했던 짓이나, 여기 글에는 쓰지 않았지만 여러 상황들을 봤을 때, 저 여자분도 사실 저에게 좋은 분이 아니었을 수 있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라 그런 거 상관 없이 빠져들었던 것도 맞긴 해요.

 

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엄청 예쁘고 괜찮은 분은, 애초에 저랑 될 사람이 아니고 더 괜찮은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할 사람들이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어플에 가입하고, 한번 그냥 볼까 하면서 저 같은 사람을 이렇게 닿을락 말락 스치게 되면, 저는 정신을 못차리고, 이 사람을 잊지 못하고 기준이 높아지고.. 그래서 어플을 하다보면 눈만 높아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에요.

그래도, 나이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요즘의 저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많이 낮췄답니다.

 

네.. 여튼.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이 들어서 그런지 이 사람이 잘 잊혀지지가 않더라구요. 제가 차단 당하긴 했지만, 사실 업무용 폰이 따로 있어요. 이러면 안되지만.. 한 9개월 정도 지나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졌고, 카톡 아이디를 등록해 봤습니다.

..1개월 전에 결혼했더라구요. 남편분의 얼굴을 보니, 저와는 180도 다른, 수염 기르고 장발의 상남자입니다.

아하. 이런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했구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슬펐습니다. 남자보다는 동성친구랑만 놀고 싶다고 저를 거절했던 사람이, 이렇게 8개월만에 결혼을 할 정도면 사실은 결혼 생각이 정말 많았다는 건데.. 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잘 했었다면, 저에게도 진심으로 대했을 것이고, 저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지요.

예전에는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많이 드니 예전에 놓쳤던 소개팅녀들이 자꾸 결혼을 하는 게 보이고, 그러면 마음의 타격이 정말 크고, 저를 탓하게 되더라구요.

나이가 드니, 기회 자체가 적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얼른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마저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찾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부의 말씀..)

제가 쓴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든 일에서 제가 무조건 잘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매너가 부족했을 때도, 잘못했던 때도 있었고, 찌질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고, 이성과 사랑이라는 감성적인 영역에서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서 정말 모든걸 다 사실대로 기록했고, 이번에는 더 자세히 썼습니다.

어떻게든 도움과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혹시나 저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생기더라도 너무 저를 미워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스피를 정말 오래 했고, 모자라고 완벽하진 않지만 제 마음과 열정을 다 쏟아 부었는데, 이제는 기운도 없고, 흥미도 잃어서 예전에 했던 스피팅도 조금씩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네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한 예전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두가 행복 가득하시길 바라며, 좋은 만남 되시길 바랍니다.

 

하하.. 그래도 저의 스카이피플 추천인 코드를 적어 놓습니다. (KRG257)

예전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드를 뒤집으며 오늘도 저의 평생 그녀를 찾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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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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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씨 무슨말을 드려야할지 몰라 답을 못드렸어요. 저는 대화를 하면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좋은 분이신건 알았지만, 제 인연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이건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이런말씀 전해드리게되어 죄송하지만, ㅇㅇ씨에게 딱 맞는 인연이 분명 나타날 거에요.” 』

 

 

『 “잘 들어가셨어요? 저는 덕분에 잘 들어왔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ㅎㅎ

호감을 많이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연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ㅠㅠ 깊이 고민해 보았는데ㅠㅠ 두번의 만남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좋은 분이시니 분명 좋은 인연 만나실 것 같아요. 남은 주말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

 

 

『 “ㅇㅇ님 안녕하세요! 네 어제 좋은 저녁시간 보냈어요ㅎㅎ ㅇㅇ님도 가족분들이랑 즐거운시간 보내셨어요?ㅇㅇ님 어제 만나서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말씀도 잘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아무래도 인연은 아닌것같아요..ㅇㅇ님처럼 자상하고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랄게요 어제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혹시 어제 나온 식사값 보내주시면 제가 절반 보내드릴게요..!”』

 

(최근 몇 달 간 소개팅 및 스피팅 후 다음 만남 신청에 대한 응답들 중 일부. 내 이름만 빼고 그대로 오려붙였다.)


 

 

나이들고, 더 외로워지고 있는 요즘..

자꾸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 100점짜리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좋은 학교 나오고, 휴학도 없이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남들보다 빠르게 취직해 어느 정도는 내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연애’ 그리고 ‘결혼 이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물론 즐거울 때도 있긴 했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슬펐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나의 진심이 외면당한 순간들, 사귀더라도 나에게 막 대하거나, 바람을 피는 경우들..

 

벌써 3~4년 전,

사귀었던 마지막 사람이 자꾸만 나에게 시들해지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았을 때,

괜히 나에게 잘못이 있는 줄 알고 더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녀는 떠나갔고, 나중에 알고 보니, 운동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와 환승을 했고, 곧 결혼했다. 그녀의 웨딩드레스 사진을 보고 난 방에서 서글프게 울었다.

 

사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인생에서 몇 번 더 있었고, 그때마다 너무 힘들고, 어렸을 땐 부질없이몇 년 동안 절개를 지키고 기다리며, 인생 낭비도 하고.. 그랬다.

이런 경험이 많은 건, 안타깝게도 내가 흔남, 아니 못생기고 매력이 별로 없는 남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차였던 적만 있는 건 아니다..!!!!ㅠㅠ)

 

이런 잘 안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여자들을 욕해주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해 주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당한 얘기들을 하면서 위로받는 걸 즐기게 되었다는 걸 알았고, 내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그때부터는 주변에 말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34살, 35살 되면서부터, 내 주변 남자들도 많이들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조금씩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입시준비하듯 진심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냐고 진지하게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지만, 활발한 사람으로 보이려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책도 읽고, 멋있어 보이는 취미도 가져보고, 친구들의 조언도 들어가며, 백화점 마네킹 위주의 옷을 사는.. 그때의 나는 마치 화려한 날갯짓으로 구애하는 수컷 공작새와 같았다.

지인들도 많이 소개팅을 해 줬었고, 스카이피플이라는 소개팅 어플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인연의 엇갈림은 계속 더 쌓이기만 했다.

특히 스카이피플 만남은 그 특수성 때문인지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정말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았는데, 후기를 쓰기도 했고 더 쓸 내용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지난 내 글의 링크만 달고, 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재테크, 음악, 맛집, 여행 :: 데이팅앱 스카이피플 후기 모음집 (저의 경험) (tistory.com)

 

데이팅앱 스카이피플 후기 모음집 (저의 경험)

전 스카이피플에서 꽤 많은 여자분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분을 만났으나 끝까지 잘 이어진 적은 없었는데요.. 기상천외한 여자분들을 많이 만나서 이렇게 후기 모음집을 남깁니다. 참고로 저는

2015happy.tistory.com

(그래도 난 지인소개팅과 스피 만남이 똑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사람이 나오는 건 맞으니까..)

 

어렸을 때는, 정말 이상형이 아닌 이상.. 소개팅에서 차여도 하루 이틀 한숨 푹푹 쉬다가 다른 여자 만나보자고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내 앞에서는 바쁘다고, 남자친구 사귈 마음 없다고, 결혼할 생각 없다고 하면서 나의 진심을 거절한 사람들이 몇 달 ~ 1년 뒤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리는 걸 많이 봤다. 이제는 정말로 결혼적령기의 사람들이 나와 소개팅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진을 볼 때면, 내가 조금만 더 매력있고 잘 했다면 저 사람과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자책하고, 안타까워했다.

 

자존감은 더 낮아지고, 연애 사업은 더더욱 잘 풀리지 않았다.

2021년에는 내 인생 이상형을 스피에서 만났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매일 정성스럽게 카톡 통화하고 비싼 걸 사주고 선물도 해줬는데도.. 3주간 두번 만나고 차였다 (이 사람도 반년 뒤에 어떤 잘생긴 남자와 결혼했다). 상심이 컸고, 반년 정도를 마음의 문을 닫은채 술이나 먹으면서 인생을 낭비했다. 정말 아까운 시간이었다.

 

2022년 기준, 37살이 되니 정말 마음이 급해졌다.

예전보다 더 낮은 기준으로,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점보다는, 좋은 점을 더 보려고 노력했다. 애프터를 신청하는 횟수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해 봤자, 많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느 날 나는 거울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더 이상 없었고, 어느덧 늙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동안인 척 하는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내가 눈을 낮췄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내 수준은 더 떨어진 것이다.

 

내 애프터 신청을 거절하던 수많은 여자들..

그들은 항상 나를 ‘좋은 사람’ 이라 말해줬다. 자상하고, 얘기 잘 들어주고, 매너있는 좋은 사람.

하지만, 그 ‘좋은 사람’ 만으로는 뭔가 부족한가 보다. 내가 진정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렇게 얘기할 게 아니라, 외로워서 몸부림치는 이런 나를 가지면 되는 거 아닌가?

안타깝지만, 나는 그 정도 사람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소개팅이나 어플 매칭이 너무 많아서 정신 못 차리던 때도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소개팅 횟수도, 어플에서 매칭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혼자 우두커니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겁이 났고, 악몽까지 꾸게 되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혼자 살게 되는 거 아닐까..

 

기회를 얻기 위해 소모임 어플이나 네이버 카페 등에서 동호회도 몇 개 가입해 봤으나, 거기는 더 정글이었다. 예를 들면, 4:4 직장인 술모임에 가 봤는데, 거기서도 내가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로 말을 잘 하거나, 잘생기지 않으니 철저히 여자들에게 외면받았다. 혹시 나와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고 몇 번 더 나가봤지만, 남는 건 여자들 보내고 난 다음 자정 이후에 가지는 남자들끼리의 술자리.. 나는 남자들끼리 있을 때 오히려 더 말을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아참, 잘생기거나 그 자리에서 인기가 많으면, 남자가 화장실 갈 때 여자들도 따라나가서 화장실 앞에서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정말, 방법이 없었고,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결혼한 주변사람들은 이제 나에게 그들의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얘기하면서, ‘비혼’ 도 괜찮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맨날 남편욕을 나에게 퍼부어대던 회사 동료.. 정말 진지하게 고민 다 들어줬는데, 이혼할 것처럼 해놓고.. 또 같이 남편과 아이와 행복하게 여행간 사진 올리고, 그런 걸 보면서.. 역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고, 그런 지옥 같다는 일상도 겪어보고 싶은 마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겼다.

 

 

비혼이 아니라면 여자를 어떻게든 만나야 할 텐데, 이젠 더 이상 여자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카드, 결혼정보회사”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 정말로 결혼정보회사에 가기 싫었다. 주변사람들이 몇 년 전서부터 결정사를 얘기하기 시작할 때도, 나는 끝까지 버텼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낭만적으로 사랑하다가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골인하고 싶었기 때문에도 그랬고, 결혼 정보 회사까지 간다는 건 내 스스로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니 그랬기도 했다. 횟수를 채우기 위해 괜찮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지 않는다든가, 매니저가 갑질을 한다든가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다. 거기 있는 여자들이 엄청 깐깐하단 얘기도 많이 들었고..

특히, 거기 있는 사람들도 나 같은 비슷한 좌절을 겪고 일상에서 구하지 못해 답답해서 돈을 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니, 괜찮은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야구로 따지면 마이너리그 에서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구해야 하는 건데, 그게 쉬울까.. 괜히 돈만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결혼정보회사까지 갔는데 만약 그것까지도 잘 안됐다? 그러면 정말 끝인거다.

결정사가 결혼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생각 때문에, 끝까지 선택을 못 한 것이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한탄하고 고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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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강남역 11번 출구.

나는 듀오 본사 앞 빌딩에 서 있었다. 에휴…

비가 오던, 어느 날 강남역 앞

 

그렇게 된 건..

몇 달간 계속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외로움이 극에 달하고, 저녁때 술 한잔 마시고 용기가 생겨서, 광고문자로 홍보하고 있는 듀오 매니저에게 문자를 하게 됐다. 생각 있고 한번 만나뵙고 싶다고..

다음 날, 매니저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내가 매니저로부터 느꼈던 이미지는.. 기 쎌 것 같은 중년의 상담사 내지는 선생님의 느낌?

친절한 말투, 정말 좋은 말만 해 주셨지만, 찌르면 피 안나올 것 같은 그런 사무적인 로봇 같은 느낌이었다.

힘없이 전화를 받은 나에게, 정말 잘 연락주셨다고, 좋은 분 같아서 한번 만나뵙고 싶었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나에 대한 좋은 덕담들을 해 주시고, 회사 끝난 뒤 직접 보자고 약속을 잡게 된 것이다.

 

 

듀오가 있는 빌딩은 다른 이런저런 카페나 기업들도 같이 있던데, 괜히 누가 보는 게 아닌가 1층로비에서 엄청 눈치가 보였고,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얼른 올라갔다.

 

못보셨죠?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찍어왔습니다 ㅠㅠ

 

9층이었던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딱 보이는 글자 ‘듀오’.. 아. 와버렸구나.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약간 깔끔한 스터디카페 내지는 일반 사무실처럼 생겼고, 안내 데스크에 포멀하게 차려입은 여자분들이 있었다.

전화통화했던 매니저님을 찾았고, 나는 스터디룸 같은 상담실로 안내 받았다.

 

좀 기다리다 보니, 통화했던 매니저님께서 오셨다. 업계에서 오래 계셨을 것 같은, 중년의 베테랑 이미지였다. 통화하면서 예상했던 대로, 약간 동글동글 하긴 하신데, 강단있고 기 쎌 것 같은 상담원 이미지.. 그 분의 기에, 벌써 약간 마음속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분은 보자마자 내가 정말 인상도 좋고 성격도 좋으신 것 같다고, 꼭 뵙고 싶었다고 잘 오셨다고, 계속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매니저님은 여기 오게 된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고 있었다.

현실에서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정보회사까지 찾아온 사람들.. 그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가질 자괴감, 낮아진 자존감. 그런 감정들을 다시 세워주고, 여기에 찾아온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

매니저님은 내게 시대가 변했다고 했다. 더 좋은 사람, 검증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현실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검증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쉽게 갈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결혼해서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는 서류를 통해 철저하게 사람을 검증하고, 매니저가 직접 만나보기도 하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 여자 모두, 결격 요소가 있는 사람은 1차적으로 거르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소개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셨다.

즉, 결혼을 못 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라, 좋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 온 거고, 잘 한 거다. 라고 말씀하시고 계셨다.

다만 약간 아쉬운 점은, 내가 1~2년만 더 일찍 왔어도 좋았을 텐데.. 라고 하시면서..

말씀을 더 많이 해주셨고, 나도 초롱초롱한 것 같은 눈으로 끄덕이고 있었지만,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얼마일까?”

이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사실 인터넷을 많이 찾아봤다. 각종 커뮤니티 포함해서.. 근데, 자료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여자 후기 및 가입비는 가끔씩 나오는데, 남자 가입비는 거의 안나오더라..

남자들이 블로그를 많이 안 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귀찮아서 그럴 수도 있고, 듀오 쪽에서 가격은 오픈하지 말라고 압박을 넣었을 수도 있겠다.

내가 사전에 얻었던 정보는 10번 만남에 약 200만원 초중반 정도였다. 전문직은 거의 몇십만원대, 혹은 공짜로 해준다고 들었는데, 그거야 해당 사항이 없고.. 나 같은 회사원은 저 정도 받는다는 것 같았다.

내가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플이나 지인소개팅에 익숙한 나로서는 저 정도 가격도 비싸게 느껴지긴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던 매니저님,

“어… 그래서.. 가격은요…”

멋쩍은 웃음을 지으시면서, 드디어 가격 얘기를 꺼내셨다.

내가 처음으로 제시받은 금액은 약 400만원 정도..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금액이었다.

주변에 이걸 한다고 속시원하게 말해준 사람이 없어서, 기준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생각했을 때는, 웬만하면 금액을 깎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뭔가 부정탈 것 같아서.. 근데 예상한 거랑 너무 다르니, 원래 이런 걸 잘 못 하는 성격이지만, 깎는 걸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알고 있던 금액은 이정도가 아니었다. 200만원대 초중반 알고 왔다고 말씀 드렸고,

매니저님은 아…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침묵..

긴 침묵 끝에, 결심을 하셨는지, 전문직 정도의 비용으로 깎아주신다고 하시면서(....) 약 260~270만원 정도의 금액을 제시해 주셨다.

(듀오 협력사 여부나, 나이, 외모, 재산 등의 조건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니, 이 금액은 참고로만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화이팅.)

아직도 큰 금액이긴 하지만, 사실 이정도 비용이 되면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있긴 했다. 쇼핑도 거의 안 하는 난데, 이런 가격 흥정을 잘 할 수 있을리가 없어서, 최저가를 뽑아낼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비싸게 가입한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아서, 한번 더 깎아볼까 하는 생각에, 다른 결혼정보회사도 가보고 비교해서 해보려고 한다.. 얘기를 꺼내면서 오늘 계약 안할 것 처럼 이야기 해봤는데,

다른 결혼정보회사와 비교도 해 주시며 회원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도 해주시고, 약간의 자존심긁으려고 하시는 얘기 (의도하신 거겠지만), 현실에서 잘 안되서 찾아오신 거 아니냐고, 지금 등록 안해도 어차피 다시 찾아오시게 되어있다. 얼른 등록하고 시작하는 게 이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매니저님.. 나 같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나 보았겠는가!ㅋㅋ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어떤 심리상태인지 다 꿰뚫어보시는 그런 느낌이었다.

몇 십분 정도, 쓸데없이 망설이고 뜸을 들이다가..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씀 드리자마자 바로 결제를 하게 되었고, 그 뒤에는 뭐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그자리에서 각종 두꺼운 서류 작성.. 부모님 및 나의 인적사항, 학력, 자가여부, 대략적인 연봉, 취미 특기 등을 수기로 적고, 신분 조회를 위임하는 서류를 작성했던 걸로 기억한다.

 

행복한 결혼생활 하고 싶어.. 듀오. 도와줄거지?

 

다 끝나고, 정신 없고도 뭔가 마음이 허한 상태로 가려는 나를 배웅해주시면서, 정말 잘 왔다고, 잘 해드리겠다고 강조하시면서 고개를 숙이던 매니저님..

나는 몰랐다. 그게 그 매니저님과의 마지막인 것을 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이런 상담매니저와 매칭 매니저는 따로 있었다.

이후에는 초혼임을 증명하는 서류, 연봉 서류를 제출하고, 자기소개를 쓰고..

그리고 나서 한 1주 조금 넘게 지났을 때,

 

매칭 매니저라는 분이 전화가 왔고, 그 때부터 매칭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 곳은 제가 거~의 관리하지 않지만, 만약 찾아오시는 분들께서 재미있게 글을 읽어 주신다면!!! 한번 다음 편도 써 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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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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