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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ZWx5KAUZk0?si=xUF2zc9zMkVP745N

(아래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 세월이 빠르네요. 내년이면 벌써 마흔 살인데, 뭐 하나 크게 이룬 것도 없이 인생을 보낸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다 결혼을 했고, 이제는 단톡방에 애기 기르는 얘기나, 심지어는 학교 보낸 얘기들을 하고 있더라구요.

(요즘 친구들 단톡방에 육아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생각해 보면,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제 친구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여자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끼지 않고, 공부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소소하게 남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친구들이 쓸데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며, 어떤 여자가 본인의 스타일이고 잘 맞을지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왔더라구요.
 
“그때 그렇게 놀았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
 
라고, 결혼한 제 친구들이 얘기하곤 합니다. 제 친구들은 결혼을 잘 한 것 같아요. 외모도, 재력도, 성격도 괜찮은 분들과..
그에 반해, 저는 거의 어플 소개팅으로만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거의 5년간, 스카이피플을 했었다..)

 
발로 뛰지 않아도 되는, 내성적인 저에게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두번의 만남으로 결판이 나는 어플 소개팅으로는 여자 보는 눈을 기르는 데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200명 넘는 여자들에게 수천만원을 허비하며, 맛있는 밥과 술 그리고 선물을 사줬지만, 결국 37살이 끝날 때까지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사람이다 하며 올인했던 여자들은 여지없이 저를 선택하지 않았고, 세월이라는 폭주기관차 속에, 수많은 실패와 아픔으로 좌절하고, 현실 도피를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덧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파인 것이 보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러니, 소개팅이나 어플 매칭도 예전만큼 잘 되지 않아 고민하던 와중, 이젠 정말 안되겠다. 마지막 방법을 꺼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듀오 라는 결혼정보회사에 찾아가서 매니저 상담을 하고, 가입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입니다.
 
(결혼정보회사 가입 후기는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만남 후기를 올려달라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구요.
결정사 후기라.. 저도, 지인들 중에 결정사를 했던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못 본 것 같아요. 그러니, 결정사 얘기를 듣는게 쉽지는 않았었는데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시겠죠.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1년 동안 경험했던, 결정사 만남 후기를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다시, 예전 기억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듀오 회의실 분위기)

 
#1. 듀오 가입 이야기.. 저번 글에 이어서.
 
저는 듀오 건물의 작은 회의실 같은 곳에서 매니저님과 상담끝에 가입을 하겠다고 했구요, 가입하겠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매니저님은 제 신용카드를 받으시더니 후다닥 나가셔서 결제를 하셨습니다.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 일시불로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매니저님은 몇 가지의 서류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여기, 여기.. 자기소개 작성 하시구요?”
 
성 본관 / 키 / 학력 / 직장정보 / 연봉 / 성격 취미 특기 / 부모님 및 형제 정보


등을 자세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가족의 재산이나 연봉은, 저 같은 경우에는 딱히 검사를 하진 않으셨어요. 별 것 없어보여서 그러실 수도…
“여기 체크하시면 저희가 oo 씨가 나온 학교나 미혼 여부 등을 조회한다는 것에 동의하신다는 거에요~”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에도 서명하였습니다. 미혼 증명 서류, 재직증명서, 제 연봉을 증명하는 연말정산 서류도 가져갔던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집은 없으시고.. 아, 있으세요? 준비 다 되셨네~”
주택 여부를 물어 보셔서, 아파트 갭투자 하고 있는 걸 말씀 드렸는데, 어느 아파트인지, 얼마인지 등의 증명 서류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어필하실 분들은 따로 서류를 가져가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상형을 표시하는 서류가 있었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여자분을 원하시나요?”
귀엽고 애교있고 약간 볼륨있는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답하였구요,
“여자 키는요? 160 이상이어야 되겠죠?”
저는 키가 작은 사람도 괜찮아서 150 이상이면 된다고 말씀 드렸더니 약간 놀라시고,
“여자 직업은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하니,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직장인, 전문직 이런 곳에 알아서 표시해 주셨습니다. 나이 차이는 한 3~4살 연하까지 얘기 했습니다.
 
근데, 옆에서 계속 제가 작성하는 걸 바라보고 계시고, 저도 긴장이 되니 손이 떨려서 자기소개 서류를 잘 작성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대충 작성했고, 나중에 듀오 홈페이지에서 수정했습니다.
 
서류를 다 제출하고.. 어느덧 거의 오후 8시,
“정말 잘 찾아오신 거에요. 인상도 좋으시고, 준비도 다 되셨네요. 결혼만 잘~ 하시면 되겠네”
건물 엘리베이터 앞, 지치고 현타가 오는 표정의 저를 다독이듯 90도로 인사하시던 매니저님이 기억납니다.
 
저는 5+5, 다섯번 만남에 다섯번의 보너스 만남으로 계약을 했었어요. 다섯번 만남 이후에는 환불이 안 되게 해 놓은 구조.. 기분이 조금 안좋았지만, 어디서 만나든 결혼할 인연만 잘 만난다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가끔씩 들어오는 협찬이나 방송 출연요청 등을 계속 거절해 왔고, 얼굴공개 등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결정사가 조건으로 등급이 매겨진다고 하니, 이런 제가 어떤 여자분들을 만났는지 보고 감을 잡으시려면, 저에 대한 정보도 대략적으로는 필요한 것 같아서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86년생, 서울대 모 학과 (ㄱ학과)를 나와, 현재 유명 대기업을 13년 정도 다닌 과장입니다. 키는 172 고, 몸무게는 한 65키로 정도 되는 마른 체형입니다. 여담으로, 제가 172 라고 듀오에 적어놨는데, 뒤에 말씀드릴 어떤 매칭녀가
“왜 키 사기 치셨어요?”
라고 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174 라고 매니저님이 알아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참고하세요..
무교 (부모님이 불교)이고, 외모는요.. 음.. 안타깝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닮았다고 하는 연예인들을 나열해 봤구요, 어떤 여자분들은 제가 무해하고 바른 이미지여서 좋다고 하는 반면, 어떤 여자분들은 저 보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지더라구요. 잘생긴 편은, 아닙니다. 성격은.. 제 다른 글이나 영상에서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끌 연봉은 세전 1억 초반대고, 서울 강동에, 갭투자 하고 있는 조그만 아파트가 있습니다. 회색K5 를 몰고 있습니다. 아파트 시세까지 고려해 지금까지 제가 모은 재산은 대충 한 7억 정도 될 것 같네요.
부모님은 두분다 대졸이시고, 서울 강동에 집 하나 가지고 계신 평범한 분이시라, 결혼할 때 도움이나 재산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정도면 제 소개는 대충 된 것 같습니다.
 
#2. 매칭 이야기
(상대방의 신상 노출을 하지 않기 위해, 약간 각색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난 뒤, 듀오에서 새로운 매칭 매니저가 배정 되었고, 다시 일주일 뒤, 두개의 매칭 카드가 제 메일로 도착 했습니다.


여성분들의 프로필은 대략 이런 식으로 옵니다.
 

(듀오 프로필을 재구성 해 봤습니다)

 


이름은 드러내지 않은 채,
성씨, 몇년생, 사는 곳
고등학교를 포함한 학력사항
전직 및 현재 직장 근무사항
가족사항
키 / 종교 / 취미
자기소개
매칭매니저의 추천글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플과 비교해 보면, 자기소개가 딱딱하고 진지한 사람들이 많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더 많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매칭매니저 추천 글은, 자기소개에 쓰지 않은 집안 환경 및 재산 어필, 성격의 장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 만나 보니, 상대방 부모님의 재산 등은 약~간 과장한 느낌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사진. 사진이 있는데요, 전체적으로는 화질이 어플보다는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따 온 듀오 프로필 사진 예시 입니다. 이정도 나오면 굉장히 잘 나온 양심적인 사진에 속합니다 ㅋㅋ


저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받은 두분 사진이, 이게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뿌옇게 얼굴 보정이 되어있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뿌연 사진으로..)

 
역광 맞은 것처럼 눈부신 얼굴들.. 어플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프사기 인 것 같아서 고민을 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매니저님께 소개받은 두분 다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결정사에서는 처음 소개받는 사람이 제일 낫다는 속설을 들어서 그랬던 게 제일 컸고, 빨리 첫 만남을 해 보고 싶어서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사, 선생님 두 분의 만남을 요청했는데, 그 중에 약사분이 먼저 제 만남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2-1. 만남 진행 방법
 
수락하시면, 서로의 매니저를 통해, 통화나 문자 메일 등으로 만남이 가능한 시간 및 장소를 조율하고, 장소는 적절한 곳으로 매니저님이 정해 주십니다. 보면, 매니저님들은 첫 만남으로 밥집보다는 카페를 많이 잡아 주시더라구요.. 금전적으로 부담도 적고, 또, 강남이나 종로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만나는데도, 대체적으로 사람 많이 없고 조용한 곳을 잘 잡아주시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듀오가 수십년간 만남을 주선해 왔을 거기 때문에, 이런 만남 장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많이 쌓여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어플에서는 만남 수락 뒤 전화번호만 주고받고 나머지는 알아서 진행하게 되는데, 어플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만나기 전에도 별 일이 다 일어나잖아요. 잠수타거나, 간보거나, 예의없게 대하거나.. 그런 기분나쁜 경험이 꽤 있었는데,

결정사는 매니저가 껴 있고, 전화번호는 만남 당일에 주셔서, 그런 일이 없으니 이런 면에서는 결정사가 나은 것 같습니다.
 
1) 첫 만남 (33살 약사)
 
저의 첫 만남은,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 당시 33살, 수원에 살던 대학병원 약사였습니다. 일 끝나고 바로 나온다고 하셔서, 차를 한 30분 몰고 정장을 입고 병원 근처의 한 카페로 갔고,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차 한잔 하면서 옷매무새를 정돈하였습니다.
일이 끝나고 나타난 그녀.. 근데, 저에 비해서 너무 편하게 입고 나왔더라구요. 회색 기모 추리닝에 패딩.. 소개팅을 까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프로필이 이런 사진이었다..


사진의 밝기가 무슨 예수님 사진처럼 너무 밝아서 긴가민가 했는데, 실제로 보니 프사기도 심했고, 무엇보다도 너무 지친 얼굴이더라구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병원 생활, 진상 고객들 얘기 등을 했고, 프사기에 실망한 저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줬습니다. 그래도 카페라서, 돈이 많이 들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커피 한잔 하고, 1시간 반 뒤에 일어나, 다음에 또 보자는 빈말을 서로 주고받은 뒤 헤어졌습니다.
이틀 후, 매니저가 연락이 오더라구요.
“XX씨는 ㅇㅇ씨 괜찮다고 하던데, ㅇㅇ씨는 어떠세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애프터 의사를 물어보시구요, 매니저님께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첫 매칭부터 까다로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네 저도 괜찮았어요~ 하고 넘어간 다음, 그 여자에게는 연락을 하진 않았습니다.
 
2) 두번째 만남 (34살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바로 두번째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34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이분도 사진이 너무 눈부시게 흐릿하게 나와서 조금 긴장했었습니다. 이분은
“이번주는 여행을 간다고 하시고, 다음주는 일 때문에 바쁘시다네요~”
약속을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약속 정하고 3주 뒤에 보게 됐는데, 이런 경우가 결정사를 하면서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바쁠 수도 있지만, 평일도, 주말도 안되나..? 솔직히, 다른 매칭이 있을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긴 하더라구요. 근데 뭐, 저도 어플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뭐, 이바닥이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요.
어느 주말 저녁, 강남역의 조용한 카페.. 이날도 저는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먼저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결정사 만남은 항상, 이렇게 일찍 갔었는데, 매니저님이 매너라고 가르쳐주신 것도 있었지만, 조금 더 진지한 만남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도 있었습니다.
카페 문을 열고 등장한 그녀, 오.. 이번엔 외모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턱돌이를 닮았던 그녀..)

 
하관이 조금 발달해 턱돌이.. 처럼 생기시긴 했지만, 딱 봐도 운동을 열심히 한, 몸매가 탄탄한 분이셨습니다. 호감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녀는 딱 봐도 프로 소개팅녀의 느낌이 났습니다.
선생님이어서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정형화된 순서로 소개팅 질문을 쏟아내던 그녀. 딱딱한 태도를 보이셔서.. 저에게 관심이 없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외모가 제 스타일 범주에 들어오는 분이기 때문에 열심히 호응해 줬는데, 예를 들면 그녀는
“어떻게 살아야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세요?”
등의 심오한 질문들을 던졌고, 저는
“늙기 전에 되도록이면 여러가지를 경험해 보는 게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대답하며, 여행이나, 투잡뛰는 것, 제가 하고 있는 블로그나 유튜브 활동 등을 얘기했지만,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다가, 제가 그렇게 대답하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구요. 자신의 뇌를 깨우는, 뭔가 기발한 대답을 원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걸 제가 충족시켜주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1시간 반 정도 지나고, 그녀는 질문을 멈추더니, 저에 대한 파악이 다 끝난 듯,
“가시죠”
라고 했고, 헤어졌습니다.
 
분위기상, 솔직히 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모가 나쁘지 않았고, 나름 똘똘한 모습도, 강남에 살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그녀에게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구요, 만남이 어땠는지 확인하는 매니저님께, 그녀가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며 애프터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좋은 분인데 인연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네요^^;;”
 
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여자분에게 카톡을 하여,
“매니저님에게 얘기는 들었어요. 아쉽지만, 좋은 분인 것 같아 한번 더 만나뵙고 싶습니다”
라고 얘기 했지만, 읽씹을 당했고, 끝났습니다.
아쉬워하는 저에게, 매니저님은
“회원님을 보고싶어하는 분이 계시네요~ 이번엔 미차감으로 해드릴 테니, 잘 해보세요”
제 횟수 차감을 하지 않는 서비스 만남을 제안하였습니다.
사진을 보니 음.. 별로 땡기지는 않더라구요. 어플이었다면 바로 걸렀겠지만, 결정사는 한번의 만남이 몇십만원이란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플에서) 안 볼 것 같은 사람도, 미차감이라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좋은 분이시겠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3) 세번째 만남 (34살 공공기관 박사)
 
겨울 저녁, 강남역.. 매니저님은 어느 가성비 넘치는 파스타집으로 약속 장소를 정해주셨습니다. 처음 보는 곳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분위기가 나쁘지 않더라구요.

(사진 퍼옴: 강남역 프리모바치오바치. 여기 가성비 좋아요.)

 
 “안녕하세요.. 저쪽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에게 얘기하던 그녀.
34살, 사회복지 관련 공기업에 다니는,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고려대 출신 박사였습니다. 키는 작았지만, 사진보다 너무 노안이셨고,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앞니가 하나 없으시더라구요.. 임플란트라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저.. 그게.. 부모님이 가입시켜 주셔서 나왔어요..”
부끄러움을 타는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말을 거의 못하셨고, 남자를 거의 못 만난모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같이 있던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플로 이상한 사람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이런 순수한 이미지를 풍기는 분께 관심이 갔고, 한번 더 만나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만남은 논현역의 고깃집에서..
“저.. 남자분이 고기 구워주시는 거 처음이에요..”
맥주 한잔씩 하며, 그녀는 떨리는 할머니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고기도 먹고, 차도 한잔 하면서..분명 똑똑하고, 순하고, 아버지가 의사고, 나쁘지 않았는데, 참.. 앞니가 없고 너무 노안이시니 대화를 하다가 자꾸 현타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의 심정을 알았는지, 매니저님은


“XX씨랑은 끝나셨죠~? ㅇㅇ씨를 보고싶어하는 분이 계셔서 미차감으로 한번 넣어드릴게요~”


거부할 수 없는 미차감 매칭과 함께, 두 분의 프로필도 추가로 넣어 주셨습니다.
소개는 한 2~3주에 두분 정도씩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벤트처럼 한번씩 미차감 매칭이 오게 됩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소개받은 프로필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매니저님이 나에게 이 프로필을 보여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며, 열린 마음으로, 소개시켜주실 때마다 적어도 한 프로필은 골라서 했는데, 조금 나중에서야 제가 소개받은 모든 프로필을 거절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니저님에게 눈치가 보여서 거절을 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는데, 여러분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만 소개를 받으면.. 꼭 거절을 하시길 바랍니다.
 
4) 네번째 만남 (33살 미술학원 선생님)
 
어쨌든, 미차감으로 했던 다음 매칭.. 33살의 어느 대학 미대를 나와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한의원 하시고, 상가 임대도 하신다네요. 집안이 좋으니, 잘 해보세요.”
장소도, 카페가 아니라 어느 고급진 음식점으로 지정해 주셨습니다. 근데, 예약을 하려고 음식점에 전화해 보니, 예약이 다 찼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급히 다른 음식점 후보를 찾아 그녀에게 카톡을 했는데, 대뜸
“아 네네. 그럼 oo 에서 볼까요?”

이렇게 카톡이 와서 조금 실망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통성명도 안하고..


당시에 저는 이 카톡 온 걸 보고 조금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제가 좀 예민한 것 같기도 한데, 첫 카톡이었거든요. 저는 나름 예의를 차리고 살갑게 인사를 했는데, 통성명도 없이 저렇게 답장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이 예의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논현역의 한 피자집에서 만난 그녀..
사진에선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에, 얼굴에 시술을 굉장히 많이 하신 분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의 그녀..)

 
“안녕하세요~”
역시나, 저에게 퉁명스럽게 인사하는 그녀.
근데, 그날따라.. 피자 재료가 떨어져서, 피자가 주문이 안되더라구요.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종업원에게, 그녀는,
“어떻게 피자집에 도우가 없을 수가 있어요?”
라고 따지며, 기어이 종업원의 사과를 받아내었습니다. 뭐.. 그렇게 얘기하는 건 자유지만, 굳이 소개팅 자리에서 이랬어야만 했을까. 파스타, 스테이크 등.. 다른 메뉴도 많은데 말이죠.
미차감이라고 한다면, 이 만남에 거의 몇십만원을 쓴 걸 텐데, 무슨 끌려온 사람처럼, 저에게 굉장히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제가 대화를 시도하면, 단답하고 무표정 정색.. 대화가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15분만에.. 식사가 끝나서 나왔는데, 그날따라 좀 열받더라구요. 그냥 집에 가도 될 분위기인데, 굳이 카페를 가자고 제가 우겼습니다. (커피라도 얻어 먹을려고)
제 건너편에서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 그녀를 앞에 두고,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잔 시원하게 마신 다음, 10분 정도 뒤에 카페에서 나왔고, 어색하게 인사 한 다음, 연락하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서로 반대편으로 갈라섰습니다.
 
며칠 후, 매니저가, 어땠냐고 전화가 왔었고, 매너가 너무 없었다고 피드백을 했었습니다.


“아이구 이런.. 그랬군요.. 네 그럼 다음 분 소개시켜 드릴게요~”


고생하셨다는 식으로 말씀 하셨는데, 뭔가 저를.. 문제 회원의 만남 소진용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저한테 미안했는지, 미차감 두명을 제안해 주셨고, 한 분은 대학 총장 따님, 또 한 분은 종로에 아파트가 있다는 35살 학원 선생님이었습니다. 음.. 듀오 자기소개를 보다 보면, 누가 써 준 것 같은, 성의없이 대충 써놓은 자기소개가 있거든요.

 

 

대학 총장 따님이.. 약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거르고.. 학원 선생님은 수락해서 만났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조금 흐리지만 제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더라구요.
 
5) 다섯번째 만남 (35살 학원 선생님)
 
저번 만남에서 상처를 받아서 그랬는지, 왠지 이번에는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니저님은 그냥 평범한 종로의 카페를 잡아 주셨지만, 그분과 이야기해 종로의 한 5성급 호텔 라운지 카페로 약속 장소를 잡았고, 만났습니다.
사실 그녀도, 사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만남. 말은 잔잔하게 잘 통하는 편이었지만, 이성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일이나 취미, 일상 얘기 등으로.. 주제가 겉돌았습니다.
저의 텐션과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이번 만남이 결정사 마지막 만남이에요. 열심히 했는데, 저는 이번 생애에 결혼은 못할려나봐요”


자조섞인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그녀도 저와 비슷하게, 노력은 하지만 잘 안풀리는 사람이더군요.하지만, 차마, 제가 그녀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습니다.

(분위기 좋았던 호텔 카페)

 
거기 호텔 카페.. 분위기가 좋긴 한데, 커피가 한 잔에 2만원이더라구요. 그 대신, 아메리카노로 리필이 되니.. 가실 분은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2시간 동안 얘기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가 탈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봐요 우리..”
아련하게 얘기하던 그녀가 생각나네요. 인간적인 연민이 들어, “네 그래요”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그 다음주 주말에 보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는데, 하필이면 제가 약속 전전날 코로나가 걸려 버렸습니다.
카톡으로 코로나 인증을 하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나으면 만나자고 했는데.. 매니저님이 바로 다음 만남들을 잡아주시기도 했고, 저도 마음이 그닥이라 다시 연락하지 않았네요. 그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실, 한 1년 정도 지나고, 최근에 연락이 다시 오긴 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코로나 걸리신 지도 오래 돼서 이제 후유증도 없어지셨겠어요~”
음.. 네. 그랬습니다.
 
여튼, 코로나가 걸렸던 2월. 저는 또 연달아 소개를 받았습니다. 빨리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저는,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수락을 했던 것 같아요.
 
6) 6번째 만남 (36살 대기업 직원)
2월 말에, 연세대 출신의 88년생 대기업 기획팀 다니는 분과 카페에서 만남을 했는데요.. 정말, 이 분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영혼없이 시간을 떼우고 왔나 봅니다..
 
7) 7번째 만남 (35살 대기업 직원)
3월 초에는 미차감으로 IT 기업에서 코딩하시는 89년생 여자분과 만남을 했었습니다. 아버지가 교수, 어머니는 의사, 오빠는 변호사였던.. 정말 집안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매니저분이 잡아준 강남역 중심가 카페 대신, 구석진 조용한 카페로 잘 잡아 주셨던 건 기억 납니다. 이분도~ 그냥 그냥, 서로 이성적인 감정은 느끼지 못했고, 차 한잔 마시며 얘기만 잘 하고 왔던 것 같습니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다 보니, 소개팅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다년간의 사회생활로, 대화 스킬도 좋고, 인생의 스토리도 많죠. 정말 안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2~3시간 이야기를 나누는건 너무나도 익숙한 일.. 겉으로는 웃으면서 대화하지만, 서로 이성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빙빙 돌리면서 쓸데없는 얘기만 하고 시간만 날리게 됩니다.
영혼없는 만남이나 하며 소중한 기회를 날리고 있던 그 때, 매니저님이 소개시켜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8) 8번째 만남 (공공기관 직원)
91년생, 이대를 나와 박물관 관련 공공기관에 다니던 그녀.. 엄청난 미인은 아니지만, 자기소개에서 애교가 느껴지고,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는 사진, 몸매도 괜찮아보여서 관심이 갔습니다.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소개를 부탁 드렸고,
“이 분이 연락이 잘 안 되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한 3일 뒤에 수락해 주셨고, 2주 뒤 주말에 약속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기가 많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매니저님은 카페로 추천해 주셨지만,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분위기 좋은 프랑스 퓨전요리 집으로 만남 장소를 옮겼습니다.
 

(강남역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만남을 가졌다)

 
어느 초봄, 토요일 오후 4시.. 저는 30분 먼저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미용실에서 머리 세팅을하고, 제 가장 비싼 롱코트를 입고, 목캔디를 계속 먹으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약속 시간, 그녀가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음.. 결정사에서 이성적인 호감이 없는 사람들만 만나다가, 제가 사귈 수 있는 외모 범주에 있는 사람을 만나니까.. 눈이 돌아가더라구요.
대화도 오랜만에 잘 통했어요. 자기소개에
“말을 들어주는 걸 잘 해요”
라고 써져 있었는데, 무슨말을 하든 웃는 얼굴로 적절하게 잘 받아쳐 주니, 대화를 하는 저도 너무 즐겁더라구요. 한 3시간 동안, 밥집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인연에 너무 신난 저는, 바로 다음 약속을 잡았고, 들어가서도 계속 카톡을 나눴습니다.
다음 만남은,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는.. 강남 쪽의 비싼 고깃집으로 잡았습니다.
“오빠~ 또보니 넘 반갑네요~”
와인을 함께 하며, 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근의 한 스카이라운지로 가 오후 11시가 될 때까지 대화를 주고받고 헤어졌습니다.
 
“말 놔요 오빠~ 제발 먼저 놔줘요 네?ㅋㅋ”
 

(그녀는 21기 현숙과 비슷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그녀는 저를 또 미소짓게 했습니다.
3번째 만남은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카톡도 주고받았습니다.
근데, 그녀와 대화하면서.. 약간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대화는 정말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근데, 제가 카톡하지 않으면 먼저 카톡이 오지 않는다는 것과, 엄청 활달하게 카톡을 받아주기는 하는데 저에게 뭔가를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 보니 연락할 때 조금 조바심도 나고, 내 대화스킬이 부족한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한 후배 여자애한테 대화 내용을 보내 봤더니
“누가봐도 오빠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왜 매달려요~”
그랬습니다. 한 걸음만 뒤에서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잘 해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 보니 시야가 좁아졌고, 제가 조금만 더 잘 하면 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후배나 주변의 경고를 무시하고.. 비가오던 주말, 오후.. 상도역, 삼프터를 하러 그녀의 집 앞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서해바다 구경하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서 김포 쪽으로 갔고, 바다뷰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카톡 대화가 미적지근해서 조금 헷갈렸지만, 삼프터를 받아줄 정도면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나서 즐거우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고, 가는 길에 꽃과 향수 선물을 사가서 고백을 했습니다.
 

향수.. 고백선물로 자주 애용하는 편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걸 받아도 되나요.. 저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처음부터 확답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고백했다고 하며, 우리 대화도 즐겁고 잘 맞으니 자연스럽게 친해지자고 싶다고 했고, 그녀도 웃으며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날도 한 6시간 동안 재미있게 대화하고, 집에 내려주고, 돌아와 보니 그녀가 우산을 제 차에 두고 내렸더라구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TMI 네요.
어쨌든, 그 뒤로도 한 이틀? 정도 카톡을 주고받았는데, 그녀는 이전과 똑같이 잘 받아주기는 하지만, 절대 먼저 카톡을 하지 않는 등.. 예전과 똑같더라구요. 뭔가.. 그냥 힘이 빠져서 선톡을 하지 않았더니, 다시 카톡이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한 몇 주 뒤에, 잘 지내냐, 아쉬웠다는 카톡을 보냈고, 별 응답이 없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카톡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그냥 친절한 사람이었지, 나에 대한 마음이 1도 없었다. 그냥 내가 착각하고 김칫국 드링킹 한 것이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이 사람한테 한 80만원 정도 썼더라구요. 저 혼자 기분 좋아서.. 그냥 정말 이런 제 자신이 망신스러웠습니다.
어플에서도 몇 번 겪었던 일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가 제일 위험한 것 같습니다.
오는 남자 밀어내지 않고, 거절 의사를 잘 보이지 않는 사람..
괜히, 저만 신나서, 착각해서, 고백까지 해버리고, 물적으로 심적으로.. 손해만 보고 말았습니다.
 
당시 3월 말, 우울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매니저님은 1~2 주일에 한번씩 소개를 시켜 주셨지만, 저번 매칭녀의 여파가 있어서 그랬는지, 외모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눈에 띄는 자기소개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그냥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쉬웠고, 결국에는.. 마약을 찾듯이 소개팅 어플을 또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골드스푼 회원가입을 하고, 스카이피플 까지..
 
그러나, 어김없이 나타나는 매운맛 여자들..
가고싶은 식당을 얘기하길래 예약금까지 내고 예약했는데, 약속 시간 30분 전에 갑자기 파토내 놓고,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이건 매너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예약금 절반 보내달라고 하자,


“ㅋ이렇게 쪼잔하니까 다 늙어서 애인도 없으시죠~”


이런 소리를 지껄이던 여자,
첫 번째 만남에서 느낌이 좋아, 애프터 장소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제가 00오마카세 예약했어요~ 여기 맛집이에요~”
1인 20만원짜리 음식점을 저와 상의없이 예약해 놓고, 계산할 때는 뒤로 빠져있던.. 세번째 만남을 거절했던 여자,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그 사람에 대해 칭찬했더니,
“만나보지도 않고 저를 좋은 이미지로 추측하시는 게 부담스럽네요~ (차단)”
제 입장에서는 좀 예민했던 여자.
어플에서 닳고 닳은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일을 연속으로 몇 번 겪으니.. 자존감이 더 떨어지더라구요.
 
어느덧 한달 뒤, 4월 말..
“회원님~ 두 분 프로필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한번 보시고 답변 부탁드립니다~”
매니저분이 두 명을 제안하셨지만, 두 명 다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매니저님께 거절 의사를 표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네~ 회원님 다른 분으로 또 소개시켜 드릴게요~”
하고 넘어가시는데,
“아니 왜 이XX 회원님 소개 안받으세요~ 이 분이 ㅇㅇ님 좋다고 하셨고, 이 분 애프터 신청 확률이 90% 에요~ 미차감으로라도 넣어드릴 테니 하세요.”
하면서, 물러서지 않으시더라구요.
한 10초 정도 고민하다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 미차감으로 소개를 받기로 했습니다.
 
9) 9번째 만남 (33살 투자회사 영업사원)
 
5월 초, 평일 저녁, 강남 교보문고 지하에 있는 어느 카페..

교보문고 지하 카페, 위치를 찾기가 힘든 곳이다.

 
저는 그날도 30분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그녀의 자기소개를 외우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약속시간 10분 지난 시각, 전화가 오네요.
 
“건물에 들어왔는데~ 카페가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요~~”
 
숨을 헐떡이며 건물들을 헤매다, 겨우 카페를 찾아오며 들어오는 그녀.
정장을 입고, 카페 입구에서 두리번대다, 혼자 앉아있는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이유를 살짝 닮았던..그녀

 

낯 가리는 표정으로 찡그리며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데, 오.. 괜찮더라구요.
사진은 나이들게 나와서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동그란 얼굴에 귀여운 구석이 있고, 제가 좋아하는 하체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어느정도 제가 좋아하는 외모의 사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역 프사기를 만났네요.
고려대를 나와서 한 투자회사의 영업사원이었던, 당시 33살 그녀.. (집안은 그냥 평범)
처음에는 어색하게 고개숙이고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습니다만,
“케이크 한 숟가락씩 먹어서 쓰러뜨리는 사람이 딱밤 맞기 할래요?ㅋㅋ”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도 하고, 대화하다 보니 저랑 친한 친구가 그사람 지인이더라구요. 친구 얘기를 하다 보니, 딱딱한 결정사 소개팅이 아니고 지인 소개팅처럼 더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대화가 잘 통해서, 2차로 길 건너편의 분위기 좋은 스카이라운지로 갔습니다.
제가 투자해서 손해보고 있는 종목 얘기를 했는데, 그녀는 투자회사에 다니시다 보니 유료 레포트를 볼 수 있더라구요.
“음.. 이런 기업에는 투자하면 안될 것 같은데요..?”
그녀가 조곤조곤 이유를 대며 딱 잘라서 얘기하는데, 정말 가슴이 심쿵하더라구요.
제가 투자에는 관심이 많긴 하지만, 종목을 보는 눈이 없어서 돈을 많이 잃었는데,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 여자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애프터 신청을 하고, 두번째 만남.. 비싼 음식점을 얘기했으나,
“우리 냉면 먹어요 ㅋㅋㅋ”
사람 북적북적한 맛집에서 냉면을 먹었는데, 털털하고 소탈한 모습도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사람이다 싶어서, 그분이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직진했습니다. 삼프터를 받아줄지 고민을 하는 듯 했으나, 카톡이나 통화 등 대화가 끊기지 않아서, 오래 갈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외모에, 학벌도 좋고, 지적이니, 이사람이다 싶었지요.
3번째 만남, 꽃과 향수를 사서, 프라이빗한 소고기집에서 그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하면서 정말 매력적인 사람임을 알았다. 결정사를 하면서 이렇게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이 없었는데, 놓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좋은 관계로 함께하고 싶다.
라고 얘기했는데, 물론 그자리에서 고백을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고백할 때 감동해서 눈물나는 줄 알았어요. 우리 잘 알아가 봐요.”
라는 말로 호감을 표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9-1) 드디어, 결정사에서 사귀게 되었다.
 
저와 그 여자는 매니저에게 서로 사귀는 사이임을 얘기하고, 계정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 출근하기 전 러닝크루나 회사 헬스장에서 매일 5 km 달리기를 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주 4회 이상 재테크 스터디 모임이나 부동산 주식 관련 유료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그런 사람..
저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좋았고,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놓고 펼칠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주고받고, 멘탈을 돌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도 저의 긍정적이고 평화주의적인 성격을 좋아했고, 애칭으로 저를 쿼카 라고 불렀습니다.

쿼카, 그녀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그사람과는 맞는 것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있는 성향, 블로그나 유튜브를 하는 것, 명품 좋아하지 않고 재테크 좋아하고 소탈한 것 등등..
어느덧 그녀의 삶에 들어가, 부동산 강연도 듣고, 같이 한강 달리기도 하고, 경매하는 거 구경하러 법원도 가보고, 맛집, 드라이브 등.. 재미있게 데이트를 했습니다.
잘 맞을 때는, 정말 잘 맞았어요.
문제는.. 그녀가 약간 예민하고 다혈질적인 구석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데이트를 시작한 날, 강남의 삼겹살집에서.. 술 마시고,
“우리가 만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듀오에서 소개받았을 때) 먼저 좋다고 해줘서 고마워”
라고 했더니,
“잠깐, 혹시 오빠 미차감이야? 나 싫다고 했어?”
“왜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이런 소리를 해? 나 거절한거야? 말해봐!”
하며 따지더라구요.
 
9-2) '미차감' 만남의 진실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뭐냐.. 하면, 저도 이사람이랑 얘기를 하면서 듀오 소개 시스템을 알게 되었는데,
매니저가 남자와 여자에게 동시에 프로필을 준 다음, 남 녀 둘다 관심있다고 하면, 서로의 만남 기회를 하나씩 쓰는 것이고, 여자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남자는 싫다고 하면, 매니저의 재량으로 여자 쪽의 만남 기회만 쓰면서, 남자한테 무료 만남 한번 하라고 설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아마도 듀오 시스템은 이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님 말고...ㅠㅠ


저는 그런 시스템인지 모르고, 그냥 매니저가 했던 말, 여자가 저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그 말만 그대로 여자애한테 전달을 했던 거죠. 매니저가 저를 생각해서 무료로 해준거라 생각했고, 제 만남기회를 안 썼다는 걸 여자측에서 모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 여자애는.. 제가 거의 마지막 만남이어서, 듀오 시스템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거든요.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한시간 동안 고깃집에서 남들 다 보는데 소리를 지르며 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했고, 저는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네. 듀오 시스템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예를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 여자애는, 사귈수록 감정기복이 굉장히 심한 여자였습니다.
자기 좋을 때는.. 정말 애교도 넘쳐나고 매력이 있는 여자였지만, 연인에게 화를 낼 땐 말 하나도지지 않고, 온갖 시비를 걸며, 소위 상대방을 죽일듯이 잘근잘근 말로 씹어먹는, MBTI ENTJ 스타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연애뿐 아니라, 회사도 그런식으로 행동을 해서, 회사에 적이 굉장히 많은 스타일이더라구요.
되도록이면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저와는, 완전 반대인 사람이어서,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굉장히 많은데.. 너무 길어서 몇 개만 얘기 해야겠습니다.
 
그녀의 이상형은..
“상남자인데, 책 많이 읽는 지적인 사람”
이었습니다. 제가 학력은 좋아도 몸매가 좋지는 않으니, 그녀는 제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매가 좋아지길 바랬습니다.
저도 건강해지면 좋긴 하니까, 200만원을 주고 헬스장에서 피티를 받았고, 운동 후에는 4 km 씩 뛰었습니다. 근데..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한 2주 정도 매일 운동을 하니.. 피곤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여자에게 매일 운동하니 피곤하다 라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열심히 하더니만, 나에 대한 마음이 이정도였어? 벌써 변한거야? 이래서 오빠를 내가 믿을 수 있겠어?”
저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스트레스를 주더라구요. 식단도, 자는 시간도 통제해서, 저는 사귀는 내내 라면이나 돈까스 제육 같은것도 거의 못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원하는 머리카락 스타일도 있어, 그 스타일로 잘랐어야 했습니다. 재테크 등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실망했다는 잔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이 여자는 귀엽게 생겼지만, 폭력적인 내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집 근처로 출장을 왔던 그녀. 맛있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집구경 좀 시켜줘”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저는 당황했습니다. 집을 치우지 못했거든요..
제 오피스텔 방문앞까지 데려가서 조금 기다리라고 해 놓고, 열심히 집을 치우고 있는데, 한 3분 정도 지났을까..
 
“쾅쾅쾅.. 쾅쾅.. 야!!!”

 
오피스텔 복도가 다 떠나가도록 제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그 여자의 폭력성이 보이는 듯 해서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당황해서 문을 여니, 제 방을 보지도 않고
“나 갈래”
왜그러냐고 달래다가, 계속 성질을 내서 결국 제 차로 그녀의 집으로 데려다 줬는데, 그녀가 화를 낸 이유를 들어 보니
“어떻게 아무도 없는 복도에 나를 내버려둘 수 있어?”
“결혼하면 어차피 더러운 모습도 볼 텐데, 이렇게 숨기면 내가 어떻게 널 믿는데?”
그사람의 말도.. 틀린 건 아니나, 연애할 때, 방의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저의 입장도 이해해 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말해봤지만 씨알도 안먹혔죠. 뭐. 지는 부모님댁에 살아서 한번도 방을 보여준 적도 없으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그 여자의 기분이 풀려서 또 재미있게 놀고 그랬는데, 큰 사건이 또 하나 발생했습니다.
사귀는 내내, 저는 집돌이어서 일과 집만 왔다갔다 했지만, 그녀는 이런저런 모임이 많은 인싸라 거의 매일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집에 들어왔거든요. 저는 그 여자가 늦게 집에 들어가는 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사는 모습을 응원했었죠.
근데 어느 날, 회사 팀 전체 회식이 잡혀서 그녀에게 늦게 들어간다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사귀는 기간 동안, 단 한번 있었던 저녁 약속이었습니다.
팀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팀장님이 저를 계속 붙잡았고.. 오후 10시쯤에 팀원 몇 명이랑 노래방에 갔습니다. 물론, 계속 연락은 주고받았었죠.
근데, 노래를 하고 있는데..
“야, 당장 사진 찍어 보내.”
사진하고 동영상 찍어 보내니,
“내가 모르는 사람들 엉덩이 흔드는 거 보고 있어야 돼?”
짜증내는 메시지와 함께, 쉴새없이 전화가 오는데, 소름돋았던 건, 막상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라구요. 달래주는 얘기를 혼자 하다가.. 응답이 없어서 끊으면 다시 전화가 오고, 또 받고, 이런게 수십번 반복했는데, 정말 사람이 피말리고 답답했습니다.
그날은 팀장님에게 붙잡혀 3차로 우동집까지 가서 새벽 1시 반까지 소주를 마셨는데, 핸드폰으로는 그사람에게 분노의 카톡과 전화가 계속 와서 대응하느라고 정신이 없고, 팀장한테는 잔소리를 계속 듣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회식 끝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던 길.. 제가 이 영상에 시간상 다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화내고 저를 못살게 굴었던 수많은 장면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렵게 시작했던 연애였기에, 웬만하면 잘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녀가 제게 성질을 부릴 땐, 짜증은 났지만, 그래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 내가 더 잘 해야지, 혹은 대화하며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관계가 더 지속될수록,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틀에 저를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했고, 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은 저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카톡을 했습니다.
 
“내가 한번이라도 00이한테 이런 짓을 하면 당장 헤어지자고 할 거면서, 나를 왜이렇게 못살게 구나요?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요? 우리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오빠 말이 맞아요..”
처음에는 자기가 너무했다는 걸 인정하더니만, 그날 저녁에는 전화가 와서, 종일 화를 내며
“내가 얘기하는 것들, 틀린 말 하나도 없어. 받아들이지 않을거면~ 평생 그렇게 불쌍하게 살아!”
“그래, 이제 변했구나. 오빠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숨기고 있었던 거야~ 이젠 나를 이해해주지 않고 나한테 큰소리치잖아? 나에 대한 마음이 이정도 밖에 안됐던 거지.”
“내가 몇년간 엄청 거르고 거르면서 신중하게 사겼던 게 오빠였는데, 오빠 사귀느라고 아까운 시간 다 썼어. 이걸 어떻게 보상할꺼야?”
그러다가도, 또 전화가 와서,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더 빛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한시간동안 울고불고 하다가.. 즐겁게 얘기하기도 하고, 감정의 높낮이를 제대로 보여주더라구요.
사실, 저도 그사람이 그렇게 저에게 제멋대로 할 때, 강하게 다그치지는 못했어요. 헤어지자고 비슷하게는 얘기했지만, 이 사람과 헤어지면 어떡하지 막막하기도 했고, 대화는 잘 통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여튼, 그렇게 감정의 높낮이를 보여주며 그녀는 그녀 스스로 조금씩 마음을 정리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그 여자가 저의 생년월일을 들고 유명한 곳에 궁합과 사주를 보러 갔는데,
“여자가 남자 등쳐먹는 사주야. 순진한 남자 그만 괴롭히고 당장 헤어져”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신기해서 혼자 그 사주카페에 찾아가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 만나라고..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용한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일주일 뒤.. 서로 서먹서먹해진 상태에서 그녀의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걸 먹고, 2차로 카페에 갔습니다. 일상 얘기를 주고 받으며, 또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녀가 시비만 걸지 않으면, 잘 어울리는 사이였던 것입니다.
집에 갈 즈음, 런닝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나이키에서 나온 30만원이 넘는 운동화를 선물했고, 귀여운 런닝 옷과 바지도 하나씩 선물해 줬습니다.
그녀는 멋쩍어하며
“즐겁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늘 즐겁네..”
하며 집에 갔습니다.
그 뒤, 그 여자는 일주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 왔고,
“오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직 100일 밖에 안됐는데 이런 문제들이 계속 생기는 걸 보면, 인연은 아닌 것 같아”
하면서 이별을 말했고, 저도 받아들이며..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녀는,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남자들이 나 만나면 다 도망가더라.. 그리고 금방 결혼하더라고”
이 사람에게 계속 시달리면서, 저도 이성의 ‘성격’ 을 제일 많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모’ 를 아예 포기할 수 없지만, 저와 성격과 케미가 제일 잘 맞는 게 중요하고, 그걸 만족한다면 배경이나 학력, 재산 이런건 많이 내려놔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별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녀도 나름 할 말이 많겠지요.. 어쨌든 우리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녀도 그녀의 기준에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났길.. 바랍니다.
 
9-3) 연애 후 헤어짐, 새 매칭 요청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때, 매니저님께 전화를 드려서,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했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되었다고 하며, 휴면 해제 및 새 매칭을 요청 드렸습니다.
“아이구~ 그러세요? 네 새로 소개시켜 드릴게요~”
사무적인 말투로 말씀하시던 매니저님.. 휴면한지 100일 정도 되면 다시 미혼 인증을 해야 되는데, 딱 그 직전에 연락을 해줘서 안그래도 된다고.. 다행인 것 처럼 (?) 말씀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는 저랑 헤어지고 나서 반년 이상 휴면 해제를 하지 않았고, 듀오 매니저들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들의 경우, 이처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동호회를 많이 했으니까, 밖에서 만났겠죠 뭐.
 
10) 10번째 만남 (34살 엔터회사 직원)
두 분을 소개 받았는데, 제가 선택한 분은 34살, 우리나라 대표 엔터 회사에서 신인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맡고 계신, 연세대를 졸업한 능력있는 분이었습니다.
이분과도 약속을 잡는게 어렵더라구요. 바쁘다고 해서, 2주 뒤 주말, 그녀의 집 앞 카페로 약속을 잡았는데, 이렇게 약속이 뒤로 미뤄지면, 남친 사귀는 거에 관심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이럴 땐 좀 찜찜하긴 합니다.
2주가 지나고, 방이역 쪽 어떤 베이커리 카페..
그날도 저는 30분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곧,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를 맞이하였습니다. 제 기준에는 너무 말랐지만, 그래도 외모가 괜찮다고 생각되더군요. 얘기를 좀 해 볼까..
“안녕하세요 저는 00 라고 해요”
음.. 감기 걸리셨나 싶어서 여쭤봤더니, 원래 목소리가 그러시다고..

이 분은 목소리만 아니었어도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베컴 같이 너무 허스키한 목소리..였는데, 매력이 정말 떨어지더라구요.
네. 압니다. 이것저것 다 따지다 보면, 결혼 못하죠. 감정을 추스르고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고, 그쪽 업계 얘기도 흥미롭게 들었던 것 같아요. 무난히 다음 약속도 잡았습니다.
다음 약속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그녀의 직장 근처.. 평일에 회사 끝나고 한시간 넘게 걸려 그쪽으로 찾아갔습니다. 맛있는 거 사주고, 카페에서 얘기했는데.. 역시 서로 두근거리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말이 계속 헛도는 느낌이랄까. 이성적인 얘기가 아닌, 그냥 일상 얘기들을 좀 하다가..
“저 회사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가볼게요~”
1시간 반 정도 뒤, 그녀는 갑자기 급하게 일어났고, 빠르게 멀어지는 그녀를 씁쓸하게 바라보며,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나네요.
 
10-1) '듀오 멤버스 클럽' 존재를 알게 되다.
이 때쯤, 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듀오 멤버스 클럽’ 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2~3주에 한 번씩 매니저님이 해주는 소개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듀오 멤버스클럽에 가입하고 제 정보를 공개하면, 소개팅 어플처럼 저도 거기 가입한 다른 이성들의 프로필과 자기소개를 볼 수 있고, 소개를 요청할 수 있더라구요.
듀오 멤버스클럽을 하겠다고 하니,
“..네~ 그래요~ 하세요~”
매니저님이 굉장히 떨떠름하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거기 가입을 하니, 제 프로필을 보고 저를 소개받기 원하는 여자분들이 조금 있더라구요. 꼭 가입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어느덧, 9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제 마음은 더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번 만남을 끝으로 5번의 기본 만남은 다 썼고 (미차감), 서비스 만남 5번이 남았습니다.
 
11) 11번째 만남 (33살 IT 업계 회사원) 
다음 받았던 소개는, 우리나라 대표 IT 업계의 기획팀에 다니는 33살 여자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유산으로 100억대 건물을 상속받으셨데요 회원님~ 이런 분 놓치시면 안돼요.”
사진..이 너무 흐릿하게 나와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외롭기도 하여 고민끝에 수락했었지요.
주말, 오후 3시, 강남역의 한 2층 카페.. 창가 자리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치마 정장을 입고 황급히 어떤 사람이 뛰어오더라구요. 하.. 역시나 사진과는 너무 딴판. 저사람만은 아니길 바랬지만,
“안녕하세요.. ㅇㅇ씨.."
만남 한번에 몇십만원을 쓰는데, 이럴 때 제일 힘이 빠지더라구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0분만에 다 마셔버리고는, 땅만 보며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하던 사람. 한편으로는 남자 경험이 없어 그랬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사진 사기를 친게 짜증이 나서, 1시간 정도 만나고 헤어졌고, 헤어진 직후에 그 사람은 저를 차단했더라구요.
 
“에고.. 그러셨어요~?”
만남 결과를 물어보며 사무적으로 저를 위로하는 매니저님, 다음 소개를 시켜주시네요.
 
12) 12번째 만남 (33살 변호사)
33살, 이대를 나온, 강남에 사는 인권변호사 였습니다.
아.. 이분도 사실 사진부터 외모가 마음에 들진 않았어요. 너무 통통해보이고 해서.. 근데 매니저님이 한번 만나보라 해서.. 나갔습니다.
평일, 강남역의 한 음식점,
그날도 저는 먼저 가서 앉아 있었는데,
“저기.. 혹시..?”
어라? 사진보다 훨씬 예쁘고 몸매가 좋은 분이 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계시더라구요..

어라..?!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는데,
“.. 여기에요~”
제 옆 테이블.. 남자분이 부르시더라구요. 이런 젠장..
멘탈이 좀 흔들리고, 한 10분 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검은색 원피스, 머리가 산발이 되어 와선 90도로 고개를 숙이던 그 사람.
 

굳이 찾자면 이런 이미지.

 
사진보다 뚱뚱하고, 일 스트레스 때문이신지 탈모도 있어 보여서, 조금 슬펐습니다.
옆 테이블 여자분이랑 비교되니 현타가 왔고, 처음엔 빨리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만 들더라구요.
근데, 그래도.. 역시 변호사여서 그런지, 여러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가셨고,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그 여자가 가진, 보이지 않는 매력이었겠지요..
“듀오멤버스 자기소개 보고 매니저님께 먼저 요청 드렸었어요 ㅎㅎ”
제 자기소개에서 자상한 모습이 느껴져 좋았고, 또 만나보고 싶다고, 그녀는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저는 대충 네~네~ 대답하며, 그녀를 집으로 보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 어플, 그리고 결정사 소개팅도 많이 들어오던 시점이라, 이분..을 제끼려 한다고 매니저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분, 한번만 더 만나봐요.. 진짜 잘어울릴 것 같애”
강력한 추천도 있었고, 이 분도 적극적으로 애프터를 신청해서, 마음을 돌렸습니다.
“ㅇㅇ님, 소개 또 시켜드릴게요.”
한 발은 변호사에 걸치고,
“한 세 분 정도 들어왔어요. 이렇게 들어올 때 집중하셔서 꼭 여자친구 만드세요~”
비장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중에 두 분을 선택하여 만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3) 13번째 만남 (35살 7급 공무원)
한 분은.. 부모님이 모두 공무원이셨던, 35살 7급 공무원.
평일,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었는데, 늘씬하시고, 강민경 닮고, 몸매도 좋으셔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날은 카페에서 간단히, 그리고 애프터는 호수공원 쪽에서 벌레를 쫓으며 차 두잔씩 마시며 걸었던 생각이 납니다. 100% 정도까진 아니어도 마음에 들었었는데, 만날 때는 대화가 잘 되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연락이 거의 안되더라구요. 거의.. 6시간에 한번씩 연락이 와서 카톡이 재미가 없었고, 다른 곳에 관심이 있거나 저에게 적극적인 마음이 없으신 것 같다 싶어서 제꼈습니다.
 
14) 14번째 만남 (34살 초등학교 선생님)
두번째 분은, 사업하는 집안 따님이었던, 34살 초등학교 선생님.. 미차감으로 만났습니다.
주말,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정말 빡세게 꾸미고 오셨더라구요.
가슴 파진 알프스 소녀 스타일 원피스에, 컬이 가득 들어간 머리.. 제 자기소개와 사진을 보고 기대를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옷 입고 오심 ㅋㅋㅋ

 
솔직히 남자..라면, 이런 스타일을 안좋아할 사람이 없지요.. 귀여운 인상에 제 텐션도 올라가고, 그사람도 호응하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꽤 오랫동안 차를 마시고, 바로 애프터 날짜를 잡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요.
바로 며칠 뒤 주말, 두번째 만남.. 그 분 집앞 파스타 집에서 만났는데, 그분도 저도 첫만남보단 편한 옷을 입고왔거든요. 근데, 그래서 그랬을까..
“대화가.. 잘 안 나오네요.. 피곤한가..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던 그녀.. 안타깝게도 첫번째 만남의 즐거웠던 분위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뜬구름 잡는 대화만 하다가 헤어졌고, 끝났습니다. 둘 다, 약간 금사빠 기질이 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두 번의 만남을 허무하게 보내는 동안, 사실 아까 얘기했던 변호사분과도.. 한 다리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매번, 허물 같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구겨진 원피스를 입던 그녀. 헝클어진 머리, 거기에 약간의 탈모까지.. 아마 결정사가 아니라면 안 만났을 그녀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사회적 약자들을 무료로 구해주는 인권 변호사였고,
“저 원래 상담비용 한시간에 30만원이에요!ㅋㅋ”
하는 일들이 멋있었고, 저나 종업원들 등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인성도 좋은, 정말 바른 청년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그런 모습들에 흥미를 느껴, 그녀와 약 한달 반 동안, 주말 저녁을 함께 보냈던 것 같아요. 카톡이나 통화는.. 많이는 안했던 것 같아요.
밥먹고 차마시며.. 서로의 일 얘기 등등.. 일상 얘기들을 주로 했는데, 말을 잘 해서 그런지, 끊기지 않고 표면적으로는 매번 재미있는 대화가 이어졌죠. 일 얘기나 상담도 하며, 응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예전 남자친구가 저를 너무 구속해서, 정신과 약까지 먹었었어요. ㅇㅇ씨는 부드러운 남자죠?”
이 정도의 호감표현까지는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외에는 두근거리는 대화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다섯 번 정도 만났는데, 저도 확 끌리지는 않아서 표현은 못하겠고, 핑계겠지만, 상대방이 조금 더 표현을 해 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녀도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사람에게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제자신이 미웠어요.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인데, 조금만 두근거리면 되는데, 라는 생각으로, 두근거리는 상황을 만들어 보기 위해, 이동할 때 일부러 그녀의 팔 소매를 잡아 봤습니다. 뿌리치더라구요. 이런 쑥맥 같은 사람..
어쨌든, 다섯 번 정도 만나니, 서로 시간낭비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또 간을 보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백할까? 하.. 외모가 너무 아쉬운데. 말까? 하.. 이 사람하고 결혼하면 되게 안정적이고 든든할 것 같은데.
선택의 시간, 그래. 결정했어!!

그래! 결심했어!! 고백해 보자!

 
“여러 번 만나면서, oo 님이 좋은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오랫동안 알아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더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은 대화를 해 보고 싶어요. 편히 얘기해 주세요~!”
고백같이 하면서, 슬쩍 그녀의 마음을 떠 봤습니다.
“..”
한 이틀 동안 답이 없더니, 진짜 긴~ 장문의 카톡을 써 주셨는데, 그녀답지 않게 너무 두서가 없었지만..
“이렇게 길게 끌게 해서 죄송합니다. 먼저 이런 말씀 해 주시고, 용기있는 분이시고, 그동안 만남에서 좋은 분이신 거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저는 ㅇㅇ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일도 더 잘 되실 때까지 응원하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음.. 그래. 거절이구나. 그래. 애매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잊고, 몇 주 뒤..
 
“ㅇㅇ님, 잘 지내셨어요? 저번엔 죄송했어요. 얼마 전 출장을 갔었는데, 하루 종일 ㅇㅇ님이 눈에 밟히더라구요. ㅇㅇ님과 함께라면 서로 잘 맞춰나가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한번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카톡이 왔더라구요.
사실 이 때 매칭이 없긴 했습니다. 그러나.. 경험상 나중에 연락 오는 거는 사랑.. 이라기보다는 미련이라 생각했고, 이런 관계는 틀렸다고 생각이 들어, 만남을 거절하고 끝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한번 더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더라구요. 얘기라도 들어 볼 걸..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폭풍 같은 9월이 지나갔고, 어느덧 10월.. 한창 매칭을 많이 했었는데, 제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
소개를 한창 많이 시켜주셨던 매니저님도, 마치, 필살기를 써서 지치신 것 마냥, 한 3주 넘게 연락이 오지 않더라구요.
다른 분들의 듀오 후기에서 봤었는데, 만남 횟수가 거의 다 되면, 매니저가 신경을 잘 안써준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만남횟수가 다 되기 전에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고, 제 매니저도 저에게 진심일 거라 생각해서, 매니저가 저를 방치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마치, 매니저가
“못생기고 키도 작은 놈이 왜이렇게 까다로워? 역시, 너도 구제불능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우울하고, 자괴감이 많이 들더라구요…
어플도 잘 되지 않고, 여자를 만날 방법이 없어 더 우울해지고..
원래는, 없어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매니저님께 먼저 연락하지 않지만, 용기를 내어 매니저님께
“매니저님, 연락 안주신 지 거의 한달이 지났네요 ㅠ 다음 매칭 해주실 수 없으신가요..?”
라고 말씀을 드렸고, 매니저님은
“네 알겠습니다~ 다음 매칭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조하게 대답 하셨습니다.
그러나, 진짜 정말 저도 제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추가로 보내주신 프로필은 너무 제 스타일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없겠더라구요.
 
눈치가 보이지만 또 거절하고.. 우두커니 기다리다가 떠올린 그것.
“듀오 멤버스 클럽”
평소에도 가끔 심심할 때 거기에 들어가, 저보다 어린 여자들의 프로필을 검색해서, 괜찮은 것 같은 분들에게 즐겨찾기를 하곤 했었어요. 찜해놓은 사람만 한 20명 정도 있었지만, 매칭을 신청하지 못했던 이유는.. 어플이라면 저사람들 다 신청했겠지만, 저에게 기회가 몇 번 없으니, 매칭 신청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찜해놨던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니, 더 조바심이 들더라구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똑같아서, 그런 사람들은 빨리 사라지나 봅니다.
그래. 만남 기회 한번 쓰자. 용기를 내어, 사진의 웃음도 몸매도 예쁘신 것 같은 분에게, 매니저님을 통하여 만남 신청을 하였고, 그녀가 수락하여,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15) 15번째 만남 (35살 방송사 PD)
그녀는 고려대학교를 나온 35살, 한 방송국에 다니는 다큐멘터리 PD 였습니다. 집안도 부유하고, 강남에서만 자란.. 금수저였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제가 도전장을.. 낸 것이었죠.
그녀는.. 바쁘다고 하면서 한 3주 정도 시간을 끌었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렸고..
11월 중순, 토요일 오후, 전시회장이 있는 카페..

 
그날도 30분 먼저 들어가서 시끄럽지 않은 구석자리를 찜해놓고, 그녀의 자기소개를 수십번은 읽으며, 그녀와 이야기할 대본을 어느정도 짜 놓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멀리서 들어오던 그녀.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오셨네요. 오.. 역시 제 느낌이 맞았습니다.
사진보다 약간 나이들어 보이긴 했지만, 귀여운 모습이 남아있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몸매였습니다.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 호감이 상승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보고, 표정이 좀 아리송.. 합니다. 마음에 드는건지, 안드는 건지.
그녀가 작업했던 프로그램 얘기들과, PD 들의 고충.. 열심히 공감을 해 주려 노력했는데, 제가 티비를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깊은 대화까지는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녀는
“평소에 외국 유튜버들을 많이 봐요~”
어떤 인터넷 방송에서 영감을 얻는지 영상을 몇 개 보여줬는데, 자막도 없는 1.5배로 영상을 보니, 북적한 카페에서 집중이 잘 안 되어 호응이 잘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 하는지 테스트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시간이나 떼울려고 영상만 보여줬을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그녀가 스타일도 좋고 성격도 무난무난해 보여서, 괜찮다는 생각에 공감도 많이 해 주고 나름 어필도 꽤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도 분명 즐거워했었고, 저의 직접적인 애프터 신청에 호응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 약속이 있어서.. 가시죠.”
그녀는, 1시간 반 만에 일어나서, 굳이 저와 다른 쪽 문으로 나갔습니다. 예쁜 그녀를 보면서, 나혼자 눈치없이 신나서 얘기했던 걸까. 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으니,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에 대한 칭찬과 함께 다음에 또 뵙고 싶다고 카톡을 날렸습니다.
“..”
하루 넘게 답장이 없더라구요. 답장이 계속 없으니, 애가 타고, 답답하고, 역시 나는 이정도인가 자괴감도 들고 그랬습니다.
하루 뒤,
“네~ 즐거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늦었다는 사과도 없이, 싫은 티 팍팍 내는 카톡이 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첫만남때 그녀가 흥미있어했었던 대화 주제로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뚝 뚝 끊기는 대화..
안되겠다. 끝나더라도 승부수가 필요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 님! 저번주에 만나 얘기하면서 ㅇㅇ 님이 좋은 분이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곱씹어 보면, 그 자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랬는지, 너무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 아쉽더라구요.. 제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ㅇㅇ님을 더 오래 보고 싶어 용기를 내 봐요. 저와의 만남이 나쁜 기억이 아니라면..”
다시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장문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뭐. 그렇죠. 당연히
“지난번 만남과 카톡을 보면서 ㅇㅇ씨가 정말 좋은 사람인 걸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좋은 분 만나세요”
라고 왔고, 끝났습니다.
결정사 하면서.. 여성분 외모가 제 마음에 든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당시, 많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정말로 많은 분들의 매칭 요청을 받으셨을 거고, 그 중에 괜찮은 분을 잘 고르셨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한 번 만남 요청에 몇십만원이 들기 때문에, 그분이 제 만남을 미차감으로 수락해주신게 아닌가 합니다.
 
“아쉬우시겠어요.. 아 회원님! 이분 어떠세요?”
 
사무적으로 위로해주시던 매니저님, 프로필 하나를 갑자기 보내주십니다.
근데, 와.. 너무.. 너무 제 스타일이 아닌 거에요. 너무 못생긴.. 떡두꺼비 닮은 사람.

(떡두꺼비)

 
“저.. 이 분은 패스하면 안 될까요..?”
가뜩이나 외로운데.. 이런 사람을 소개시켜주다니. 처참한 마음을 숨기며.. 얘기했더니,
“이분.. 저희가 특별 관리하는 분인데, 한번만 만나주시면 안될까요..? 미차감으로 해드릴게.”
이제는.. 부탁을 하시네요.
그래.. 이 분 한번 하면, 더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시지 않을까. 한번 나가보자.
 
16) 16번째 만남 (36살, 중견기업 대표이사 딸)
주말, 종로의 한 카페.. 떡두꺼비 같은 못생긴 그녀의 사진을 확대해 보며, 가능성은 없겠지만, 역프사기가 나오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씨..”
그녀는 36살, 중견기업 대표이사 따님이었습니다. 서울 마포와 청담에 자기 명의로 된 집이 3개가 있고,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수업을 받는.. 진짜 금수저였습니다.
솔직히.. 얼굴을 보자마자, 그냥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온 김에 그래도 예의는 차리고 싶어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가업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하루에 12시간은 넘게 일해요~ 하루는 제 팀원이~ 어쩌고..”
하시는 일이나 취미생활 등등의 얘기에, 적당히 호응을 해 드리니,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표정을 짓습니다. 부담..스럽더라구요..
“저는.. 남자가 원하면 일 안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 가지고 있거든요!”
재력을 비롯한 어필도 많이 하셨습니다. 이미 저의 마음은 창 밖의 풍경으로 가있었지요.
한 한시간 반 정도 지나고, 아..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름을 끊기 위해 겸사겸사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음.. 근데, 오잉?
저와 그녀의 잔이, 똑같은 메뉴로 다시 채워져 있고, 케이크 두개까지 놓여져 있었습니다.
“ㅇㅇ씨~ 제가 다시 주문했어요~ㅎㅎ”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얘기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대화가 정말 즐거우셨는지.. 다시 주문하셔서 잔을 채워놓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요.. 약간 마음이 짠해지고,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몸부림치는 저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앉아있다가 왔습니다.
“ㅇㅇ님, 잘 들어가셨죠? 푹 쉬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카톡을 보내고, 답장을 받고, 추가로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니저님도,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으시더라구요.. 의도치 않게, 듀오 알바를 한 탕 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분은.. 장문의 카톡으로,
“ㅇㅇ씨, 연락이 없으셔서 너무 슬펐어요. 저는 ㅇㅇ씨 같은 사람을 놓치기 싫어요. 저에게 시간 한번만 내주시겠어요?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한번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보통, 소개팅을 하면.. 여자분들은 본인이 마음에 들어도, 남자가 연락이 오지 않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자분의 답답한 그 마음.. 저를 보는 것 같아 이해는 하지만, 적당히 잘 이야기 하고 끝냈습니다.
 
때는 11월.. 어느덧, 두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았네요. 내가 일년간 뭐 한 거지.. 찬바람을 맞으니, 더 처량해졌습니다.
때맞춰 두 분을 소개시켜주신 매니저님.
프로필을 봐도.. 마음이 동하는 분은 없었지만, 패스하게 되면 다음 소개는 한달 후일 것 같아, 두 분 중에 그나마 귀여우신 면이 있는 분께 매칭 신청을 하여, 만나게 되었습니다.
 
17) 17번째 만남 (34살 외국계 기업 사원)
주말, 선릉역 근처의 대형 카페. 오후 3시 정도. 카페에, 정말 자리 하나 없이 바글바글 하더라구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나가서, 미어캣처럼 지켜보다가, 테이블에서 일어서는 손님 앞으로 뛰어가서 겨우 자리를 잡았고, 또 자기소개를 보며 기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34살, 미국에서 고등학교~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외국계 IT 기업에서 지원부서로 일하고 있는, 금수저였습니다. 너무 말라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얼굴은 제 스타일과 가까웠습니다.
그녀가 나온 대학교에 가본 적이 있어서, 말이 조금 통하긴 했지만, 서로 살아온 방식이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성격도 별로 잘 맞지 않았습니다.
친해지기 위해서 계속 웃는 표정을 지었던 저와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대하던 그녀.. 이것이 미국 스타일인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분의 외모가 나쁘지 않았고, 낯을 가린 것일수도 있다 생각했습니다.
한번 더 만나보자고 제안했고, 애프터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카톡에서도 그녀의 태도가 너무나도 차가워서, 말을 이어나가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만남 전 날,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요 죄송해요~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연락이 왔고, 그 이후에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어느덧 11월 중순..
만남 결과를 물어보던 매니저님은, 한 분을 또 소개시켜 주시겠다고 하시네요.
 
18) 18번째.. 마지막 만남 (35살 삼성전자 직원)
35살, 삼성전자 다니는 과고, 서울대 테크를 탄, 강남구에 사는 분이셨습니다. 마지막 만남이었죠. 사진으로는 그래도.. 순해보이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평일에, 그녀를 강남역에 있는 한 카페에서 봤지만, 딱 보자마자 서로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도 표정에서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티가 나더라구요.
그 여자분의 MBTI 는 ISFP.. 평화주의자였고, 저도 비슷한 성격이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며 서로의 매력을 칭찬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나마 결정사는 카페에서 보는 경우가 많아 돈이 많이 안나가는 게.. 위안거리였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버스정류장까지 그녀를 배웅해 주고, 저도 돌아가는데, 갑자기 너무 허전하고 배가 고프더라구요.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함에, 근처 맥도날드에서 빅맥 두개를 미친듯이 먹으며.. 마음을 달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거의 1년간 결정사 만남을 하며 이런 일 저런 일 겪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인연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구.. 회원님, 만남 횟수가 다 차감 됐네요.”
안타까워하시는 매니저님..
“재가입.. 을 하시면, 좀 더 싸게 해드리라고 제가 얘기해 볼게요. 회원님 인성도 좋고 정말 괜찮으신데~ 여자들이 보는 눈이 없네~”
저를 위로하시며, 재가입을 권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고민끝에 재가입을 하지 않기로 했고, 매니저님은, 나중에라도 재가입 하고 싶으면, 그리고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꼭 연락 달라고 말씀 하시면서, 통화를 끝냈습니다.
 
#3. 매칭을 다 마치고. 느낀 점
이것이.. 저의 듀오 1년간의 만남 후기입니다. 정말.. 길었네요.
느낀 점이 몇 개가 있습니다.
일단, 제 자신에 대한 반성부터.. 하겠습니다.
 
제가 외모를 보는 눈이.. 아직 많이 높은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받았던 프로필 중에.. 제가 만족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말이지요.
 
또 들었던 생각은, 결정사에서 생각하는 ‘좋은 결혼’ 과,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결혼’ 이 달랐구나 하는 것입니다.
 
정말 배경이 좋은 분들을 많이 소개 받았었습니다. 적어도 성균관대 이상에, 강남 거주에, 부모님이 교수, 의사, 대기업 임원 등등인, 재산이 몇십 ~ 몇백억인 금수저들.. 소개해주는 사람들을 봤을 때, 결정사에서는 ‘좋은 결혼 배우자’ 의 기준을,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경제력 좋고 스펙 좋은 사람, 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정사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저에게 이어준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의 생각은 약간 달랐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경제력이나 학벌 배경보다는, 서로의 케미, 그리고 두근거릴 수 있는 외모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시골 반지하 원룸에서 라면만 먹고 살아도.. 웃으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로망이 있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결정사와 저는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중요시하는 사항을 매니저분에게 말씀 드렸긴 했지만, 아무래도 반영이 되기는 어려웠던 것 같네요.
 
결정사는 ‘바람직한 현실적인 결혼’ 을 생각했었고, 저는 ‘낭만적인 결혼’ 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이거 리뷰 글을 쓰기 위해서 결정사 미팅 했던 여자들의 카톡들을 다시 봤습니다. 2023년에, 결정사 미팅을 18번이나 진행했는데, 저를 차단한 2명의 근황은.. 알 수 없지만, 나머지 16명 중.. 아무도 커플사진이나 웨딩사진이 올라오지 않았더라구요. 물론, 멀티프로필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이걸 봤을 때, 결정사가 성혼 확률이 높다고 홍보하지만, 그게 진짜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합니다. 돈만 많이 내고, 조급함을 이용하고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혹은 회원 개개인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대충 소개를 시켜줘서 수많은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뭐.. 저도 포함해서, 결정사에 등록할 정도면 결혼을 꼭 하고 싶었던 사람들일 텐데, 다들 돈만 내고 기회를 날려버린 거네요. 그냥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뭔가 동질감? 전우애? 같은 기분도 듭니다. 그 분들도,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서 꼭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이제 조금 있으면 마흔 살이 되네요.
사랑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수백번에 달하는 소개팅을 하며 남은 것은, 제 마음속의 수많은 상처.. 뿐이네요.
 
이젠 예전보다 더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사람만 좋다면, 다른 조건들은 많이 따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금 많이 늦긴 했지만 저의 2막을 함께 할 아름다운 인연을 기대해 보며, 우울함과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제 자신을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인연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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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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