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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스카이피플을 거의 7년동안 해왔던 고인물입니다.

 

스카이피플에서 참 특이한 만남을 많이 가졌어서, 그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마음에 후기를 쓰기 시작했었는데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습니다.

제 블로그에 있는 스카이피플 첫번째 후기 모음, 두번째 후기 모음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카이피플 첫번째 후기 모음집 링크)

 

(스카이피플 두번째 후기 모음집 링크)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제 현재 상황을 말씀 드리자면,

2023년.. 38살에 결정사 듀오에 가입했고 짧은 연애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결혼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정사 듀오 가입 후기)

 

(결정사 듀오 매칭 후기)

 

2024년.. 39살에는 스카이피플에서 만난 분과 거의 1년 정도 연애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서로 맞지 않는 부분, 아니, 제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아쉽게도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나이 40살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너무 막막합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번에는 스카이피플 매칭 세번째 후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적어 드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날 믿었던 그녀, 나락으로....

 

어느날, 스카이피플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당시 33살의, 전문대를 나온 피부 관리사였습니다. 피부가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큰 반달눈이 인상적인 사람이었죠. 

(이런 스타일)


바로 약속을 잡았고, 지금 같은 겨울, 강남역의 한 수제맥주집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사진을 보고 기대가 컸는데, 실제로도 되게 괜찮으신 분이었습니다.
약간.. 의 프사기가 있긴 했지만, 몸매가 진짜 좋으시더라구요. 솔직히 묘사하자면, 살이 약간 있으시면서도 가슴.. 이, 정말 엄청 크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몸매였습니다. 딱 붙는 흰색 니트를 입고 왔는데, 저도 모르게 눈이 갔습니다.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음..
“아 하하~오빠 졸라 재밌네요 캬캬”

(욕을 찰지게 하던 그녀..)


성격은 쾌활해서 좋았는데, 대화할 때마다 욕을 너무 시원하게 하시더라구요. 몸매 좋고 예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첫만남에 그렇게 욕을 하는 여자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대화했지만, 속으로는 아.. 이여자는 여자친구로는 안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신 다음, 맥주를 골랐습니다.
“와! 여기 사워에일 있네! 이게 진짜 맛있어요”
사워에일, 처음 보는 맥주였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아실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한 모금 줘서 먹어봤는데, 무슨 식초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엄청 시고, 별로였습니다.
그녀는 사워에일을 시원하게 마시고,
“오빠! 얼마전에 손님이 왔었는데~ 결혼했는데 글쎄, 불륜남이 있다는 거야~”
좁은 테이블에서 제 쪽으로 기울이면서 얘기했습니다. 근데,,
“앗..”
그녀의 입냄새가 확 저에게 풍기는데, 너무 역했습니다. 술도 많이 먹었는데, 거의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습니다. 사워에일 냄새였습니다.

사워에일을 드시면 입에서 이런 냄새가 납니다.ㅠㅠ


“자..잠시..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속이 너무 안좋아서, 바깥바람을 좀 쐬다 왔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사워에일을 절대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당시 그녀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빠, 혹시 추천하는 종목 있어요? 오빠 머리 좋으니까~ 그거 투자할래요!”
당시 제가 꽂혀있는 한 바이오 종목을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더 이상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달 정도는 연락을 했습니다. 안부나, 재미있는 이야기, 주식 얘기 주고받으면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편한 사이가 되어서, 아마 지금도 연락하면 연락이 오긴 할 것 같아요.


만나고 나서 몇 주 뒤,
“오빠! 오빠 가르쳐 준 주식 20% 올랐어요! 아빠랑 얘기해서 더 투자하기로 했어요 고마워요ㅋㅋ”
여자애 아버지가 모아놓은 돈, 거의 5억을 추가로 투자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 제 말을 믿겠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그 여자는 화끈한 결정을 했네요.

 

내가 추천해 준 주식은.. 그 시점 이후로 1/10 로 추락했다. 미안.. 매칭녀..


그 뒤로, 그 주식은 80% 이상 하락했습니다. 피부관리실 창업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영향을 받지 않았길 바랍니다…
그래도, 최근에 카톡 프로필을 보니, 피부관리실을 하나 연 것 같더라구요. 그녀의 사업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 첫 만남에 제주도 가기로 약속 잡았는데..

 

어느 겨울, 수원에 사는 한 32살 초등학교 선생님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를 종로의 한 고깃집에서 만났습니다.
엄청 마른 분이셨는데, 음.. 성형을 좀 하셨고, 붙는 치마를 입고 나오셨는데, 마른 것에 비해 엉덩이 부분만 엄청 튀어나온 분이셔서 보기에 약간 민망하긴 (좋..아닙니다..) 했었거든요.

이렇게 툭 튀어나오셨던..

 

나중에 알고 보니, 엉뽕이라는 것을 착용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던 분, 그래도 학생 얘기 등등.. 관심이 많은 대화부터 하며 어색함을 풀어 나갔습니다.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먹고, 계산할 때 옆에서 90도로 두 손 모아 인사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차로,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 갔습니다. 그녀는 오피스룩의 짧은 치마를 입었고, 

저도 세미정장 비슷하게 입었습니다. 거울을 봤는데, 둘이 좋은 그림이 나오는 듯 했습니다. 
사장님도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네요.”
라고 하셨습니다. 소개팅을 하다 보면,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예의상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서 와인 보틀을 시켰습니다. 한 잔, 두 잔.. 와인이 도수가 약한 것 같지만, 은근히 취하더라구요.

와인을 마시며, 그녀와 가까워졌다.


“오빠.. 우리 말 놓자.”


그녀의 눈이 풀린 것을 느꼈습니다. 
“오빠같이..자상한 사람이 좋아. 나 몸매도 좋고, 집안도 좋고, 이정도면 괜찮지 않아?”
조용한 음악, 어둑한 조명을 즐기며.. 그녀는 분위기에 취한 것 같았습니다. 술이 약한 그녀는, 손을 툭툭 건드리며 어필을 열심히 했습니다. 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렇게 나오면 저는 편하죠. 하지만, 경거망동 해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한번만 더 만나고, 세번째 만남에서 고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 얘기도 했습니다.


“오빠랑~ 사귀게 되면, 첫번째 여행은 제주도로 가고 싶어. 오빠~ 한달 뒤에 비행기표 좀 예약해줘~ㅋㅋ

첫 만남에 그녀와 제주도 여행을 논의하다. 인연인 줄 알았지.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며, 비행기표를 언제 예매할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님이 취미로 조그만 카페를 하신다고 해서, 음료 무료쿠폰을 받았던 기억도 있네요.
얼굴도 빨개지고, 술이 한껏 취해버린 그녀.. 제가 낼려고 했는데, 화장실 간다고 해 놓고 와인바 값을 통 크게 계산해 주었습니다. 고마워서, 수원에 있는 그녀의 집까지 택시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아.. 너무 졸리다 ㅠ”
그녀는 제 허벅지에 얼굴을 대고 누워 잤습니다.
집 앞 아파트에 그녀를 내려주니, 저를 한번 안아 주더라구요.
꼭 안아주고, 빠이빠이 하고, 저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한시간 정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점심,
“ㅇㅇ아, 잘 잤어?ㅋㅋ 괜찮아?” 
“..”

음.. 프로필이 실시간으로 사라졌네요.. 차단되었습니다. 대충 분위기는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밤의 일 때문에 부담스러웠겠구나..
솔직히 알지만, 무슨 일 있으시냐고 문자를 보내니, 
죄송하다고.. 아직 누굴 만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저도 더 이상 붙잡진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당시에 그녀가 이별한지 얼마 안됐었다고 했거든요. 이건 제 생각이긴 하지만, 그녀가 술이 취한 나머지 외로움이 순간적으로 커진 것이 아니었을까.. 혹은 전 남자친구가 생각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찌됐든, 술은 사람을 가까워지게 하는 마법의 약이기도 하지만, 실수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수도 있으니..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3.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진짜로)

 

어느 가을, 저는 정말.. 외로워졌습니다.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스카이피플에서, 15일동안 데이트 신청을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샀고, 수십명의 여자들에게 따발총처럼 데이트 신청을 난사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십명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좀처럼 수락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더니..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시기인가 봅니다.
15일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 어떤 한 여자분이 저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녀는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당시 33살 여자 비서였습니다.. 약간 통통한 스타일에, 볼살이 귀여워 보이는, 그런 사람.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무엇을 먹을지는.. 만나서 정하기로 했습니다.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만났구요,
“ㅇㅇ씨, 우리 뭐 먹을까요? 여기 맛있는 고깃집도 있고, 훠궈집도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녀는


“인육 빼고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ㅋㅋ”


라고 하더라구요. 
인육.. 이라. 이런 얘기를 한 사람.. 처음 보네요. 사람 고기 빼고는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고프다는 말을 한 것이겠지요.
딱히 메뉴를 정해주시진 않으셔서, 근처, 제가 가고 싶었던 소고기집으로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가벼운 자기소개 뒤.. 음식이 나왔습니다.


“캬.. 고기 마블링이 진짜 예술이네요!”


소고기를 보며,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수컷보다 암컷이 마블링이 더 많데요.. 아세요?ㅋㅋ”
저를 쓰윽 훑어보는 그녀.


“ㅇㅇ씨 운동 좀 하세요? ㅇㅇ씨 뱃살은.. 마블링이 어떨려나?ㅋㅋ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뭐에요~ 하고 웃고 넘어갔습니다. 
제 장난스러운 리액션으로 기분이 좋았는지, 메뉴판을 보며,
“소 혀가 맛있다면서요? 사람 혀는.. 무슨 맛일려나~
하며, 자기 혀를 씹는 시늉을 합니다.


무척 텐션이 높았던 그녀. 나름 애교였을 것 같지만.. 계속 사람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조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생에.. 식인종이었나..
고기를 구우며, 이상한 마음을 달래 봅니다.
그녀는 익은 안심 소고기를 반으로 가르고 살짝 누르며,
“이렇게 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게 맛있더라구요 ㅋㅋ ㅇㅇ씨는 얼마나 익혀 드세요?”
라고 하더라구요. 

 

흠.. 소고기를 덜 익혀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아니지만, 그녀가 계속.. 이런말을 꺼내니 더 기분이 오싹해졌습니다.. 
그녀가 반으로 고기를 가를 때, 마치.. 제 배가 잘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도 고기는 잘 먹었던 것 같습니다.

취미 얘기를 하던 중, 영화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보셨던 영화가 있으신가요?”
“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재미있게 봤어요 ㅋㅋ”

너의 췌장...?


영화를 얘기했을 뿐인데, 하필 그런 영화를.. 
그녀는 마치 저의 췌장을 먹고싶다는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왠지 기분이 오싹해졌고..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그녀가 불쑥 또 한마디 하네요.
“얼마전 한강에서 자전거 탔는데~ 어찌나 배고프던지 사람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ㅋㅋ”

사실, 저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서로 막 끌리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사람 고기 등, 그녀가 사용했던 단어들이 특이하기도 했고, 그런 얘기들을 할 때 그녀의 초점이 이상해지는 (?) 듯한 느낌을 받아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나네요. 뭔가 말로 정리해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연락을 하지 않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스카이피플이나, 골드스푼 등.. 어플 게시판을 보면, 조현병 이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등, 정신이 아픈 사람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여자들과 매칭되서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있는데, 정말.. 그 때 상처받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카톡이나 문자를 다시 읽기도 무섭네요. 

그것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 보고 싶은데, 상처받은 마음이 다시 올라올까봐.. 조금 나중에 리뷰하기로 하겠습니다.

 

 

4. ㅇㅇ씨 같은 흙수저는.. 비트코인 하셔야 돼요~!

 

“30초중, 일산 글래머에요 프교합시다~!”

그녀 프로필은.. 이랬다.


오늘도 평화로운 스카이피플 익명게시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글래머라는 말에 남자들은 일단 자신의 프로필을 무지성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리플이 달린 것만 해도 20명 정도.. 저도 보냈구요, 다행히도 그 여자분이 저를 수락해 주셨더라구요. 사진으로는 굉장히 귀엽게 생기고, 그야말로 엄청난 몸매를 자랑하는 분이었습니다. 
약속을 잡는데, 첫만남을 자기 동네에서 하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서로의 동네에서 보는 데이트가 좋다고 하며, 이번에 보고,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제 동네로 찾아오겠다 하셔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수원 영통 쪽에 살고 있었구요, 차를 몰고 일산에 있는 한 대형 아파트 단지로 찾아갔습니다. 도착하기 한 5분 전에 카톡을 했지요.
그런데, 아파트 정문.. 으로 오라고 했는데, 네비가 길을 잘못 알려 줬는지, 한 100 m 정도 떨어진 다른 문으로 제가 갔던 것 같아요.
그 분이 보이지 않아서, 전화를 했는데.. 저보고 어디냐 물어보셔서, 사실 조금 버벅대긴 했어요. 처음 오는 장소라서.. 
그랬더니 대뜸..


“답답하네.. 아니, 정문 몰라요? 정문? 네비 없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처음 연락하는 사람인데, 음 이렇게 화를 낼 수 있는건가?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자세히 보고 다시 정문 쪽으로 향했는데, 정말 너무 어이가 없더라구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집으로 갈 걸 그랬어요.
정문 쪽에서 그녀를 만나 태웠는데.. 제 옆모습을 슥 보더니, 인사도 없이


“..스타벅스 가요”


길 건너편에 보이는 스타벅스를 매정하게 손으로 가리키는 그녀. 그 모습이 되게 능숙해 보였는데, 스피 소개팅 남자들이 오면 항상 이렇게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벅스에 차를 대고, 음료수 메뉴를 말한 그녀는 자리를 잡는다며 휙 돌아서서 먼저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하지만 실전에 옮기진 못하고, 한숨을 푹 쉬며 음료수 2개와 케익을 구매했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예쁘기라도 했다면 위로가 되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가슴…은 컸습니다. 그건 맞긴 했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나왔더라구요. 

 

이런.. 스타일... 흑흑

 

누가봐도 시술한지 얼마 안 된.. 전형적인 성형 얼굴이었습니다. 
뭐랄까. 참.. 그냥 씁쓸했어요.
이런 사람이랑 얘기가 잘 통할리가 없지요. 제가 말하는 걸 무시하고 까내리거나, 단답으로 대화하거나.. 그러니까 대화가 하나도 안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통점인 어플 얘기를 꺼냈습니다. 저도 어플을 많이 했으니, 유일하게 대화가 되던 게 이거였습니다.


“어플 하니까.. 저 어떻게 하려는 사람들만 달려들더라구요. 술마시고 모텔 가자고 하구.. 남자들은 원래 이래요? ㅇㅇ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말에 웃으며, 속으로는.. 

당신이 이런식으로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나 달려들겠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구요?” “의견이 뭔데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저에게 따지듯 의견을 물어보던 그녀... 근데, 제가 그런 분위기에서 의견을 어렵게 얘기하면, 그거에 대한 답은 안하더라구요. 그러니 대화가 안되죠. 화가 났습니다. 
지친 마음으로, 이상형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재미있는 남자요.”


뭐 그렇겠죠. 외적인 것이든 뭐든, 그녀를 재미있게 하는 그런 남자가 있겠죠.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원에서 찾아온 사람을 이렇게 대하다니,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도 짜증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제가 이번 영상에서 언급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대세일 것 같아서, 코인회사로 이직했어요”
“흙수저들이 재테크 제대로 안하는 건, 죄짓는거라고 생각해요. 비트코인이 미래에요.”


그녀는 한 대기업에 다니다가, 비트코인이 미래라는 걸 깨닫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코인회사로 이직을 했더라구요. 

비트코인!!!!!

그 당시 코인.. 이 많이 떨어졌을 때였는데, 저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응원을 했지만, 속으로는.. 진짜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미래라고 생각했던 그녀.

아마 지금까지도 코인을 팔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상상을 초월한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는.. 코인이 많이 떨어졌던 2020년? 2021년? 이쯤이었음)

 

얼굴과 몸매에 투자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소위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지 않을까.. 행운을 빕니다.
제 입장에선 그녀가 참 나쁘고 짜증나는 사람인데, 그녀의 말이 옳았네요. 인생 참 불공평하다.. 라는 말도 떠오르지만, 이런 그녀가 코인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자면 제가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 이라는 걸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지금은 조금 뒤쳐졌지만,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할 생각입니다.

“가세요~”
1시간 정도의 대화를 마치고, 그녀를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원래는 거의 이렇게 하지 않는데, 기분이 좀 나빠서 가는 길에 바로 차단을 했습니다. 차로 왔다갔다 하는 시간만, 4시간이나 썼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면... 조상님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힌트를 줬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합니다 ㅠㅠㅠㅠ


한 몇 주 지나고..
“30초중, 일산 글래머에요. 프교해요~~!”
또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변함없이, 많은 남자들이 데이트 신청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사람이랑 절대 매칭하지 마세요. 성괴에 예민보스에, 인성이 개차반입니다.”


이제는 악플이 달리더라구요. 

남자 여러명과 매칭하며 업보를 쌓은 모양입니다.

바로 글이 지워졌는데, 그걸 보며 참.. 통쾌했던 것 같습니다.

 

 

5. 트리마제, 반얀트리, 그리고 그녀...

 

어느 가을, 스카이피플로 매칭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나이 34살의 패션회사 사원, 백화점에서 옷을 판매하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그리고 그녀는 차를 몰고 와서, 수원 인계동에서 만났습니다.

 

약간 이런 스타일, 탄탄한 몸매가 호감이었다.


그녀는 등산을 좋아하더라구요.
야간 산행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동호회에서 그룹을 짜서 랜턴 들고 밤새 산행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하체를 비롯하여 몸매가 굉장히 탄탄해보였습니다. 
1차로 닭갈비.. 소맥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얘기를 거의 안하더니.. 술이 들어가니까 역시 한마디씩 하기 시작합니다.
2차로, 가성비가 좋은 와인집에 갔습니다.
그녀에게, 소개팅 국룰인, 이상형 질문을 했습니다. 그녀의 이상형은,


“망설이지 않고, 반얀트리를 한달에 한번 데려가 줄 수 있는 남자요”


그녀는 진심으로 얘기하였습니다..

 

반얀트리 가격. 뭐.. 가자면 갈 수는 있겠지만...


음.. 네. 경제력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잘 알았는데요, 반얀트리 를 딱 찝어서 언급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얀트리..가 뭔지, 저도 유튜브에서 후기를 봐서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거의 1박 100만원 정도 하는 곳이었고, 만약 여자친구가 그런 곳을 가자고 하면, 큰 맘 먹고 경험하는 셈 치고 갈 수는 있겠지만, 통장에 타격이 많이.. 가겠지요..
그녀의 말을 듣고 좀 부담이 가기도 했고, 솔직히 많이 버시는 것 같지 않은데 허세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담으로, 그 여자애가 화장실 갔을 때, 제 친구들 단톡방에 제가 이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반얀트리 이름을 잘 몰라서 “반야트리” 라고 했다가.. 친구들이 비웃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각자가 겪었던 소개팅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저는 소개팅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여자가 재미있어 하며, 자신이 어떤 의사와 겪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녀는 어떤 의사와 스카이피플에서 만났고, 술을 많이 먹고는 그 사람의 집으로.. 구경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집이, 부자의 상징인 “트리마제” 였다고 하네요.. 

 

꿈의 아파트, 트리마제..


술 한잔 더 하고 그것..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익었을 때, 갑자기 그 사람이 어딘가로 들어가더니, 채찍과 묶는 도구를 들고 와서, 자신을 묶고 때려 달라고.. 했다 하더라구요.

트리마제에, 특이 성 취향을 가진 의사가 있다고 한다.


“놀라서 옷 입고 바로 도망나왔어요~ㅋㅋ”
웃으라고 한 얘기이니 저도 웃어주긴 했지만, 속마음으로는 뭐 저런 얘기를 나한테 하지?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여자분이 몸매가 좋아서 저도 호감이 갔지만, 대화하면서 좀 많이 깼고, 다른 이야기들은 생략하겠지만, 이 여자랑은 오래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가 끝나고, 그 여자분이 차를 몰고 왔다고 하여, 그녀의 차가 있는 인근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제 차좀 운전해줄래요? 대리는 너무 늦어서..”


그녀가 하는 얘기에 공감을 많이 해 주어서 그런지, 그녀는 저를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취한채로 저한테 팔짱을 끼며, 자기 원룸까지 차를 몰고 가달라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대로 차를 몰고 가서, 그녀의 원룸으로 갔고.. 
는 아니구요, 


저도 꽤 취하긴 했지만, 그 순간 나락 감지 센서가 발동하더라구요.. 그녀의 팔짱을 놓으며, 조금 서운해하는 그녀에게 주소를 물어, 카카오 대리를 추천가로 불러 주었습니다. 다행히 대리기사가 바로 와서 보냈고, 저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다시 갔습니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
연락이 오는 그녀에게,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아쉬워요” 


이렇게 연락이 오고, 끝났습니다..
만약 그녀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도, 제가 반얀트리를 망설이지 않고 데려가 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진 않으니, 그녀와는 잘 됐을 것 같지는.. 않네요.
어플에는 경제력이 좋은 사람이 많으니, 반얀트리를 자주 데려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셨길, 바라겠습니다.

 

 

6. 전문 키보드 워리어, 그녀

 

어느 평일 저녁, 퇴근하고 지친 저는 침대에 누워, 게시판 글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데, 게시판에 한 분의 자기소개가 올라 왔습니다.

스카이피플, 익명 게시판


“32살 귀여운 전문직이야. 취미는 골프랑 여행이야. 서카포 이상이나 전문직이었으면 좋겠고, 연봉은 적어도 9000만원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어. 진지한 사람 원하니까, 먼저 프교 줘!”
역시나, 댓글이 쭉~ 달리더라구요. 


187 3후 연봉 4억 의사에요~”
180 40살 100억 재산~~”

역시 다들.. 능력있는 분들이네요. 그래도, 제가 간당간당하게 조건을 만족시키긴 해서, 호기심에 신청을 해 보았습니다.
아, 그래도 그녀가 프로필을 수락해 주셨네요.
음.. 약~간 사진이 밝은 톤이고, 펑퍼짐한 옷을 입어서 애매했지만, 귀엽고, 허벅지가 튼실해 보이고, 볼살이 통통하신 모습이 제 스타일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카톡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라고 합니다. 수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

답이 없네요.


인기가 많아서 그런건가.. 게시판 글은 어떤 상태인가.. 들어가 봤습니다.
근데, 댓글과 대댓글이 수십개가 달려 있더라구요. 뭔 일인가.. 찬찬히 읽어 봤는데

“ㅋㅋㅋ이래서 어플녀들 걸러야 한다니까? 취미가 골프라고? 역시 허세만 가득하네~ 남자들! 이런 사람 거르세요~”

악플이 달려 있더라구요. 
“지금 진지하게 자기소개 하고 있는데 지나가라 모자란ㅇㅇ야.”
“ㅋㅋ핵심 찔리니까 긁혔쥬~? 남자들 댓글 반응 보니까 실제로도 못생긴 것 같은데, 남자 돈 갈취하지 말고 얼른 글삭해라”
“ㅋㅋㅋ내가 허세라고? 나 전문직인데? 니놈이야말로 주제넘게 떠들고 있는 건 알고있음? 넌 전문직이라도 됨?”
“ㅋㅋ긁?”

이런 식으로.. 게시판이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열을 내며, 여러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그냥 도망칠 걸...


뭐..뭐지..? 도망갈까..? 싶었지만, 못본 척 했습니다.
한 5시간 뒤. 답장이 오네요.

 

“안녕하세요!! 청소하고 일기쓰느라고 답변이 늦었네요~ 반갑습니다!”

“글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얘기를 걸어 드릴까 조금 망설였어요~ㅎㅎ;;”

“네. 댓글 때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냥 신고하고 먹금했어요 ㅋㅋ”

먹금.. 이란 말을 처음 알았는데, ‘먹이 금지’ 의 준말로, 쓸데없는 말에 관심을 주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약속을 잡았습니다.
카톡 사진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다 뒷모습 아니면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모습.. 확대를해도 진짜 모습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 좋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맛집이 많이 있는 걸로 유명한 광화문 건물로 갔습니다.

소개팅 장소로 자주 갔던, 광화문 디타워


그날은 제가 한 10분 정도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버스가 너무 밀리네요! 빨리 갈게요!!”
음식점 앞으로 갔습니다. 마음이 두근두근.. 소개팅에서 제일 기대되는 때가 이 순간 입니다. 
제발.. 괜찮은 사람이 나오길. 복권 긁는 느낌으로, 통화를 하며 들어갔습니다.


“네 여보세요~”
“네 ㅇㅇ씨, 저 여기 앉아있어요. 여기!”


네.. 역시 복권은 당첨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도 잘 생긴 편은 아니지만.. 이 여자분도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통통한...
썬글라스 사진이 많은 이유가 있었는데, 눈 밑에 꽤 큰 검은색 점이 있으시더라구요. 사진에는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어플을 사용했을까.. 마음이 추욱.. 쳐졌습니다.

자기소개에 전문직이라고만 되어 있어서, 직업을 물어 봤더니
“1년 약간 넘게 일했던 사내변호사인데, 위에서 너무 저를 괴롭혀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그만둔지 한 1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일정한 수입이 없고 부모님의 집에서 블로그만 하면서 소소하게 광고 수익으로만 먹고 사는, 회사를 그만 둔 변호사였습니다. 회사 생활이 많이 힘들었어서, 지금도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하네요.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로스쿨을 다니고 시험에서 떨어진 이야기,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윗사람의 악독한 짓과 사내 정치에 대해 말하는 그녀.

물론 저는 오랜 소개팅 경험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리액션은 잘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안하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외로워요.”

 

그럴수도 있겠다.. 공감을 하긴 했는데, 제가 상담을 해주러 나온건지, 소개팅을 하러 나온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고급 중식당에서 탕수육과 요리를 먹었고, 인근의 스타벅스..로 이동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게시판 얘기도 했습니다.

 

“게시판에 인간말종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그녀..

 

“게시판에서 어떤 남자가, ㅇㅇㅇ이 공산당하고 결탁했고, 집권하면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이상한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조목 조목 조리있게 반박을 했죠. 한 1시간 정도나 게시판에서 싸웠어요. 그 글이.. 그때 베스트에 올라갔어요.” 

 

자몽허니블랙티 잔에 있는 얼음을 씹으며,

 

“반박을 하니까, 그사람이 저를 대놓고 무시하더라구요. 나보고 고졸이라느니, 빨갱이라느니, 배운거 하나도 없다느니 하면서요. 제가 전문직이라고 하니까, 저 같은 지능 가진 사람이 전문직일 수가 없다고.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제가 바로 프교 걸고, 사진으로도 전문직 인증 했더니! 바로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잠수탔어요 ㅋㅋ 어찌나 통쾌하던지~


여행얘기나 취미 얘기 등등을 할 때는 풀 죽어서 얘기하던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하니까 텐션이 확 살아났습니다. 그녀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억이었나 봅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호응해 줬지만, 속으로는.. 나한테 저런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 하는 사람인 것 같고, 이런 유리멘탈을 제가 케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게시판에서 싸운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사람은 좀..)


변호사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이런 사람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만약에 외모..가 제 스타일이었다면, 그래도 한번 더 만나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런 성격에, 외모도 그저 그랬으니.. 더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생존 확인만 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게시판에서 그녀로 추정되는 글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또 열심히 글을 작성하고 계시겠지요..

그녀가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소개팅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 좋을 것 같습니다.

 

 

7. 스타필드는 죄가 없다. 진짜..?

 

어느 봄날, 생각 없이 스카이피플을 하고 있었는데, 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키가 150 정도로 작은 편이고, 증명사진처럼 양복 입은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귀여운 걸 모으는 취미가 있어요. 결혼할 수 있는 진지한 인연을 원합니다! 메시지 주세요^^”


수수하게 생겼지만, 볼살 가득한 모습과 앞머리를 내리고 찍은 얼굴에서 약간의 귀여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매칭을 요청하는 OK 권을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


역시나 답이 없네요. 남자들이 가득 있는 어플이니,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인기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24시간이 지나서 상대방이 제 매칭 요청을 수락하려면, 사이버 머니를 더 써야 하거든요. (어게인오케이, 슈퍼오케이)

그래서 하루가 넘게 지나면 성공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나 하루가 넘게 지났고, 저는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잊어버렸죠.


다음날 저녁, 회식이 있었습니다. 술 많이 먹고 화장실을 갔는데, 오잉? 장문의 카톡이 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 썼는데..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고 성향도 비슷한 것 같았어요. 계속 생각이 나서, 뒤늦게 수락해 보았어요.”

먼저 카톡을 이렇게 길~게 보내주셨다.

 


그녀가 제 요청을 수락하고, 제 번호를 보고 먼저 카톡을 보내 주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남자가 매칭 요청을 보내고, 여자가 수락을 하고, 그러면 번호가 열리고, 그 다음에는 남자가 먼저 카톡을 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근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먼저 설명해 주고 이해를 구하는 것을 보면서, 이 여자가 괜찮은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음식점 후보를 다양하게 3개 정도는 제시하는 편입니다. (안그럴 때도 있지만)
선택권을 다양하게 준다는 측면도 있고, 정성을 들인다는 인상도 심어주기 위해서이죠.


 “와~ 3군데 다 너무 괜찮은 곳들이에요~ 소중한 휴일에 이렇게 알아봐 주시고.. 선택지 너무 완벽한데요? 감동이에요~”


그녀는 말도 예쁘게 하며 호응해 주었습니다.
평일 저녁, 강남역의 한적한 와인바에서..

지금은 없어진, 그녀와 함께 갔던 와인바


저는 검은색 티와 면바지를 입고,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자리도 전부 다 소개팅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색한 소개팅, 이제는 하기 싫다.. 정말.

 

어색하게 웃는 소개팅남녀들을 보며.. 울렁거림이 올라왔습니다.


아, 멀리서 그녀가 오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ㅇㅇㅇ 씨?”
편한 면바지에,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그녀. 약간 사진보다는 통통하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외모 범주에 들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소개팅들이 다 그렇듯, 하는 일에 대해서 먼저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을 케어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분이 다니는 로펌 자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많은 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정폭력이나, 성추행, 임금체불 등..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그들의 멘탈까지 케어해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럴려고 변호사가 됐다고 하네요.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과 함께 가해자에게 찾아가서 따진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니 키도 작고 왜소하고, 조용조용한 사람이 어떤 용기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참 그녀가 정의롭고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학폭 피해자 등에게 법률 지원도 해 줬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친구들 사기당한 문제도 해결해 준 것 등, 다양한 사례를 들으면서, 이사람이 참 가치관도 바르고 용기있는,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사람과 함께 하면 든든하겠구나.. 생각을 했죠. 참, 변호사는 멋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와인을 먹고, 강남역 지하철로 향하며.. 다음에 또 보자고 애프터 신청을 했습니다.


“네! 좋아요 ㅇㅇ님 ㅎㅎ 오늘 덕분에 너무 맛있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냈어요 감사합니당!
그녀는 예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다음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녀가 자기소개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인도어 활동을 좋아해요~”
라고 적어놓은 게 생각났습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 순간, 제 머리속에 ‘하남 스타필드’ 가 떠올랐습니다. 인도어 활동을 하고, 영화보고 아이쇼핑을 하자는 핑계로 그녀를 꼬셨고, 그녀도 수락했습니다.
약속을 잡은 날 밤, 대학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야~ 변호사라고~? 잘해봐~!”


저 말고는 다 유부남들인 친구들은, 제 소개팅 스토리에 환호했습니다.
“그래서, 애프터는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하남 스타필드~ 인도어 활동을 좋아한다 해서~”

하남 스타필드..


“쓰읍..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거기 휴일에 진짜 사람도 많고 정신없어. 얘기가 되겠어?”
흠 그럴려나..? 그래도 첫번째 만남에서 워낙 잘 통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디서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미 약속도 정해 놨기에,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 정도..
강동구에 있는 그녀의 집 앞에 차를 몰고 가서, 그녀를 태웠습니다. 


“점심 약속 마치고, 집에 빨리 돌아와서 다시 꽃단장 하고 나왔어요!! 헉헉”


급하게 하고 나왔는지, 마스카라가 속눈썹 털에 뭉쳐 있었습니다. 귀여웠습니다. 저번에는 편한 복장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왔네요. 차에 탈 때 몰래 곁눈질로 봤는데, 음.. 

허벅지가 튼실하고 골반이 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호감이.. 상승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스타필드에 갔습니다. 

 

스타필드의 교통체증.. 엄청났다.

 

근데, 휴일이라 차가 정말 밀리더라구요. 겨우 겨우 주차를 하고.. 그것 때문에 시간도 늦어서 정신없이 영화를 봤습니다. (쥬라기월드)
영화를 보고 나니, 뭔가 멍하더라구요. 그녀도 뭔가, 넋이 나간 표정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힘이 날까 싶어,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푸드코트 이곳저곳, 알아봤던 음식점을 뒤져봤는데, 모든 음식점에 사람이 진짜 꽉꽉 들어찼더라구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겨우 어느 돈까스 집에 가서 앉았는데,
주변이 다 유모차 끌고 온 아이엄마들.. 

"에엥~ 에엥~ 으아앙~~ (애기 울음소리)"

"노는게 제일 좋아~~ (뽀로로 동영상 소리)"


아이들을 달래줄려고 유튜브를 키는 엄마들.. 아이 울음소리와 동요 소리를 들으며, 정신없이 돈까스를 먹었습니다.

 

 

대화도 뭔가.. 길게 이어지지 않더라구요. 어떤 얘기를 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도 저도, 약간 귀여운 액세서리 같은 걸 좋아해서, 서로 카톡에서 귀여운 기념품 같은거 사진 보내면서 공감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끝나고 아이쇼핑을 잠시 했지만,
“..”
제 옆에서 걷고 있는데, 저번과는 달리 말도 별로 없고, 기운도 없는 그녀.. 눈을 봤는데, 무슨 토끼처럼 새빨개져 있었습니다.
결국,


“음료 테이크아웃 해서 가요.”


점심 약속을 갔다와서 피곤하다며, 집에 다시 가자고 하더라구요.
아.. 망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녀의 집으로 데려다 줄 때, 분위기를 만회해 보기 위해 밝은 음악을 틀어놓고, 농담도 해보고, 여행 이야기 등등 공감을 이끌려고 시도해 봤지만,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그녀의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승부수를 걸었습니다.


“ㅇㅇ님! 오늘도 오랫동안 함께해서 좋았어요. 오늘은 차도 막히고, 편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해요. 다음에 또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거 먹고 싶어요ㅎㅎ 어때요?”


그녀는
“네.. 알겠어요 생각해 볼게요”
라고 했지만, 저 들리라고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혼잣말처럼

 

“오늘은 저번보다는 조금 재미가 없어서..”

 

라는 말을 작게 했습니다.

네 뭐. 그녀에게 맡길 수 밖에 없죠.
그녀 집 앞에서 그녀는 내렸고, 저도 내려서 잘 가라고 인사했습니다.
“잠시만요~”
집 앞 파리바게트로 뛰어가더니, 제가 좋아한다고 했던, 피자빵과 소세지빵을 사주네요.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ㅇㅇ님! 내일 드세요 ㅎㅎ”


호감 표시일까? 약간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풀어졌습니다.

집으로 가 보니, 카톡이 하나 있더라구요.

"좋은 분이시니 좋은 인연 만나실 것 같다" 이런 말 그만 좀 들었으면.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호감을 많이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연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분이시니, 분명 좋은 인연 만나실 것 같아요”


그 카톡을 보고, 그냥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오늘 만남에서, 뭔가 잘 안풀리는 것 같아 오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긴장해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 같다. 그래도, 만나면 만날수록 더 케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정말 슬프다
라면서, 가끔씩이라도 연락하고 싶다고, 나중에라도 제가 생각나면 연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저도 마지막 연애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더 마음이 커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혹시 시간이 흐르고 다른 생각이 든다면 연락 드려볼게요. 정말 좋으신 분이라는 거 충분히 잘 느낄 수 있었고, 여러 매력적인 모습 보여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라 얘기 했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한 반년 정도 지났지만, 저는 스카이피플에서 여전히 당하기만 하고,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외로운 마음에, 그녀가 생각 났습니다. 어떻게, 잘 지내고 있을까..


“ㅇㅇ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세요? 잘 지내실지.. 혹시 기분 나쁘시다면 정말 죄송해요”


이렇게 용기내어 카톡을 했습니다.

답장이 오긴 오더라구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지내요 ㅋㅋ 아뇨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데.. 저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ㅠ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랄게요!”

네, 그래도 좋게 좋게 답장이 왔네요.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녀와의 인연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은 커플 사진으로 바뀌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시 그녀의 카톡을 보니, 남자친구랑 헤어진 것 같네요. 어플에서, 그녀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8. 믿음, 소망, 그리고 그녀

(사진으로 보여지는 특정 종교는 예시로, 대략적인 상황은 맞지만,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내용을 약간 각색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글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어느 늦가을, 저는 연이은 소개팅 실패로 우울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올해 끝나기 전에 인연을 만들 수나 있을까..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또 그 망할놈의 스카이피플밖에 없었습니다. 어플을 켰습니다. 근데, 괜찮아보이는 분이 하나 보이더라구요.

이런 느낌의 그녀..


33살, 반도체 중견기업 경리로 일하는 사람. 너무 말라보이긴 한데, 박보영을 닮아, 서글서글하니 인상이 괜찮아보이더라구요.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날 선택해 줄까?
그래, 한번 용기내 보자.
사이버머니를 결제한 뒤, 매칭 요청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역시, 제한시간이 다 될 때까지 (하루) 응답이 없으시더라구요.
그럼 그렇지.. 씁쓸하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은 그 때,

“위~잉”

상대가 매칭을 수락하였다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가슴이 두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님! ㅇㅇㅇ라고 해요.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네~ ㅇㅇ님! 반가워요! 메시지 먼저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카톡을 해 보니, 빌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 예의도 있으시고, 빌런이 아니네요. 첫 느낌이 좋았습니다. 바로 약속을 잡았죠.

어느 주말, 강남역의 한 피자 맛집,
자리가 없을까봐 30분 먼저 음식점으로 가, 그녀의 자기소개를 읽으며 향수를 뿌리고, 립밤을 바르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ㅠ”

근데, 오.. 사진보다 훨씬 예쁜 미인이었습니다. 피부 하얗고, 얼굴 작고, 눈매가 큰 강아지상.. 제가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코트를 벗었는데, 핸드폰하는 척하면서 곁눈질로 보니, 제가 그토록 찾던 ‘하체통통’ 몸매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키도 170정도여서 정말 늘씬한데.. 이런 괜찮은 사람이 172인 저를 좋아할까 싶었습니다. 그래. 그래도 한번 도전은 해봐야지.
소개팅을 지겹도록 해 봤던 저는, 상대방의 일, 취미, 관심사 등 익숙한 패턴으로 대화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했고,

 “하하.. 네.. 그래요..?”
낯을 조금 가리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웃으며 호응해주려는 모습이 귀여웠던 기억이 나네요.

즐겁게 대화를 하고, 2차 카페로 이동.. 그녀도 편해졌는지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한 4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대화했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승강장까지 걸어갔습니다.
걷는데, 그녀가 자꾸만 제 쪽으로 붙으면서 팔뚝이 부딪치더라고요. 그린라이트인가 싶었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괜찮으시다면, 다음에도 또 맛있는거 먹어요!!ㅎㅎ”
외모도 제 스타일인데 대화도 잘 통하니, 애프터는 꼭 하고 싶어,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굳어진 그녀는
“네.. 생각해 볼게요.. 안녕히가세요..”
라고 하더니,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휙 가버렸습니다.

 음.. 역시 끝인가.. 우울해진 저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ㅇㅇ님! 성격도 정말 좋으시구,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 주셔서 오늘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요!!ㅎㅎ 감사합니다. 푹 쉬시구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도 마음 표현은 해야겠어서, 자기 전에 장문의 카톡으로 제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역시, 다음 날 하루 종일 1이 없어지지 않았고, 끝났나보다 생각하던 그날 밤,
 “네 ㅇㅇ님 ㅎㅎ 늦게 카톡해서 죄송해요. 저도 덕분에 정말 좋은 시간 보냈어요. 시간 되시면 또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ㅎㅎ”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보다 너무 대단한 사람 같아서 많이 망설였지만, 잘 통하는 사람이라 용기를 냈다고 하더라구요.

 두번째 만남은 대학로의 한 고깃집에서.. 아직 좀 어색했지만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 먹은 후, 계산대로 갔는데,

“에잇! 몸통박치기!”

저를 어깨로 밀쳐내고 계산하더라구요. 역시 키가 커서.. 힘이 세네요. 은근히 장난기도 있는 귀여운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카톡이나 통화를 하루 종일 주고 받으면서, 성격도 좋고, 귀엽고, 무엇보다 감성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소고기는 목적이 있다.


 세번째 만남, 그녀와 여의도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예쁜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오셨네요. 그날도 쉴새없이 대화했고, 분위기가 좋은 인근 소고기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소고기를 맛있게 먹던.. 그녀.


그날따라, 제가 구워주는 고기를 야무지게 먹는 그녀가 참 귀여워 보였습니다.

다 먹고, 음식점에 미리 맡겨 두었던 꽃다발과 향수를 가져왔습니다.

“ㅇㅇ님 덕분에, 요 몇주가 너무나도 즐겁고 설레였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 봤어요. ㅇㅇ님! 이제부터는 우리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만나면서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ㅎㅎ”

 그녀는 꽃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꽃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 참 예뻤다.


“오늘 너무 감동이에요... 고백한다고 미리 선물 준비해 준 것도 넘 예뻤고, 서투르게 표현하는 순수한 모습도 너무 귀여웠던 것 같아요. 오빠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나두 오빠한테 채워줄 수 있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요”

고백을 받아주며,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 나서 첫번째 데이트.. 손 잡고 길을 걷는데,


“오빠.. 나 사실..”

망설이더니,

 “나 집안이 어려워서, 도저히 공부할 형편이 못 됐어.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어.”
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것만 얘기했지만, 3달동안 양파껍질 까듯 하나씩 하나씩, 그녀의 어두운 부분을 얘기 합니다.

“나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아버지 어머니 전부 다 집을 나가셨어. 좁은 반지하에서 할머니랑 오빠랑 어렵게 살았는데, 얼마 안가서 할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고, 이모가 키워 주셨어.

“사실, 어머니랑 이모 둘 다 발에 장애가 있어서 걷는게 좀 불편하셔. 그래도 이모는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시면서 조금이라도 돈은 벌고 계셔.. 지금은 원룸에 살고 계셔. 노후준비는 안 되셨고 어쩌고..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19살에 바로 취직했고, 장애인인 이모를 14년 동안 금전적으로 도와드리며, 난이도가 높은 삶을 살아왔더라구요.
저도 사실.. 지금은 집안 사정이 괜찮지만 학창 시절은 꽤 어렵게 보냈는데요, 저는 그래도 부모님이 계셨고, 공부를 할 수는 있었으니, 이사람과 비교하면, 저는 그냥 패션가난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녀가 이런 어두운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솔직히 조금 고민이 되긴 했습니다.

“오빠, 혹시 이게 많이 걸리면.. 언제든지 그만 만나도 돼. 편하게 얘기해줘.”

가난은 늪과 같은 것.. 형편이 어려우니 여자쪽을 도와줘야 할 수도 있고, 돈 모으는 게 어려워지다 보면, 회사나 친구들 등, 제 주변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걸 각오해야 하고, 자식들에게도 영향이 갈 테니.. 말이지요.

실제로, 이 여자는 전 남자친구와 6년 정도 사겼는데, 남친 부모님이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 아들은, 경제적으로 급이 맞는 사람과 결혼시키고 싶네요”

그녀는 상견례 자리에서, 드라마 같은 이별을 경험했다.


해서, 끝난 적이 있다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땐, 이 여자는 장점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오빤 능력도 좋지만, 성격도, 외적으로도 내 이상형이야!”

저를 많이 좋아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귀엽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봤지만, 잘생겼다는 얘기는.. 거의 이 여자한테만 들어봤던 것 같습니다. 저의 모든것을 장점으로 봐 주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성격이 순하고,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여자친구들이랑 데이트할 때를 생각해 보면,

"오빠, 이젠 내가 익숙해졌다.. 그거지?" <- 무서워..


“오빠, 오늘 어디서 먹을지 뭐할지 생각 안해왔어? 그래. 이젠 내가 익숙해졌다 그거지?”

이런 식으로, 저를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딱히 제게 뭐라고 한 적이 많이 없었습니다. 어디서 만나서 뭘 하든, 그냥 저를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덕분에 이사람과의 만남은 항상 편했고, 저도 가식적이지 않은 저의 본 모습, 가장 편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10시간도, 이틀도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검소하고 허세가 없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월 300 정도 번다는데, 명품 하나도 없고, 귀걸이 목걸이도 10만원 이내 제품이었으며, 돈 아낄려고 매일 요리해 먹고 도시락 싸가는 여자..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 8천만원 정도 모았다 하더라구요.
스피에서, 직업도 별로고 돈도 못 벌면서 허영심 가득한 사람들을 지긋지긋하게 봐 와서 그런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바르게 자란, 이런 수수한 여자분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 제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배움이 조금 아쉽고, 가정형편과 경제사정이 조금 어렵다 치더라도, 내가 더 열심히 벌고 더 노력하면 되겠다. 이사람이면 됐다. 생각했던 것이죠.

그녀와의 데이트는, 정말 좋은 추억이 많았습니다.
맛집이나 핫플을 거의 모르던 그녀. 예를 들면, 오마카세도, 아웃백도 가본 적 없고, 심지어는 꽃빵, 멘보샤 등도 모르던데..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기분낼 때, 예전 스피녀들과 갔던 맛집들을 가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진심으로 고마워 했습니다.

만난지 한 두달 정도 지났을 무렵, 만나면 즐겁긴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빠, 알바를 같이 해본다면 어떨까?”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은근히 이게 재밌더라구요.

그녀와 함께 주말 알바를 뛰었었다.


거의 매주 주말 아침부터 만나, 한 4~5시간 동안 함께 음식점 알바, 혹은 배달알바를 뛰고, 알바를 끝내고 데이트를 했습니다. 알바를 할 땐 힘들었지만,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고, 그것 자체가 이야기 소재가 되었죠. 어느 날은, 같이 배달하다 갑자기 비가 왔는데 우산 살 돈이 아깝다 해서 길거리 박스 찢어서 들고 뛰어간 것도 떠오르네요.

그녀 이름으로 데이트통장을 만들었고, 알바비를 모아서 맛있는 걸 사먹거나, 호캉스,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형편을 알았기에.. 가끔씩 그녀가 돈을 쓸 때마다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돈벌어서 데이트를 하니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머리를 묶고, 힘들어하면서도 웃으면서 알바를 하는 그녀를 멀리서 보며.. 내가 어디에서 이런 생활력 강하고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사람과 결혼한다면 풍족한 삶은 힘들겠지만, 뭔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웃으면서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것 또한 결혼 생활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큰 문제 없이, 물 흐르듯 한 반년 넘게 사겼고, 슬슬 결혼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말, 조용한 카페에서 손 잡고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오빠, 우리 이모랑 오빠 보고싶지 않아?”

결혼 얘기를 꺼내더군요.
그런데, 음.. 약간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오빠.. 사실.. 내가 할 얘기가 있어. 오빠는 나 교회 다녀도 괜찮다 그랬었지?”

저는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교회를 다닌다 했지만, 일년에 두 세번 정도만 간다 했었고.. 제 앞에서는 교회 얘기를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독실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생각했던 것이지요.

사실.. 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ㅇㅇ 교회를 다녔어. 우리 집안 친척 사람들 모두 믿고 있어. 오빠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사진의 종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ㅇㅇ 교회..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이단으로 보고 있는, 과도한 포교나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피해 사례도 굉장히 많이 알려진 교회였습니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 걸로 유명한 곳이지요.

언론에서 나쁜 교회라고 하는 건 사실이 아냐. 여기가 제일 성경에 가까운 가르침을 주는 곳이고, 봉사도 많이 하고, 나쁜짓 전혀 안해. 오빠.. 나 그래도 바르게 자랐고, 이상한 짓도 안하잖아. 날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갑자기 머리가 텅 비고 막막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단 웃으며 생각해 보겠다 하며 그녀를 보냈습니다.

일이 하나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연차를 내고,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며 이것 저것 알아봤습니다. 그 교회 유튜브에 용기내서 들어가 목사님의 강연을 들어봤을 때에는, 딱히 나쁜 메시지는 없었던 것 같지만, 탈퇴자들의 글들을 보면, 교인들의 무분별한 전도나 종말론, 과도한 믿음으로 인한 이혼 등, 정말 많은 피해사례들이 있더라구요.. 이런 종교를 믿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들 몇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야, 너 정신 나갔어? 인생 난이도 높이는 결정 좀 하지 마. 차라리 그냥 혼자 살아.”

“잘 맞는 거 이외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친구야. 가정형편도 어렵다매.”

“그 여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최상의 시나리오만 상상하면서 행복회로 그리지 마.”

“내 남동생도 그런 애한테 홀라당 넘어갔다가, 지금 가정파탄 났다. ㅇㅇ야.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알겠나~”

제 편을 잘 안들어주고.. 웬만하면 저 놀리고 저를 탓하면서.. 이해하고 사귀라는 얘기만 하던 친구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전부 다 반대를 하더라구요.

부모님은 이 얘기를 듣더니, 한숨만 쉬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려운 것도 그렇고, 다 이해해 줄 수 있는데.. 종교까지는 조금 어렵겠다.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생각해 봐라.”

하셨고, 어머니는

“그 여자애가 딱하다. 그게 다 걔 잘못도 아니고.. 우리는 전도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너가 괜찮다면 해라. 다만, 너가 고생할까봐 그게 걱정되는 거지...”

평생.. 이단, 사이비종교를 피하는 삶을 살아왔었는데, 어찌 제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만약에 이 여자애가 스피 자기소개에 땡땡 교회를 다닌다는 말을 써 놨다면, 저는 절대 데이트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미 반년 넘게 사겼고, 너무 좋은 상태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평소에는, 하루종일 사랑이 가득한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생각이 많아지니.. 대충대충 카톡을 했고, 여자애도 제 눈치를 보고 마음이 답답한 게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종교 커밍아웃 한 며칠 뒤,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가 예전같지 않아서.. 나 너무 힘들어..”

그녀도 너무 우울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종교에 대해서 말할 땐..


오빠가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 우리 가족들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어. 우리를 사이비 종교 믿는, 모자란 사람으로 보는거야?

그 사람이 상처받는게 마음이 아파서 얘기를 안하려고 했지만, 종교에 대해 인터넷에 나와있는 얘기들과 주변 사람들의 평가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니,

우리 종교를 선입견 가지고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인터넷 안좋은 글들은, 우리 교회가 잘 나가니까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야.”


“친구들은 오빠가 걱정된다 하니까 그냥 편 들어주는거지~ 그 사람들이 우리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관심이나 있을 것 같아?”

“같이 가는 건 바라지도 않아~ 여기 사람들이랑 결혼해서, 서로 존중하며 잘 살고 있는 무교 사람들도 많아. 그냥 남자답게 한번 부딪혀 보면 안돼~?

평소와 다르게 큰 소리로 저를 다그쳤습니다. 그녀의 다급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난 오빠가 너무 좋아.. 이것만 넘어가면, 우리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발.. 오빠..”

불안한 듯, 그녀는 울면서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판단이 잘 서지 않아, 그녀에게 이 관계에 대한 확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잘 달래서 전화를 끊었고, 좀 더 깊게 생각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심신을 정리하고, 그분과 만나면 좋은 점, 그리고 만나지 않으면 좋은 점 5가지씩 메모장에 써 봤습니다.

 

그녀와 결혼할 때의 장점, 그리고 단점을 써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도 모르게 장점은 7가지로 늘려서 썼고, 단점은 3가지로 줄여서 썼더라구요. 그 사람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할까. Yes 나 No 사이에 방법이 없을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나름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습니다.

평일 저녁, 전화 타임.. 언제나처럼 일상 얘기 하면서 즐겁게 통화하다가,

“오빠.. 우리 어떡해..?”
그녀가 또 종교 얘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ㅇㅇ아,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

제가 그 교회에 대해서 걱정하는 점들에 대해, 그녀에게 차근차근히 설명했습니다. 그쪽 집안이 다 이 교회를 믿는다고 하니, 저를 포함한 우리 집안 사람들, 나아가서는 자녀에게 과도한 포교를 하는 것, 과도한 십일조, 그리고 종말론 등 반사회적인 종교적 행위에 대한 우려를 얘기했습니다.

 “ㅇㅇ아, 너는 이렇게 안할거지?”

라고 하니,

“하! 진짜.. 우리 교회를 어떻게 보는거야! 절대 나는 이런 행동 하지 않아. 전도? 싫다고 하면 안할거고, 십일조도 10% 이상 안낼거고, 이상한 행동 시키면, 나 교회 당장 탈퇴할거야. 나 못믿어?”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나도 지금의 너를 믿지.. 하지만, 종교로 인해 상황이 나중에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믿어. 그럼, 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삶의 지침을 문서로 남겨 놓으면 어떨까? 미워하거나 끝내려고 이러는 게 아냐. 우리 사랑도 지키고, 가정의 행복도 유지할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런 행동을 안한다고 했지만, 사람을 믿는 종교고 악명이 높기 때문에, 윗선의 방침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면 가정의 행복에 반하는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생각했고, 그럴 때 혼전계약서 같은 문서, 각서가 있으면 그녀도 그런 나쁜 압박이 들어올 때,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나 제 가족도 어느정도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구요.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했습니다.

“오빠, 이런 결혼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각서라니.. 이건 힘들어..”

그 여자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요구사항을 구체화시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만났고, 종교 얘기만 하지 않으면 여전히 재미있는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또 종교 얘기가 나오면, 그 종교에 대한 교리, 그 종교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에 대한 논쟁, 그쪽 가족들이 교회얘기를 할 텐데, 원천차단을 할 수는 있는지 등등..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들을 계속 하고, 결혼 진행하겠다는 확답은 못하고, 지쳐서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하기야, 종교 때문에 전쟁도 일어났으니..



몇 주 동안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지쳐서, 휴전 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제안 하나를 합니다.

오빠, 우리 교회.. 정말 한번 가 볼래? 가서 우리 오빠랑 언니랑도 좀 보구~ 그럼 오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예전에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그땐 제가 겁이나서 거절했었거든요. 하지만, 저도 지쳤고, 정보라도 더 얻어보자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 봤습니다.

“오빠랑 언니랑.. 거기서 목회자로 일하고 있어.”

목회자 라는 단어 뜻을 잘 몰라서, 그냥 스텝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주말, 서울의 어느 교회.. 그녀와 함께 사람들이 사이비라고 하는.. 바로 그 교회에 갔습니다.(ㅋㅋ..)

 

이런 곳을 내가 가게 되다니.. 처음엔 좀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안에는 여느 교회랑 분위기가 크게 다르진 않더라구요. 눈 풀리거나 이상한 짓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오빠와 오빠 와이프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ㅇㅇ씨,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오빠도.. 키도 크고 말끔했다. 수트를 입고 있었던..



말끔한 정장을 입은, 그녀와 닮은 분이 꾸벅 저에게 인사했습니다. 가만, 전도사..? 

가만, 전도사.. 라면... 믿음이 정말 깊은 사람이 아닌가?

 

그러면 믿음이 정말 깊은 사람이 아닌가..? 나중에 들어 보니, 일정한 주거 없이, 월급도 거의 없이, 와이프와 함께 교회 안에서 거주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더라구요. 

진짜, 종교란 뭘까. 정말 놀랐습니다.

“긍정적으로 봐 주시고, 용기내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에, 저도 모르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꿨습니다.

“저희 교회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가시죠.”

다함께, 교회 안에 있는 홍보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둘러보니, 마치 박물관처럼, 온 벽면에 성경 이야기,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기존 기독교가 변질되어 온 역사, 그리고 그 교회의 역사 및 교리를 말하는 성경 구절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교회에 대해 좋게 적어놓은 언론 기사, 그리고 각종 봉사 감사패들도 있었습니다. 인원은 저희 말고도 한 10명 정도가 더 있었습니다. 기존 교인이 대부분이었고, 저같은 외부인도 있었습니다.

교회 홍보관...


정장치마를 입은, 엄청 예쁘고 귀엽게 생긴 해설가가 이야기합니다.

“현대 교회들은 성경대로 신앙하고 있지 않고, 하나님,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ㅇㅇ교회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그대로 이루어낸, 성경대로 이루어진,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꿈의 낙원입니다.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 이사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럼 다른 교회 믿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바보인가? 하는 것과, 

사이비를 비롯해 모든 기독교 종파들이 자기는 성경대로 행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교파에 따라 성경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면.. 성경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고, 오히려 사람들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태워버려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닐까? 

물론.. 기독교 믿는 분들이 듣는다면 대노할 사탄 같은 발언이겠지만, 성경 그리고 기독교 자체에 대해 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거기서 한다면.. 갑자기 문이 닫히며 청테이프를 가져올 것 같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농담입니다..

한시간 정도 해설을 듣고, 저희 4명은

“오신 김에, 교회 홍보 영상도 보시죠..”

교회의 설립 역사, 규모, 봉사활동, 단체활동 등 전반적인 소개 영상도 함께 봤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그녀의 오빠가 조심스럽게 얘기합니다.

“걱정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상한 교회는 아닙니다. 저희는 가정을 파괴하거나 이혼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정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이 성경의 말씀입니다. 신도들을 다 컨트롤 할 수 없어 가끔씩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무리해서 전도를 하라고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를 모두 믿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악의적으로 쓴 글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도 하나님 예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고자 일평생 노력해왔고, 그분의 가르침을 전도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 대화하는 내내, 정말 어색했고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그분은 이런저런 농담도 건네가며 분위기를 풀어가며 노력하셨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나요?”

“네.. 아무래도 교리가 일반적이지 않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모신다는 게..”

“그건.. 성경 공부를 하시면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오늘은 성경 얘기를 하는 건 조금 그럴 것 같군요. 저도 여러 관점에서 공부를 해 봤지만, 이 곳이 제일 성경 그대로 해석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였습니다.

 

얘기가 끝나고,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제 동생,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다음에 밥 한번 해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은 진심으로 얘기했습니다. 웃으며 네 하고 나왔습니다.

차 몰고, 그녀의 집 쪽으로 돌아가는 길..


“오빠! 오늘 어땠어? 우리 교회 괜찮지?ㅋㅋ”
그녀가 애교를 부리며, 눈을 크게 뜨고 물어봅니다.

생각해 보면, 전혀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신으로 모신다는 것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구요. 그런 측면에선 교회에 대한 걱정이 계속 된다고 애기했고, 그녀는

“하..ㅠ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녀는, 교회를 제게 보여주면 제가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 뒤로도, 한 일주일 동안.. 답이없는 종교 얘기를 계속 했습니다.

“오빠, 사후세계를 믿어?

“아니, 나는 믿지 않아. 스티븐호킹이 말했어. 사후세계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만들어 낼 동화일 뿐이라고. 기독교인들은 이런 말을 싫어하겠지만..”

“아직 우주도 다 밝혀지지 않았는데,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 않아? 성경도 고구려 신라 같은 역사책인데, 성경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모든게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것들은 비유나 과장이 섞여 있다고 생각해.”

예수님도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핍박을 받았어. 나한테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다고 뭐라 하지만, 성경에 명확히 나와있고, 증거가 딱딱 맞아 떨어진단 말야. 근데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어?”

살아있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야.

그런 발언은 우리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얘기야. 오빠는 성경공부도 안해봤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단정지어?”

예를 들면 이런 대화들이었는데, 참..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답이 없네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얘기했고 할 말도 별로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돌려 말하지 말라고 해서 저도 직접적으로 제 생각을 얘기하게 됐고, 점점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서로 상처를 주는 말도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생각보다 그녀, 그리고 그녀 집안의 신념의 뿌리가 굉장히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각서를 쓴다고 해도 뒤집힐 확률이 높고, 결혼 후 우리 집안에 영향을 크게 끼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적어도 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을 믿는 그 종교를 존중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이러이러해서 종교를 존중할 수 없을 것 같다. ㅇㅇ이가 믿음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당황해서,

“아니.. 우리 오빠랑 이모 1년에 몇번 보지도 않아~ 집안에 영향 끼치지 않을거고, 싫으면 전도도 절대 하지 말라고 할게! 각서 얘기 하니까 우리 집안에서 기분 나빠했지만, 각서 쓰라면 몰래라도 쓸게.. 아이가 클 때까지 종교 얘기는 절대 안할게

라고 하기도 하고,

“오빠.. 우리 가족들에겐 이 교회가 삶의 전부야. 지금 내가 교회 그만두면, 가족들에게도 큰 상처야. 오빠는 원망 받을거고, 난 가족들에게서 버려질지도 몰라. 그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신앙심이 깊지 않은 편이고, 미래는 몰라. 일단, 오빠가 내 종교를 존중해주겠다고 얘기하고 결혼하면 안돼? 가족들하고 멀리 떨어져 살면, 서서히 안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오빠..”

다급해진 그녀는, 자기가 양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저에게 쏟아내었습니다.

오빠는.. 끝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오빠는 끝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내가 이렇게 양보하는데, 오빠도 좀 움직여줘야 하는 거 아냐?

서운함도 토로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신앙심이 굉장히 깊다는 것을 알았고, 교회 다닌다는 횟수도 일년에 한두번 이라 하더니 어느새 10번 정도로 늘었고.. 그러니 숨겨진 다른 얘기가 있을 것 같고, 또한 서로의 사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차분하지만, 매정하게 얘기했습니다.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다.


“오빠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오빠.. 제발..”

모든 것이 무너진 듯.. 그녀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이 흐르고..

“알았어.. 이번 주말에는.. 볼꺼야?”

“.. 그래.. 보자..” (...?!)
마음이 약해져서, 보자고 했습니다.

주말, 은평구에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그녀를 만났습니다.

만났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했고, 

내가 웃자, 또 그녀는 바보같이 웃었고...

그녀는 웃었고, 

 

또, 평소처럼 즐겁게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랑 다르게 메뉴를 4개나 시켰는데, 둘 다 입맛은 없어서 많이 못 먹었고, 알뜰하게 둘로 나눠서 포장해갔네요. 뜬금없이,

“오빠, 사진 한장 찍어도 돼?”

해서, 발랄하게 브이 포즈를 취했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구요. 종교만 아니면, 아니, 내가 그 종교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건 또 안되겠고.. 하..

여튼, 다 먹고, 그녀의 집 쪽에 차를 대고, 평소에 그녀와 많이 가던 한 동네 전통시장에 갔습니다.

“오늘은.. 우리답게 놀아보자 오빠”

함께 뛰어다니면서 음식점 배달알바를 하고, 그 돈으로 시장 믹스커피를 먹으며, 손잡고 시장 구경을 하고, 로또 집에 들어가 즉석복권도 긁어보고,

“오빠, 로또 숫자 6개 찍어봐!”

6개를 찍으니..

“오빠는 어차피 로또 안 될 거니까, 이거 빼고 찍어야지~ 메롱~”

그렇게 놀다가, 그녀의 좁은 원룸에 들어가서 1+1 수박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는솔로를 봤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기대며,

“오빠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최고였어.. 진심이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

라고 했습니다. 그날도 별로 뭘 한 것은 없지만,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고, 어느덧 갈 시간..
그녀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몰래 사 둔, 가격이 좀 되는 금목걸이와 제 미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책상 구석에 나뒀고,

“오빠.. 너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와 줘서 고마워.. 위로가 됐어 오빠”

오랫동안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나눴고, 손을 흔드는 그녀를 뒤로 하며.. 웃으며 인사하고, 차를 몰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 모두가 반대하던 만남이었습니다.

한창 싸우던 때, 혹시 해결방법이 없을까 하고 심리상담센터까지 전화해 봤는데, 20년 경력의 상담사가 딱 잘라 말하더라구요.

“ㅇㅇ씨, 정신 차리세요. 사귄지 몇 달 지나고 나서 얘기하는거.. 사이비교회의 전형적인 포교방식이고, 그 여자분이 ㅇㅇ씨를 속인 겁니다. 지금 열받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지능에 문제가 있어요. 그 여자분 학력도 별로죠? 딱 그래보여. 학력 차이 많이 나면 결혼생활에 분명 문제 발생합니다. 각서요? 각서 써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 사람들이 그쪽 사람들이에요. 결혼하면 본인 및 자식 포교 얘기 나올거고, 그렇게 싸우다가 이혼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봤어요.”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 교회 얘기 늦게 꺼낸 이유를 물어 봤을 때,

“오빠가 왠지 싫어할 것 같아서.. 어떻게 얘기할지 고민하다가 늦어졌어. 이건 정말 미안해..”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느낌상, 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헤어지라고 하더라도, 제가 만남을 지속하겠다고 줏대 있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 또한 제가 남들의 눈치를 안 보는 사람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도 사회적 동물이고, 무교인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기를 원하고, 그런 종교가 제 인생의 바운더리로 들어와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려버리고 말았네요.

그럼, 그녀가 약간 쎄했던 순간이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오빠! 나 이더리움 있다고 문자왔어 ㅋㅋ 들어가봐야겠다”

할머니마냥 쉽게 문자 피싱 사기를 당했던 것..

“오빠, 옛날에는 웃음 아이콘 쓰더니, 요즘엔 안쓰네? 나에대한 마음의 정도를 웃음 아이콘이 있고 없고로 표시하는거 아니야?”

예측할 수 없게 상상의 나래를 펴던 것,

“오빠, 내가 호텔 산다니까.. 왜이렇게 부담스러워 해? 나랑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없나봐. 그럴거면 나 놔줘!”

그녀가 여행가자고 할 때, 그녀가 비싼 호텔 산다 해서.. (돈도 없는데) 비싼거 사지 말라고 몇 번 거절했더니, 이별의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

이정도만 기억 나는데, 이 정도면 통상 여자들이 화내는 범위 안에 있는 것 같단 말이지요. 종교 만 아니면 딱히 마음에 걸리는 게 없었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한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종교 차이는 이해하기엔 정말 큰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설득하고, 압박하고, 그녀의 종교를 타박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많이 준 것도 후회스럽습니다.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시간을 끌며 그녀를 피말리게 한 것도 그렇구요.. 그녀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사람 자체로만 봤을 땐.. 정말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녀도 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 세계에선 아니지만, 어떤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그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미래도 있지 않았었을까.. 싶습니다. 그녀도 남은 인생이 잘 풀려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참.. 서로 걸리는 거 없이, 무난하게 결혼으로 골인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여러분도, 무난한 인생, 무난한 인연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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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스카이피플 가입하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잘 부탁 드립니다.

 

저의 스카이피플 추천인 코드를 적어 놓습니다. (KRG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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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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